10년 사이 10분의 1로 줄어든 국내산 오징어 기후 변화에 갈치, 고등어 등 밥상 생선 줄어들어 원양 오징어 2배 늘었지만…수요 지속되며 가격 11%↑ "지속 가능한 어업 위해 체계적 어업 관리 필요"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기후 변화로 한반도 인근 바다의 어장 분포가 바뀌면서 어획량이 줄어들고,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오징어와 고등어, 갈치 등 밥상 위 생선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우리 앞바다에서 잡히는 주요 수산물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만큼 앞으로도 수산물 물가는 높아질 공산이 크다. 그간 국내 수요를 대체해왔던 원양산 오징어 등의 가격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로,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어업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0년새 10분의 1 된 오징어…수산물 물가↑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해양수산부의 ‘2024년 수산물 생산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1년 전보다 42.1% 줄어든 1만 3546톤(t)을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 2015년 오징어는 15만 5743t이 잡혔는데, 10년 사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동해안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동해 수온이 2~4℃가량 높아지며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온 변화로 인해 오징어뿐만 아니라 고등어(-17.4%), 갈치(-26.6%) 등의 어획량도 줄었다. 이처럼 주요 어종이 감소하자 지난해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6% 줄어든 84만 1000t에 그쳤다. 이는 197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품귀 현상에 국내산 오징어는 ‘금(金)징어’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기준 연근해산 냉장 물오징어 1마리는 930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 평년에 비해 18.5% 올랐다. 고등어 1손도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46.57% 상승했다. 이들 품목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전체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날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1.2%) 물가 하락에도 수산물(3.6%) 물가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2.0%)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원양산 가격도 점차 올라…“어업 체계적 관리해야”
해수부는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 소비가 많은 품목을 ‘대중성 어종’으로 분류해 물가를 관리한다. 특히 오징어 가격을 잡기 위해 해수부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해역 등 원양에서의 어획을 늘려왔다. 이에 지난해 원양산 오징어류 생산량은 6만 3156t으로, 1년 전(3만 1511t)에 비해 2배 늘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가다랑어 등 다른 원양 어종은 통조림으로 가공되거나 일부가 수출되지만, 원양산으로 잡힌 오징어는 거의 100%가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산을 대체해온 원양산 오징어의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는 점이다. 6일 기준 원양산 냉동 오징어 1마리 가격은 4427원으로, 국내산의 반값 수준이지만 1년 전에 비해 13.25%가 뛰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양에서 잡아 시장으로 넘기는 가격도 오징어 수요가 커지면서 함께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산이 거의 잡히지 않는 상황임에도 수요는 지속하고 있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수산물 물가는 점차 오르는 추세지만, 어획량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화석 연료 사용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계속될 경우 2050년 연근해어업에서 대부분 품종의 어획량이 15~6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징어(-30%)는 물론 참조기(-58%), 멸치(-26%), 청어(-15%) 등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밥상 물가 관리는 물론, 어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어업의 체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헌주 KMI 수산경영·자원연구실장은 “어군이 사라지거나 이동하면 조업 거리와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물가는 물론 연근해 어업 환경 자체가 변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어획량 유지를 위해 어민들의 경영 안전망 확충, 어선 연금 등을 통한 퇴출 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수부는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어획 물량을 정해놓고 이를 할당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할당 쿼터 내 어획량을 거래하는 양도성 개별 할당제(ITQ) 등을 시범 운영해 어획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