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시아 파병' 확인한 서방…우크라 지원 다시 속도 낼까

이신영 2024. 10. 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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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제 갈등 고조 우려 속 파장 주시…무기 지원·맞파병론 고개
美하원 정보위원장 "북한군 우크라 침공시 미국이 직접적 군사행동 고려해야"
러시아, 파병 부인하며 "우리 안보 위협 시 가혹한 대응" 경고
서방 지원확대 여부 미지수…"韓 직접 무기지원 가능성 희박" 분석도
북한 우크라전 파병 뉴스 지켜보는 시민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파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방송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4.10.20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처음 제기됐던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을 미국이 공식 확인했다.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됐던 북한군 파병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데다 영국과 독일 등 서방도 국제적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보 지원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러시아와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 등은 파병설을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데다 서방의 지원 확대가 러시아를 자극할 우려도 있어 실제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美 북한군 파병 공식 확인에 국제사회 우려…파장 주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방문 중 기자들에게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 약 두시간 뒤 나토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우리 국가정보원의 북한군 파병사실 발표에도 그간 신중론을 고수해왔던 미국과 나토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하면서 국제사회는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동맹국과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한국의 안보는 물론 북중 관계,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과 관계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양국 사이의 동맹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할 추가적인 무기가 시급하고, 계속된 핵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한 북한은 식량과 돈, 우주 기술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가 미국의 외교 정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미국은 식량 지원과 같은 '당근'과 제재 등의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북한을 다뤄왔는데 러시아가 직접 당근을 제공하면서 미국의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의미다.

악시오스는 특히 이런 추세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신감을 강화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추가적인 도발로 이어지게 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서울=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방, 우크라이나 지원 속도 내나…韓에도 지원 압박 가능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당사국 외에 제3국이 참전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서방의 지원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의 스톰섀도 등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은 물론 영국도 난색을 표하면서 '숙원' 해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파병이 확인되면서 서방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일 북한군 파병설을 제기하면서 서방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내달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지원 확대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

커비 백악관 보좌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확대하고, 며칠 내로 러시아의 전쟁을 돕는 이들을 겨냥한 중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미국 지원 무기 사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물론 미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정보위원장(오하이오)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미국 제공 무기로 대응하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이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너 위원장은 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를 침공하려 한다면 미국이 북한군을 겨냥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취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맞파병론도 고개를 드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정부가 '공격용 무기' 지원 고려까지 언급하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예고한 만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도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많은 경제적, 인도적 지원이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강화해야 할 의무감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 북한군 러시아 파병 규모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김민지 기자 = 국가정보원은 23일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천여명에 달하며 12월께는 총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정원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 규모가 지난 8~13일 1차 수송 이후 1천500여명이 늘어 현재는 총 3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러시아 "허위" 반박…실제 지원 확대 여부는 미지수

러시아는 파병설은 사실이 아니며 서방이 대응할 경우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맞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 파병 보도가 "허위, 과장 정보"라고 일축하면서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다. 한국 당국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B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파병을 "터무니없다"고 부인하면서 외국 병력의 우크라이나전 개입은 필연적으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무기와 자금 지원 등을 지속해왔으나 장거리 미사일 사용과 파병에 관해서는 한계를 명확히 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지원 확대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커비 백악관 보좌관은 북한군의 파병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북한군 파병의 정확한 성격을 모른다면서 "대통령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 정부가 직접 무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한국의 직접 무기 공급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선택사항도 아니라고 못박았다.

타운 연구원은 단순한 정책적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으로 금지돼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면 간접적인 방식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그간 미국에 포탄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해온 '우회지원'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차관보도 "한국은 사태가 악화하는 데 대해 미국과 같은 우려를 가질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와의 미래 관계에 대해서도 살필 것"이라며 "아마도 넘지 않고 싶은 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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