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원을 가꾸는 싱어송라이터 윤지영 인터뷰

“너의 작은 눈물로 가꿨던 나의 정원에서”

윤지영, 1997년 5월 4일생. 2018년 싱글 ‘꿈’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다. 일상 속 조그마한 감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일화를 음악으로 옮긴다. 무심한듯 툭툭 던지는 노랫말엔 톡톡 튀는 생각의 파편이 묻어있다. 차분한 목소리에 당돌한 감정을 실어 보낸다. 들뜨다가도 차분하고, 포근하지만 어느 한 구석 까슬까슬한 부분이 있다. ‘다 지나간 일들을’, ‘부끄럽네’와 같은 싱글부터 2020년 데뷔 EP ‘Blue Bird’까지 윤지영이 들려준 음악은 솔직했고 모든 순간에 진심이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음악의 힘으로 잔잔한 공감을 불렀다.

윤지영이 첫 정규 앨범 ‘나의 정원에서'로 돌아왔다. 2021년 ‘My luv’ 이후 2년 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작품이다. 순간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꾸밈없이 툭툭 풀어냈던 과거의 노래와는 다르다. 호수에 던진 조약돌로부터 동그란 물결이 계속 퍼져나가듯, 차분하고 정적인 시선과 태도를 통해 거듭 일렁이며 잔잔한 울림을 주는 앨범이다.

눈물과 고뇌, 혼란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어 완성한 윤지영의 정원은 어떨까. 사소한 순간의 씨앗으로부터 작은 희망을 틔운 이 공간은 온화하고 단단한 힘을 고루 갖춘 치유의 장소다. 더는 헤메지 않아도 되는 윤지영의 음악 정원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첫번째 정규 앨범 ‘나의 정원에서'가 나왔다.기분이 어떤가.
발매 전날까지만 해도 앨범이 언제 나오나 싶었다. 준비기간도 길었고, 막판에 우당탕탕하며 마감을 쳐내는 형식으로 작업하다보니 체감이 덜했다. 22일이 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앨범 공개를 기념하며 팬들과 화상 회의 툴을 통해 온라인 파티를 열었는데, 끝나고 나니 이미 앨범이 나온 상황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 한 잔 하러 갔다.

작업 과정이 길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정원에서' 뮤직비디오가 늦어졌다. 제일 먼저 기획을 시작했는데 애정있는 곡이다보니 감독님을 찾는 것부터, 스토리를 짜는 것까지 한 단계씩 늘 미뤄졌다.

오래 걸린 만큼 ‘나의 정원에서'는 흑백의 화면으로 시작해 컬러로 마무리되는 독특한 화면의 뮤직비디오가 인상깊다.
발매 2주 전에서야 마지막 스토리보드가 나왔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욕심이 들어가다보니 애정이 많이 담겼고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정원에서'는 마지막 ‘이젠 집으로 온거야 / 떠날 일 없어도 / 헤매지 않아도 돼' 마지막 부분에서 엄청난 안정감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곡이다. 노래의 의도를 영상이 담을 수 있길 바랐다.

곡에 대한 이야기를 더 부탁할 수 있을까.
1년 반 정도 전에 쓴 곡이다. 정규 앨범을 위해 작업한 곡은 아니었다. ‘나의 정원에서'를 만들 당시의 내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에는 안정감을 찾고 싶어했다. 우선 건강이 좋지 않았다. 원래도 튼튼한 편은 아니었는데 여러 모로 크고 작게 병치레를 했다.단독 공연을 마치고 나서는 수술까지 했다.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굉장히 불안한 마음 상태가 이어졌다. 주위 친구들도 고민이 많았다.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모두 안정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마지막으로 공백 기간 동안의 혼란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었다. 베니 싱스(Benny Sings)와 함께한 ‘My Luv’ 이후 약간 작곡 과정에서 방황했다. ‘헤메지 않아도 돼'라는 메시지가 이번 앨범의 핵심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정원에서' 노래가 공연장에서의 라이브 버전보다 조금 더 차분하게 녹음되었다는 인상이다.
정확하다. 라이브 버전은 물론 데모 가이드를 돌아보면 지금의 완성곡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곡을 만들 당시에는 엄청 씩씩했다. 내가 정원을 가꿨고, 이제 우리 모두 쉬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었어. 나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아. 굉장히 확신에 차 있던 시기였는데,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조금 더 부드러운 접근 방식을 택하고자 했다. 라이브대로 나왔다면 이 노래는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앙코르곡의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의 정원에서' 앨범은 과거 쓸쓸하다가도 까칠했던 윤지영의 음악과는 다르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는 성숙한 인상이다.
이 앨범 이전의 음악은 순간의 감정을 중시했다. EP ‘Blue Bird’는 특히 “난 이런 감정을 갖고 있는데, 어쩌라고?” 식의 냉소적인 느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보니 그런 태도가 정신 건강에, 특히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성숙'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우선 현악기 소리를 많이 넣었고, 이전의 잔향 가득한 소리보다는 건조하고 다 드러나는 앙상한 소리를 추구했다. 처음 시도하는 형식이라 어려움이 있었다.

놀이도감 김춘추의 프로듀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단독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덜컥 정규 앨범을 내겠다는 약속을 팬들 앞에서 해버렸다. 이후 두 세 달 동안 아무 작업도 못하고 있었다. 어떤 곡부터 시작할지, 엔지니어는 누구를 쓸지, 어떻게 연락을 돌릴지… ‘My Luv’ 발매 이후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많은 고민 끝에 문득 춘추가 생각났다. 평소에도 춘추와 실리카겔을 좋아하고, 과거 춘추와 함께했던 곡이 모두 좋았다. 춘추는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일단 만나서 고민상담을 했다. 다행히 춘추도 마침 편곡자로만 일하는데 약간의 회의감을 갖고 있었고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날부터 의견을 좁혀서 ‘나의 정원에서' 앨범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춘추와의 작업 과정은 즐거웠다. 계속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놀이도감의 참여가 앨범을 어떻게 바꾸었나.
많은 곡이 바뀌었는데 ‘어제는 당신 꿈을 꿨어요'와 ‘비행기', ‘City Seoul’을 소개하고 싶다. ‘어제는 당신 꿈을 꿨어요'는 겨울에 만든 곡이라 원래는 크리스마스 캐롤로 낼 생각이었다. ‘비행기'는 처음에 기타 트랙밖에 없었다. ‘City Seoul’은 건반 베이스의 컨트리 곡이었다. 지금은 두 곡 모두 굉장히 리듬감 있는 팝이 되었다. 사실 이 두 노래는 셋리스트를 짜며 고민이 많았던 곡이다. 어디 넣어도 자꾸 튀는 느낌이었다. 이런 곡이 없으면 앨범이 너무 지루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했지만 순서가 문제였다. 2번에 자리하고 있는 ‘You Have To Trust Me!’도 마찬가지다. 춘추와 함께 고민하며 그래프까지 만들었다. 현악기 바탕의 성숙한 곡은 이곳에, 과거의 윤지영이 떠오르는 노래는 저곳에, 그리고 밝은 노래는 앨범 초반부에. 감정의 흐름을 그려가며 셋리스트를 완성했다. ‘You Have To Trust Me!’와 ‘City Seoul’은 언제나 붙어다녔다.

에디터 Kim Dohun
사진 In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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