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S클래스, 30대 청년의 드림카가 되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서 '에쿠스'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이자 성공의 상징이었던 에쿠스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과 함께 EQ900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며 그 명맥을 이었다. 여기 어릴 적부터 에쿠스를 동경해 온 한 30대 청년이 있다. 그는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며, 2016년식 제네시스 EQ900 5.0 프레스티지 트림을 운용 중인 열혈 오너다.

이 차량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장대한 역사를 시작한 최초의 모델이자, 일명 '조선의 S클래스'로 불리며 출시 당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주목받았다. 차주는 2023년 11월 초, 주행거리 약 16만 3,000km 상태의 중고차를 2,650만 원에 구매했다. 취득세를 포함해도 3,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국산 최고급 8기통 세단의 오너가 된 것이다. 현재 그의 차량은 총 주행거리 23만 700km를 돌파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차주가 이 차량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과거 2003년식 1세대 에쿠스(각쿠스) JS350 모델을 소유했을 만큼 에쿠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차 시대로 접어드는 현시점에서 마지막 내연기관의 정수라 할 수 있는 V8 5.0 타우 엔진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3.3 터보나 3.8 자연흡기 모델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으며, 오직 '최고 중의 최고'를 타보겠다는 일념으로 5.0 모델을 선택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차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 후륜구동의 불안함, 4륜구동 HTRAC으로 완벽 극복
EQ900의 가장 큰 장점으로 차주는 주저 없이 4륜구동 시스템을 꼽았다. 과거 그가 탔던 구형 에쿠스는 전륜구동이었고, 직전 세대인 에쿠스 VI는 후륜구동 방식이었다. 대형 세단의 특성상 후륜구동은 승차감에는 유리하지만, 악천후나 고속 주행 시 안정성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EQ900 5.0 모델은 4륜구동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어 주행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5.0 프레스티지 트림은 사실상 모든 옵션이 기본으로 적용된 '풀옵션' 차량이기에 선택의 고민이 필요 없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주는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후면부 디자인 밸런스를 높게 평가했는데, 이전 모델인 신형 에쿠스가 하단 범퍼 크롬 몰딩 부재로 시선이 위쪽으로만 쏠렸던 것과 달리, EQ900은 하단 범퍼까지 크롬 라인을 적용하여 전체적인 균형미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측면 디자인 역시 길게 뻗어 있으면서도 각진 듯 부드러운 라인이 조화를 이루어 대형 세단 특유의 중후함을 잘 살려냈다. 이러한 디자인적 완성도는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하차감을 선사한다. 차주는 차량의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 우드 트림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된 '올 블랙' 감성을 즐기고 있다.

▶ 425마력의 여유, 동승자를 잠재우는 정숙성
EQ900 5.0 모델의 심장인 타우 V8 엔진은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kg.m라는 어마어마한 성능을 자랑한다. 차주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질감을 극찬했다.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지 않아도 지긋하고 묵직하게 차체를 밀어주는 느낌은 4기통이나 6기통 엔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V8만의 특권이다.

정숙성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산차 최초로 모든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 글래스가 적용되었고, 소음을 줄여주는 중공 공명 알로이 휠까지 장착되어 있어 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극도로 억제된다. 차주는 "지인들을 태우면 너무 조용해서 대부분 잠이 든다"며 의전 차량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는 대기업 총수들이 애용했던 차량다운 면모다.

브레이크 성능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2.3톤에 육박하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전륜 4피스톤, 후륜 2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어 밀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인 제동력을 보여준다. 과거 구형 에쿠스가 1.9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해 밀리는 현상이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차주는 "덩치에 비해 브레이크가 상당히 잘 잡힌다"며 주행 안전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 예상을 뒤엎는 연비 효율, 고속도로 리터당 13.5km
일반적으로 5,000cc 배기량의 8기통 가솔린 차량이라고 하면 극악의 연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차주가 밝힌 실연비 데이터는 이러한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그는 "연비가 전혀 아쉽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일반 도로 주행 시 리터당 6~8km 수준을 유지하며, 고속도로에 올리면 리터당 10km는 가볍게 넘긴다는 것이다.

특히 놀라운 점은 최고 연비 기록이다. 차주는 고속도로 주행 시 리터당 13.5km까지 기록해 봤으며, 동호회의 다른 오너는 14km까지도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는 엔진오일 점도 선택과도 연관이 있는데, 현재 사용 중인 0W40 오일보다 0W30 오일을 사용했을 때 연비가 더 좋았다고 한다. 점도를 높인 현재 상태에서도 고속도로 연비는 12km 이상 꾸준히 나와준다.

물론 연료는 무조건 고급 휘발유만 주유한다. 평소에는 스마트 모드로 주행하다가 고속도로에서는 인디비주얼 모드를 통해 스티어링과 서스펜션만 스포츠로 단단하게 세팅하여 달리는 것이 그만의 주행 노하우다. 고속도로 90%, 일반 도로 10%의 주행 환경에서 복합 평균 연비는 리터당 10km 정도로, 대배기량 차량치고는 매우 준수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 첨단 편의 사양과 의외의 정비 용이성
2003년식 차량을 타다가 2016년식 플래그십으로 넘어온 차주에게 EQ900의 편의 장비는 신세계였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은 운전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었으며, 메모리 시트와 열선 핸들 같은 기능들은 일상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과거에는 후방 센서에만 의지해 주차해야 했지만, 이제는 첨단 센서와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차체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유지 보수 측면에서도 의외의 장점이 발견되었다. V8 엔진은 구조가 복잡해 정비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엔진룸 레이아웃이 자가 정비에 꽤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로틀 바디가 엔진 정면에 위치해 있고 PCV 밸브 등 주요 부품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후륜 기반 4륜 구동 시스템 덕분에 변속기가 뒤쪽으로 배치되어 있어, 미션 오일이나 팬을 교체할 때도 작업 공간이 넉넉하다. 전륜 구동 차량들이 미션 필터를 교체하기 위해 멤버를 내리거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차주의 설명이다. 23만 km를 주행하는 동안 그는 엔진오일을 직접 교환할 정도로 차량 관리에 진심이다.

▶ 실내 공간의 변화와 오너의 최종 만족도
실내 공간은 1세대 에쿠스에 비해 뒷좌석 레그룸이 획기적으로 넓어졌다.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다만 앞좌석의 경우 후륜 구동 특성상 센터 터널이 높게 올라와 있고, A필러가 날렵하게 누워 있는 디자인 탓에 구형 에쿠스보다는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다고 차주는 평했다. 그러나 이는 주행 감각과 디자인을 위한 타협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차주는 인터뷰 말미에 이 차량에 대한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 90점으로 평가했다. 어릴 적 꿈꾸던 드림카를 소유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내구성과 합리적인 유지비가 높은 점수의 이유였다. 그는 "EQ900 구매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플래그십 세단을 운용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다. 차주가 깎은 10점의 감점 요인과 그가 23만 km를 주행하며 겪은 치명적인 단점들, 그리고 구체적인 유지비 내역은 이어지는 2편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화려한 장점 뒤에 숨겨진 EQ900의 현실적인 아쉬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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