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클래식, 무너지는 '공정과 상식'

문원빈 기자, 홍수민 기자 2025. 1.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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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을까” 북천황 버그 대응에 유저들의 실망감 증폭

넥슨 '바람의나라 클래식'이 미흡한 서비스 운영과 부실한 시스템으로 멍들고 있다. 공식 서비스 안정감이라는 장점이 무색할 정도다.

넥슨의 게임 제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구현된 바람 클래식은 오픈 베타 서비스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누적 이용자는 수십만 명을 돌파했고,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PC방 점유율 순위 톱10에 입성시키는 성과까지 올렸다.

하지만 운영적 빈틈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메이플스토리 월드 고유 시스템과 바람의나라 원작 시스템이 원활하게 융합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10일 불거진 북천황 이슈는 바람 클래식 문제의 정점을 찍었다. 북천황은 바람 클래식의 최강 장비인 황금 세트, 쇄자 황금 세트를 제작하는 재료인 '금조각'을 드롭한다. 다시 말해 바람 클래식의 엔드 콘텐츠 포지션 보스다.

바람 클래식 개발진도 북천황의 중요도를 인지한 모양새였다. 다른 몬스터와 달리 수많은 인스턴스 채널 중 한 채널에서만 등장하는 신규 젠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까지는 상식 범주다. 다만 개발진은 바람의나라 원작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간과했다. 북천황 토벌 장면을 보면 예상보다 쉽게 공략된다. 주술사의 혼돈, 도적의 망각으로 북천황의 주요 공격 패턴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람의나라 원작에서도 존재했던 오류 중 하나다.

개발진은 바람 클래식 출시 당시 원작 고유 감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 시 최신 시스템에 맞춰 변동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코멘트는 염인백화검, 극경도깨비봉 등 초반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후반부 아이템을 미리 구현해 유저 불만을 잠재우는 용도일뿐이었다.

정작 사냥터 공급 문제를 해소시키는 부속성, 유저들의 편의를 고려한 거래 시스템 등 정작 바람 클래식에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들은 유저들의 질타를 받고서야 뒤늦게 추가했다.

북천황도 마찬가지다. 원작에서 북천황에 오류가 있었더라도 그 위상에 맞도록 오류 수정 후 출시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바람 클래식 개발진은 북천황을 원작 그대로 구현했다.

여기에 북천황이 각 인스턴스 채널에서 줄줄이 등장하는 문제까지 겹쳤다. 고가의 금조각이 서버에 대량 누적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결국 이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집단까지 나타났다.

알고 봤더니 북천황 고유 젠 시스템 자체가 먹통이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본래 북천황은 인스턴스 채널 1개에서만 등장해야 한다. 하지만 북천황이 다수의 인스턴스 채널에 동시 등장한다는 사실이 지난 10일 스트리머 혜서 방송에서 밝혀졌다.

바람 클래식 개발진이 바람의나라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시스템 검수는 하는지 의문을 들게 만드는 순간이다. 

- 예상보다 빠른 시일에 제작되고 있는 황금 세트 [출처: SOOP 혜서 방송 中]

 

■ 넥슨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공지

북천황 몬스터의 이상 출현 현상이 수정됩니다. 전수 조사 결과 정상 범위를 초과하여 북천황을 처치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련 공지가 유저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트리거가 됐다. 위 내용은 10일 오후 10시경 게재된 바람 클래식 개발진의 공지다.

바람 클래식을 즐기지 않은 게이머라도 해당 내용이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상 출현 현상이 발생했는데 처치 내역에서 정상 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코멘트는 누가 봐도 모순이다. 

공지를 확인한 기자도 눈을 의심했다. 바람 클래식은 넥슨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식 오리지널 월드다. 넥슨이라는 대형 게임사에서 보여줄 만한 공지 퀄리티가 아니다.

만약 메이플스토리 월드 콘텐츠가 아닌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마비노기 등 넥슨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공지였다면 국내 게임 커뮤니티를 뒤흔들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 수정된 공지에서도 사라진 설득력

북천황 몬스터의 이상 출현 현상이 수정됩니다. 동기화 오류로 간헐적으로 북천황이 이상 출현할 수 있던 현상을 수정했습니다.



낮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던 현상으로 북천황 몬스터 생성 수량은 정상일 때 가능한 최대 수치 미만임을 확인했습니다.



오류 현상과 부족한 안내로 불편과 혼란을 드리게 된 점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유저들의 민심이 불타오른 탓일까. 바람 클래식 개발진은 11일 0시 11분에 위와 같이 공지를 수정했다. 하지만 수정된 내용도 의문투성이다.

동기화 오류로 북천황이 이상 출현할 수 있는 현상은 말만 바꿨을 뿐이지 분명한 버그다. 이미 혜서 라이브 방송으로 증명됐다. 이를 낮은 빈도로 발생했던 현상이라고 포장하면서 정상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정상 범주인데 굳이 유저들의 흉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마이그레이션을 급하게 감행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수정된 공지에서는 '전수 조사 결과'라는 단서가 빠졌다. 4시간 만에 지난달 19일부터 10일까지 모든 기록을 확인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어째서 수정 공지에서는 전수 조사를 했다는 말만 쏙 빠졌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만약 개발진이 주장하는 대로 전수 조사를 거쳤다면 유저들에게 버그로 이상 발생한 북천황이 패치 당일부터 10일까지 총 몇 회 처치됐는지, 금조각은 몇 회 드롭됐는지 등 관련 정보를 명백히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유저들이 "버그는 발생했지만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네"라고 납득할 수 있다.

정상 범주 내에서 발생한 일이었어도 문제다.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버그 현상을 직접 봤다. 정상적으로는 A, B, C 채널에 순차적으로 3체의 북천황이 등장하는 구조인데 A, B 채널에서 동시에 등장하고 C 채널에서 추후 등장해서 3체가 맞춰진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3체만 잡았다고 정상 이득으로 인정하는 판단도 옳지 않다. 

해당 공지는 음주운전자에게 "술은 마셨지만 정상 속도로 주행하고 사고를 내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애초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 자체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 철저한 사후 조치만이 신뢰 되찾을 수 있어

- 북천황을 공략하는 모습 [출처: SOOP 혜서 방송 中]

특정 집단이 아이템을 독점하고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는 어느 게임에서나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버그를 악용한 행위가 맞는지, 아닌지 여부 판단이 최우선이다. 버그 악용이 맞다면 아이템 회수, 계정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 반대라면 유저들을 납득시킬 만한 공지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개발진의 역할이다.

제재 대상이 이미 현금화로 이득을 취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영역이니 어쩔 수 없다. 지나간 과거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중요하다. 허나 바람 클래식 공지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그 어떤 사후 조치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이 유저들의 분노가 폭발한 궁극적인 이유다. 이러한 문제는 거듭될수록 바람 클래식을 넘어 메이플스토리 월드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귀감을 보여야 할 넥슨 공식 월드가 부실한 운영으로 논란에 휩싸인다면 당연히 크리에이터도 동요할 수밖에 없다. 개발진의 규모가 작아서, 오픈 베타 서비스라서 등은 변명일 뿐이다. 

여타 메이플스토리 월드 크리에이터들도 게임의 인기가 상승하면 그에 맞춰 개발 및 운영 규모를 확장시켰다. 공식 월드에서 개발 규모를 논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바람 클래식의 인기는 '공식'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정감에서 비롯됐다. 부족한 점이 많아도 비정상 플레이 유저를 지속적으로 제재하고, 신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조금씩 개선하고, 공식이니까 쉽게 서비스를 그만두진 않으리라는 믿음이 낳은 결과다.

북천황 이슈는 유저가 바람 클래식에 바라는 공정과 상식에 균열을 냈다. 수많은 유저가 일본, 용왕굴, 용궁, 중국 등 향후 구현될 콘텐츠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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