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군단, 광주로 간다…타이거즈와 31년 만의 끝판 무대
침묵했던 8회초 강민호, 솔로포
‘사자 군단’이 플레이오프(3선승제)에서 엘지(LG) 트윈스를 잡고 기아(KIA) 타이거즈가 기다리는 광주챔피언스필드로 가게 됐다. 안방에서 열린 1∼2차전에서 호쾌한 홈런포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는 3차전을 0-1로 내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4차전을 1-0으로 따내면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4선승제)에 진출하게 됐다. 1차전을 승리로 이끈 선발 데니 레예스가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고, 안방마님 강민호가 가을 야구 첫 홈런포와 더불어 프로 데뷔 처음으로 가을야구 마지막 무대에 서게 됐다. 라이온즈와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격돌하는 것은 1993년 이후 31년 만이다.
선발 투수들의 빛나는 호투
4차전에 등판한 양 팀 선발은 모두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레예스는 7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엘지 타자들은 적절한 타격 시점을 찾지 못한 채 담장 앞 뜬공으로 계속 아웃당하는 등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레예스는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엘지 9번 타자 문성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잠깐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후속타자 홍창기마저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면서 1사 1·2루 상황에 놓인 것. 하지만, 신민재를 땅볼로 유인해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1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펼친 레예스는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2경기 2승 13⅔이낭 동안 1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66을 따내 기자단 투표 55표 중 42표(득표율 76.4%)를 받아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엘지 선발 디트릭 엔스는 6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번 가을 야구 들어 가장 완벽한 피칭을 자랑했다. 9일간 쉬고 등판했기에 구위와 구속 모두 앞서 보여준 모습과는 판이하였다. 속구는 최대 시속 153㎞까지 나왔고,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의 각도 또한 예리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며 들어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불펜 싸움에서 터진 강민호의 솔로포
6회까지 0-0 살얼음판 같은 승부가 계속되자, 엘지는 7회초부터 엔스를 내리고 손주영을 등판시키며 불펜 필승조를 가동했다. 막강 불펜으로 활약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손주영은 엘지 벤치가 꺼내들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그러나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강민호의 솔로포가 팽팽했던 균형을 깨트렸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던 그는 손주영의 높은 속구를 걷어 올려 비거리 129m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강민호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다른 타자들에 견줘 부진했다. 앞서 1∼3차전 동안 타율이 0.182(11타수 2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가을야구 첫 홈런포를 터트리며 그간의 타격 갈증을 말끔히 해결했다. 강민호의 솔로포로 따낸 1점은 이날 경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득점이었다. 3차전과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 경기 초반 엘지의 도루 시도를 계속 저지하는 등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한 강민호는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삼성은 8회말부터 임창민을 올려 뒷문 잠그기에 돌입했다. 임창민은 선두 타자 문보경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엘지는 곧바로 문보경을 빼고 최승민을 대주자로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베테랑 임창민은 후속 타자 박동원과 박해민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9회말 삼성은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올렸고, 엘지의 나머지 타선을 묶으며 승부를 1-0으로 마무리 지었다.
김재윤은 엘지의 마지막 타자인 4번 오스틴 딘을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포효하며 포수 강민호를 껴안았다. 22년 만의 가을야구 대결에서 사자 군단이 엘지를 누르고 광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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