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가 있어요. 치이카와와 우땅이입니다.
보면 역시 귀엽습니다. 그런데 귀여운 캐릭터는 이미 수없이 많잖아요. 왜 유독 이 캐릭터들에게 마음이 가는 걸까요?
치이카와, 귀여운 애들인 줄 알았는데 무섭다고요?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10월 9일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어요. 캐릭터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본 적 있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치이카와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만든 만화이자 주인공의 이름이에요.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이라는 뜻으로, 국내에서는 '먼작귀'라고도 불립니다.
주인공 삼인방만 짧게 소개하면 이래요.
👉🏻 치이카와: 하얗고 작은 주인공. 겁이 많고 눈물도 많지만 마음은 다정해요.
👉🏻 하치와레: 파란 가르마 무늬가 있는 친구. 긍정적이고, 치이카와가 어려움을 겪으면 곁에서 도와줍니다.
👉🏻 우사기: 긴 귀가 있는 친구. 엉뚱하고 자유분방해서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요.
외형만 보면 맛있는 걸 먹고 놀면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로 추측이 되는데요. 이번 영화에는 예상 밖의 공포가 있어요. 큰 보상과 맛있는 음식을 준다는 말에 섬으로 떠났다가, 그곳에 숨겨진 비밀을 마주하게 되거든요. 귀여운 캐릭터들의 여행을 보러 갔는데 이야기가 점점 서늘해지죠?
영화에 나오는 '섬의 노래'에도 복선이 숨어 있어요. 일부 가사의 첫 음절을 이어 읽으면 일본어로 "사과할게, 살려줘"라는 뜻이 된다는 해석이 알려져 반전을 줬어요.
저는 이런 반전이 치이카와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이름을 알리는 데 한몫했다고 봐요.
"귀여운 영화인 줄 알았는데 무섭대", "그 노래에 이런 뜻이 숨어 있었대"라는 이야기는 친구에게 공유 하고 싶잖아요. 귀엽다는 감상에 궁금증까지 붙으니 SNS에서 이야기할 거리도 많아지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치이카와 세계관에 몰입하게 된 건 이유가 있어요. 이 세계관은 귀여운 캐릭터처럼 단순하게 행복하고 즐겁지 않거든요.
캐릭터들도 먹고살기 위해 우리처럼 일을 해요. 풀을 뽑거나 괴물을 토벌해서 돈을 벌고, 보수를 더 받으려면 제초 자격증 시험도 봐야 합니다. 판타지 세계에 우리와 비슷한 노동과 생계가 함께 있죠.
치이카와가 사랑받는 이유는 이렇게 작고 귀여운 존재가 나와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는 동질감에 있는 것 같아요.
겁이 나서 울기도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일상도 겪어요. 그래도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떠드는 순간은 꼭 있죠. 보는 사람도 "오늘 좀 힘들었지만 나도 이런 즐거움은 있었지"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게 돼요.
치이카와를 두고 '디지털 진통제'라는 표현이 나오는기도 하는데요. 화면 속 작은 친구들이 현실의 피로를 잠깐 덜어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긴 설명 없이도 감정이 전해진다는 점도 치이카와가 퍼지기 좋은 이유에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울먹이는 얼굴이나 신나 하는 몸짓을 보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거든요. 실제로 표정과 짧은 장면 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SNS 확산의 강점으로 분석되기도 해요.
만화를 처음부터 보지 않았어도 "이거 오늘 내 모습인데?" 하고 한 장면을 가져다 쓸 수 있는 거죠. 팬이 되기 전에, 내 기분을 대신해 주는 짤로 먼저 쓸 수도 있고요.
우땅이의 매력은 릴스에서 나와요
그리고 또 다른 캐릭터인 우땅이의 매력은 조금 다른 곳에서 드러나요. 우땅이는 소콘소콘 작가가 만든 오랑우탄 캐릭터인데, 가만히 있는 이미지보다 릴스 속 행동을 보면 왜 좋아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어요.
화면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보게 하는 등 참여형 릴스를 많이 만들어내는게 우땅이의 인기를 키운 요인이에요.

우땅이의 귀여움은 외형에만 있지 않아요.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상황에서 무슨 반응을 보이는지가 합쳐져 우땅이의 귀여움이 됩니다.
처음엔 알고리즘에 떠서 봤을 거예요. 그런데 표정이 귀여우니 자꾸 돌려보고, 친구에게도 보내고, 다른 릴스까지 찾아보는 거죠. 그렇게 몇 번 보다 보면 우땅이는 영상 속 캐릭터에서 볼 때마다 반가운 얼굴이 돼요.

우땅이가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준다는 점도 포인트에요. 소콘소콘 작가는 우땅이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릴스에서 귀여워하던 캐릭터를 실제 대화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말로 쓰면 괜히 과해 보이는 애정 표현이나 장난도 이모티콘으로 보내면 조금은 편해지잖아요. 우땅이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움직임은 그런 카톡 대화에 딱이에요.

사실 소콘소콘 작가는 우땅이 외에도 여러 캐릭터를 선보여왔어요. 비슷한 그림체의 작품이 있어도 유독 우땅이가 눈에 들어오는 건, 이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을 즐길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참여형 릴스를 통해 직접 손가락을 올려보고, 친구에게 공유도 하고, 카톡에서도 쓰면서요.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다음은 뭘까요?
치이카와와 우땅이는 인기 캐릭터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 공감할 이야기가 있고, 짤이나 이모티콘으로 쓰기도 좋고, SNS에서 공유할 거리도 많죠. 그런데 이런 흔한 이유 말고도 마음이 가는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내가 안 보는 동안에도 어딘가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점은 어떨까요?
치이카와는 영상을 끄고 나서도 일하러 가고, 친구들과 밥을 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세계관이 워낙 탄탄해 보이기 때문이죠. 우땅이도 어딘가에서 또 귀엽게 까불고 있을 것 같고요. 몇 번 보다 보면 화면에 나오지 않는 시간까지 상상하게 돼요.
그리고 무언갈 좋아하면 다른 사람에게 막 자랑하고 싶잖아요. 친구에게 영상을 보내고 굿즈를 자랑하다가, 프로필 사진을 바꾸거나 아예 팬 계정을 만들어 좋아하는 장면을 모으기도 하죠. 누군가에게는 애정 표현인 게시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캐릭터를 처음 만나는 계기가 돼요. 이렇게 팬들이 자기 방식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도 캐릭터가 퍼져나가는 것 같아요.
브랜드 캐릭터에도 이런 일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신제품이나 이벤트 소식 외에도 간식을 먹고, 친구와 다투고, 혼자 심심해하는 모습이요. 그런 하루가 쌓이면 "얘는 오늘 뭐 하고 지냈을까?" 궁금해지고,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도 공유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지식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