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아니면 ‘배째라’…악성임대인 227명 4400억 떼먹어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2023. 1. 2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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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지난해 보증사고 분석
5명중 2명 ‘전문 꾼’에 당해
오피스텔 보증 피해도 급증세
서울 빌라촌 [사진=연합뉴스]
‘악성 임대인’ 227명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발생한 보증 사고액에 지난 해 4000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해 보증기관에 대신 돌려달라고 신청한 세입자 5명 가운데 약 2명 꼴인 37%가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에 세를 들었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금액 규모는 지난 해 438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3%(827억원) 증가한 규모다.

HUG는 전세금을 세 차례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가운데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악성 임대인’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관리한다. 지난 해 이 명단에는 227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이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HUG에 갚아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금액이 4400억원 수준까지 치솟은 셈이다.

악성 임대인 보증사고 금액은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 30억원인 이 금액은 2014년 504억원으로 집계됐고, 2020년에는 1871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에는 3555억원까지 증가했고 지난 해에는 4000억원을 넘었다.

이같은 악성 임대인의 보증사고는 전체 사고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HUG에 따르면 지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수로 하면 5443채의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 이 가운데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은 2037채로 전체의 37%를 차지한다.

보증사고는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사고액의 64.5%인 2828억원은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했고, 오피스텔은 25.0%인 1094억원 수준이다. 특히 오피스텔 사고액은 2021년 378억원에서 지난 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이같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 해 7월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명단 공개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 신용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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