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주유소 ‘유통구조 대수술’··· 판매 관행 ‘확’ 바뀐다
전속거래 완화에 브랜드 주유소 운영 방식 변화 가능성
고유가 국면 드러난 유통구조 문제…정유사 수익성 영향 촉각

정부와 여당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사후정산제와 전속거래 관행 등 유통구조 손질에 나서면서 업계가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유소 업계는 가격 불확실성과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기대하는 반면 정유업계는 공급가격 운용과 판매망 관리 전략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실제 기름값 인하 효과와 더불어 유통 구조 개편이 정유사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와 여당은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 4사 및 한국주유소협회와 만나 정유사-주유소 거래 구조 개선에 뜻을 모았다. 핵심은 사후정산제 주기를 기존 한 달에서 일주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특정 정유사 제품만 취급하는 전속거래 구조를 혼합거래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사후정산제는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때 우선 입금가격 기준으로 대금을 먼저 낸 뒤, 일정 기간 후 실 정산 금액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주유소는 기름을 들여올 때 최종 매입원가를 모른 채 거래를 시작하고, 이후 사후정산 폭에 따라 실제 원가가 달라진다.

이 같은 ‘깜깜이’ 가격 구조로 인해 예상보다 정산 폭이 줄어들면 그만큼 마진이 줄어드는 부담이 있어 왔다는 게 주유소 업계의 하소연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사후정산 구조에서는 정산폭이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까지 감안해 판매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산 주기가 짧아지면 최종 원가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어 그만큼 방어적 가격 책정이 줄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하 여지도 커진다”고 환영했다.
반면, 정유업계는 사후정산제가 가격 불투명성을 키우는 제도가 아니라, 원가를 즉시 확정하기 어려운 석유제품 특성상 불가피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합의로 정산 주기가 짧아지면 정유사가 시황 변동을 공급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운용 폭이 이전보다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속거래 완화도 정유사들에겐 민감한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정유사 상표를 단 주유소가 사실상 해당 회사 제품만 판매하는 구조였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더 유리한 가격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정유사 제품을 들여오고 싶어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앞으로 이러한 관행이 깨지고 타사 제품을 최대 50%까지 섞어 파는 혼합거래가 본격화되면, 정유사 간 가격 경쟁이 한층 직접화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구조 전반과 브랜드 주유소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발 유가 급등 국면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기존 유통 구조를 다시 드러낸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사후정산과 전속거래 관행이 맞물리면서 주유소가 종속적인 거래를 해왔다고 보고, 고유가 국면을 계기로 기존 거래 구조를 공정거래 측면에서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정유사 중심으로 짜여 있던 유통 질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산 주기가 짧아지고 조달 선택권이 커지면 주유소의 협상력은 높아지지만, 정유사로선 기존의 영업 전략과 공급 조건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원내대표와 정유·주유 업계 협약식을 열고 이번 조치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