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동해안에는 오랜 세월 철책선에 가려져 있던 해안선이 있다. 수십 년 동안 군인과 파도만이 스쳐 간 이 길은 2016년 개방과 동시에 전국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437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주간에는 지질학적 가치를 품은 자연의 교과서이자, 야간에는 빛과 바다가 어우러진 낭만의 산책로로 변신하는 이곳. 낮과 밤, 두 얼굴을 가진 바다부채길의 매력을 깊이 들여다본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의 낮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거대한 지질 탐험 코스다.
강릉시 정동면 정동진리의 정동매표소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약 2.87km 구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안단구 지형을 직접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바위마다 켜켜이 새겨진 흔적은 2,300만 년 전 지각 변동과 해수면 변화의 산증인이며, 문화재청도 ‘동해안 지각 변동의 핵심 증거’라 평가할 만큼 학술적 가치가 크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투명한 동해가 발아래 펼쳐지고, 해안 절벽과 맞닿은 바람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다만 이 코스는 편도라서 출발 전 반드시 돌아올 교통편을 고려해야 한다. 심곡항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약 1만 원 정도가 소요되며, 사전에 계획해두면 훨씬 여유로운 탐방이 가능하다.
한정판 야간 개장

낮과 전혀 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만 열리는 야간 개장을 놓치지 말자.
2025년 8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오후 5시 30분부터 밤 8시 30분까지 개방되며, 입장은 밤 8시에 마감된다.

야간에는 정동매표소에서 투구바위 전망대까지 약 1.4km 구간이 왕복으로 개방된다. 덕분에 주간과 달리 교통편을 걱정할 필요 없이, 시작 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이 시간대에는 경관 조명이 켜져 절벽과 바위를 은은하게 비춘다. 낮에는 웅장하고 거친 기운을 뽐내던 바위들이 조명 속에서는 한층 섬세한 결을 드러내며, 마치 빛의 무대 위에 서 있는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바닷바람이 더해지는 순간, 이곳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닌 낭만적인 야경 산책로로 탈바꿈한다.
이용 정보와 주의사항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성인 3,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2,000원의 입장료가 주간과 야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매표소 주변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날씨에 따른 변수가 크다. 강풍이나 폭우, 높은 파도 같은 기상 악화 시에는 예고 없이 전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출발 전 강릉관광개발공사(033-641-9444) 또는 공식 웹사이트(gtdc.or.kr)에서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보호 구역이다. 탐방로 밖으로 벗어나거나 드론을 띄우는 행위, 반려동물 동반, 음식물 반입은 모두 금지되어 있다. 자연을 지키면서도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단순히 트레킹 코스를 넘어선다. 낮에는 지구가 남긴 장엄한 흔적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밤에는 조명과 파도가 어우러진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야간 개장은 오직 주말 저녁에만 허용되는 ‘한정판 경험’으로, 같은 길이라도 전혀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낮과 밤을 함께 경험한다면, 이 길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릉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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