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앞서 간 테슬라 밸브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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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가 무려 100년 전 내놓은 밸브가 현재 사용해도 될 만큼 시대를 앞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학교 쿠랑수학연구소 연구팀은 ‘니콜라 밸브(Tesla Valve)’로 명명된 이 장치를 분석한 결과 개폐장치 등 기계적 도움 없이 내부 구조만으로 유체의 역류를 효율적으로 막아준다고 밝혔다.

1920년 특허까지 얻은 ‘테슬라 밸브’는 물방울 모양의 틀이 여러 개 균일하게 나열한 간단한 구조를 가졌다. 유체의 한쪽 흐름은 원활할 것 같지만 반대로 흐르기는 어쩐지 어려워 보이는 구조다.

테슬라 밸브의 내부.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는 유체가 잘 흐르지만 반대방향(화살표)으로 파란색과 녹색 물감을 흘려보낸 결과 속도가 올라가면 흐름이 끊긴다. <사진=쿠랑수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바로 이런 구조가 개폐장치 없이 밸브를 흐르는 유체의 방향을 손쉽게 제어한다. 이 밸브는 물이나 기름 등의 유속이 정해진 한계를 넘어가면 마치 스위치를 켜듯 역류방지 기능이 작동한다. 속도가 느릴 경우 어떤 방향으로도 유체가 흐르지만 일정 유속이 넘으면 한쪽 방향(위 사진의 화살표)으로는 유체가 흐르지 못한다.

‘니콜라 밸브’의 구조는 정해진 구간마다 임의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구조다. 유체가 느리게 흐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속도가 붙으면 해당 구간을 타고 넘어가며 소용돌이가 발생해 유속이 뚝 떨어진다. 이는 파란색과 녹색 물감을 물에 타 밸브 양쪽으로 흘려보낸 실험에서 확인됐다.

이 밸브가 유용한 건 어떤 기계적 장치 없이 속도만으로 유체 흐름을 제어한다는 사실이다. 일반 수도관이라면 물 흐름을 막기 위해 수도꼭지 같은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유지보수가 필수다. 내부 구조만으로 유체 흐름을 제어하는 니콜라 밸브가 그래서 대단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일정 유속 이상일 때 구간마다 발생하는 소용돌이 <사진=Lesic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esla Valve | The complete physics' 캡처>

더욱이 유체의 흐름이 교류 전류처럼 불규칙할 경우 테슬라 밸브의 기능이 한층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유체 흐름이 일정하지 않을 때 밸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테슬라가 주장했던 교류 전류의 이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놀라워했다.

테슬라는 생전 교류 전류를 이용하면 전력 공급이 쉽고 보다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에디슨이 직류의 장점을 주장한 것과 반대였다. 즉 테슬라 밸브는 교류와 직류를 변환해 주는 AC/DC 컨버터와 같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테슬라 밸브가 물리적인 다른 개폐장치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기계적 보수가 불필요한 만큼 연료와 윤활유, 냉각수 제어가 필수인 자동차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류 전기 시스템을 정립한 니콜라 테슬라 <사진=pixabay>

니콜라 테슬라는 세르비아계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나중에 미국에서 활동했다. 전기공학은 물론 물리학에도 정통했다. 교류용 전동기를 최초로 상용화한 인물로,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교류 전기를 활용하는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발명왕 에디슨과 라이벌로 자주 언급된다. 일부 부풀려진 내용도 있으나 직류와 교류의 장점을 놓고 두 사람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상대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더 발명에 매진한 점 등은 모두 사실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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