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굉음에 놀란 아이들, 무작정 도로에 뛰어들어 '아찔'…'위험천만' 대구 월배초교 통학

월배초교~대천로 공사, 아침 통학 현장 가보니
"유리파편·대형차량 사이 지나다녀 안전 위협"

15일 오전 8시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월배초등학교 인근 한 통학로. 등교하기 위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 옆에선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통학하는 학생들과 불과 2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현장에서는 건물 내부를 철거하는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 거리 곳곳에는 유리 파편 등도 널 부러져 있었고, 갑자기 들려온 공사 굉음에 놀란 아이들이 공사 차량이 오가는 도로 한가운데로 무작정 뛰어드는 아찔한 광경도 펼쳐졌다.

주민 이영숙(여·65)씨는 "통학로가 너무 위험하다. 유리 파편, 쓰레기 등 공사장에서 나오는 위험한 파편이 무분별하게 방치돼 있다"라며 "차량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아 도로에 진입한 차량이 공사장 앞에서 급하게 유턴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형 트럭 사이로 아이들이 통학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거린다"라고 토로했다.

대구시 도시건설본부가 시행하는 이 공사는 월배초등과 대천로 간 길이 157m, 너비 20m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지난 1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현재 공사 현장에선 철거 작업이 이뤄지면서 소음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 건물 파편 및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방치돼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원래 이 도로개설 현장의 일부 통학로는 학생 통행이 금지돼야 하는데, 아이들의 버젓이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공사에 앞서 학교와 공사 업체 측은 이곳을 학생들의 통학로로 사용하지 않기로 협의해 놓고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이 공사 현장 관계자들에게 통학로의 위험 상태 등을 알리자 그제야 부랴부랴 유리 파편 등을 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의 통행을 막고 우회할 것을 안내하는 안전요원도 보이지 않다가 취재진의 취재가 시작되자 30분이 지나 등교 시간이 끝날 무렵에서야 유도봉을 들고 나타났다.

주민들은 도로 통제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공사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11일부터 도로 통제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5일부터 도로 통제가 이뤄졌다"라며 "심지어 공사 관계자의 개인 승용차로 도로를 차단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벌어졌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사 현장 관계자는 "관리 인력을 좀 더 배치해 통학로 안전에 신경 쓰도록 하겠다"며 "사전에 부분적으로 도로 통제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전체 통제를 11일에 시작한다는 의미였다"라고 해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겠다"라며 "특히 등·하교 시간에 중점적으로 인력을 추가 배치해 어린이들의 안전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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