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확률형 아이템’ 소비자에 219억 보상케한 공정위… 크래프톤·웹젠 등 5개사도 ‘사정권’
넥슨 소비자 보상 ‘첫 타자’ 뒤 이을까
“소비자 피해 ‘전체 보상’ 여부가 관건”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게임의 확률형 유료 아이템으로 인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219억원을 보상하기로 하면서, 비슷한 문제로 조사를 받는 다른 게임사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다른 게임사들 역시 공정위 제재가 결정되면 보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메이플스토리 게임 전체 이용자에 대한 보상계획’ 권고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인 219억원 상당의 보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보상은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이용자를 포함해 약 80만명이 받게 된다. 메이플스토리의 레드큐브와 블랙큐브 사용 금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내에서 일정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의 유료 콘텐츠다. 불투명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공정위는 일부 게임사가 사전에 공지한 확률보다 실제 확률을 낮게 설정해 소비자들을 속인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에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출시돼 20년이 넘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장수 온라인 게임이다.
넥슨 외에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크래프톤, 위메이드, 그라비티, 웹젠, 컴투스 등 5곳이다.
그라비티의 게임 ‘라그나로크’에서는 공시된 확률과 다른 아이템이 100개가 넘었다. 웹젠의 ‘뮤아크엔젤’에서는 0.25% 확률로 나타난다고 표시한 아이템이 실제로는 149회까진 획득 확률이 0%인 것으로 조사됐다.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는 전설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이 0.198%라고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0.01%에 불과했다.
게임업계 ‘형님’ 격인 넥슨의 보상 결정은 업계에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래프톤, 위메이드, 그라비티 등은 공정위의 중점조사팀이 ‘2호 사건’으로 지정해 조사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 상당수는 이들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혐의가 넥슨과 유사한 점을 들어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넥슨과 마찬가지로 집단분쟁조정 절차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이 확정되면 다른 게임사들도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필요한지 검토한 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제재가 결정되면 이 게임사들 역시 보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게임 이용자들의 신뢰가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넥슨이 이미 소비자에게 200억원대의 보상을 한 만큼 다른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면 이용자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면서 “공정위 제재와 조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넥슨이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까지 포함해 보상에 나선 것과 달리 다른 게임사들은 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과는 별개로 추가 보상금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각 사의 보상 규모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게임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이용자를 폭넓게 보호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게임사의 기만행위가 발생할 때 게임사가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 구제 방안을 포함한 시정 방안을 마련해 우선 제시하게 된다”며 “이 경우 소비자는 집단분쟁 조정이나 개별 소송 제기 없이도 신속히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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