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채 팔면 돈 드릴게요" 13억 배짱 분양에도 완판한 '광명', 6개월 만에 고꾸라졌다

조회수 2024. 2.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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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올해 12월 입주 예정인 경기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 광명' 건설 현장. /강태민 기자

[땅집고] “그동안은 너무 활황세고 분양가 상한제 걸려있다 보니까 MGM 나올 틈이 없었지. 근데 지금은 분양가가 높아지다 보니까 MGM 이 나오기 시작한 거고요.” (경기 광명시 광명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분양가가 10억원을 훌쩍 웃돌아도 완판 행진이었던 광명 분양 시장이 단 6개월 만에 미분양 마케팅이 등장할 만큼 급속도로 얼어붙었습니다. 그야말로 반년 새 180도 달라진 건데요. 분양만 하던 완판이던 광명뉴타운 청약 시장에 먹구름이 꼈습니다.

올해 말 입주 예정인 경기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 광명’은 광명2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을 비롯해 102㎡에서 미달이 났습니다. 지난 6일부터 1차 임의공급을 진행했는데요. 소형평형도 아닌 중대형 평형이 미달 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트리우스 광명 84㎡ 분양가는 최고 11억 8600만원입니다. 고분양가 논란과 더불어 아쉬운 입지로 물량 소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5구역을 재개발한 경기 광명시 광명동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의 경우에도 34㎡ 일부가 미분양이 났습니다. 소형 평형이긴 하지만 미분양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2억3500만원대, 34㎡ 분양가는 4억4300만원대였습니다. 이 단지 일대에서는 다단계식 마케팅인 이른바 ‘MGM 마케팅’도 등장했습니다.

/그래픽=임금진 기자

MGM 마케팅은 ‘Members Get Members’의 줄임말입니다. 공인중개사가 다른 고객에게 아파트를 판매하면 시행사가 공인중개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데요. MGM 마케팅은 미분양이 나는 경우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쓰는 고육지책이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선 부동산 활황기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광명뉴타운 분양 성적이 미진해지자 급기야 등장하게 된 겁니다. 경기도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찍던 대표 뉴타운 단지에서 부동산 침체기 대표 마케팅 전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트리우스 광명과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 잔여 분양 물량을 파는 중개업소는 시행사로부터 약 100~200만원 선의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지금은 공인중개사들이 발 벗고 판매에 나설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향후 분양 상황이 악화한다면 더 높은 금액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광명에서 최근까지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공사비 인상도 있겠지만 앞서 4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했던 경기 광명시 광명동 ‘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13억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도 완판을 했기 때문입니다. 84㎡ 최고 분양가가 12억7200만원으로 옵션을 더하면 13억원에 달했는데도 무순위계약 5일만에 전 물량을 팔아치웠습니다. 선례가 있다보니 트리우스 광명이나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도 무난하게 다 팔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광명은 지난해 강남 3구와 더불어 유일하게 집값이 오른 지역입니다. 서울과 맞닿은 ‘준서울’ 입지에 수요가 워낙 풍부하다 보니 고분양가에 내놓는 이른바 ‘배짱 분양’을 진행해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물량을 털어냈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뜨거웠던 광명뉴타운에 대한 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더 이상 수요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장에서는 일찌감치 분양한 매물의 경우 고분양가로 내놔도 시장에 수요가 풍부했기 때문에 분양을 마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수요가 대부분 충족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비싼 분양가에 용감하게 뛰어들 수요자들은 이미 거래를 마친 뒤 시장을 떠났고 거래 정체기가 찾아왔다는 겁니다. 나날이 오른 고분양가에 이미 피로감을 느낀 수요자라면 쉽사리 청약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임금진 기자

문제는 추가 공급 물량이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광명뉴타운 9구역에서 1509가구, 11구역에서 4291가구, 12구역에서 2097가구가 분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약 8000가구(조합원 물량 포함)가 공급을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규모가 워낙 큰 뉴타운 사업지라 시장 상황, 분양 일정에 따라 청약 성적도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광명 청약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집값도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명 아파트 매매가격은 1월 초 하락장으로 진입하면서 최근엔 급매물만 소화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올해 분양 예정인 단지의 청약 성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글=배민주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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