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어폰 보다 '무선 헤드폰'
겨울은 무선 헤드폰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계절이다. 귀가 시린 찬 바람이 불어오다 보니 보온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어폰 대신 귀 전체를 든든하게 덮어주는 헤드폰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음향기기 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위상이 올라가면서 이른바 MZ세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소수의 '취향'이었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무선 헤드폰 시장.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2023년 무선 헤드폰 트렌드를 알아보자.
고공행진 중인 무선 헤드폰
무선 헤드폰 판매량은 고공행진 중이다. 2020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더니 그 다음해에는 25%, 그 다음해에는 무려 75%가 넘을 정도의 폭발적인 판매량 상승세를 보였다. 2023년은 17%로 다소 주춤한 모양새지만 무선 헤드폰이 일회성 제품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4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은 꽤나 준수한 선방이다.
무선 헤드폰의 인기는 셀럽과 미디어의 영향이 작용했다. 무선 헤드폰 붐의 시작을 알렸던 에어팟 맥스는 유명 셀럽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며 대중성을 얻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젠하이저 무선 헤드폰 또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물론 계절적 요인도 무시하지 못한다. 과거의 헤드폰은 차폐성이 좋은 나머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다소 불편했지만 적응형 노이즈 캔슬링 모드, 주변 소리 듣기 모드 등이 생기면서 헤드폰을 벗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크게 올랐다.
여기에 에어팟를 선두로 한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의 등장으로 음향기기에 돈을 투자하는 소비 방어선이 약해지고 초가성비 QCY부터 고급 BOSE까지 가격대별로 선택지가 다채로운 점도 무선 헤드폰 인기의 원인이다.
고성능 VS 가성비
무선 헤드폰 시장은 음향기기 시장의 전통 강자 소니의 입김이 아직 센 편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0% 이상을 유지했던 점유율이 2022년에는 23.4%로 하락, 2023년에는 22.6%를 보이며 가성비에 진심인 QCY에 밀려 점유율 2위로 밀려났다.
QCY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다소 가격대가 있던 소니나 젠하이저, 보스, JBL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저격하며 초가성비를 내세워 2022년 10.7%, 2023년 25.6%대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QCY 이전에는 브리츠가 가성비 라인에서 2020년까지 10%대의 제법 준수한 점유율을 보였으나 2021년부터 한자릿수로 추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급 음향기기로 정평이 난 BOSE와 젠하이저는 꾸준한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어 고음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고 있다.
충성도 높은 애플은 2020년까지 애플 비츠 헤드폰만 판매되다가 2020년 말 에어팟 맥스를 출시하며 2021년부터 점유율이 4~5%대로 상승했다. 전체 점유율을 보면 무선 헤드폰 시장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 제품은 브랜드 팬덤이 강하기 때문에 고성능, 가성비 경쟁에서는 살짝 비켜나 있다.
블루투스 버전 높으면 높을수록 좋아
블루투스는 5.0 이상 버전이 대세다. 2019년까지만 해도 4.0 내외의 블루투스가 주류였지만 본격적으로 5.0 이상 세대가 보편화되면서 2021년에는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지배했다. 2023년 현재는 5.0~5.2버전은 60%대로 점유율이 하락했고 5.3 버전이 30%까지 성장하며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블루투스 버전은 전력 효율과 데이터 전송 안정성에 큰 영향을 주는 기술이다. 블루투스 버전이 높으면 높을수록 무선 헤드폰의 핵심 스펙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상승하고 연결 끊김 현상이 저하된다. 고음질을 지원하는 코덱 활용성도 높아지는 만큼 음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오디오 코덱 SBC, AAC 가장 핫해
무선 헤드폰에서 가장 많이 지원하는 오디오 코덱은 44%의 점유율을 가져간 AAC다. AAC는 현재 대다수의 음원 스트리밍에서 활용되는 코덱으로 MP3 보다 적은 용량으로 좋은 음질을 구현한다.
AAC의 뒤는 33%라는 만만치 않은 점유율을 차지한 SBC가 따라가고 있다. SBC는 음향기기에 적용하는 기본적인 무료 코덱 중 하나로 적은 전력 소모로 MP3와 유사한 음질을 구현한다.
10%대의 점유율을 보인 LDAC는 소니에서 자체 개발한 코덱으로 대부분의 소니 제품에 탑재되어 있다. SBC 보다 약 3배 가량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고음질로 평가하는 HRA(High Resolution Audio)을 재생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준 높은 음질을 감상할 수 있어 고음질을 원하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능이다.
이외 aptX, aptX Adaptive, aptX LL, aptX HD 등 aptX 시리즈 코덱이 뒤를 잇는다. aptX 코덱은 블루투스 딜레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된 코덱으로 음질 부분에서 약간의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aptX HD으로 초고음질 구현을 꾀했다. aptX Adaptive은 aptX LL의 지연성 개선과 aptX HD의 음질 을 개선한 차세대 코덱으로 일부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는 aptX Adaptive 코덱을 지원하지 않는다.
사운드 기능 TOP 5
무선 헤드폰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기능은 잡음을 없애 주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다. 지난 1년간 무선 헤드폰 사운드 기능 중에서 엑티브노이즈캔슬링 기능이 23%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엑티브노이즈캔슬링은 헤드폰 내장 마이크를 활용하여 주변 소리의 음파를 분석하고 해당 음파를 상쇄하는 음파를 만듦으로써 불필요한 소음을 없애는 기능이다. 규칙적이고 중저음에 잘 작동하기 때문에 기차, 비행기 등 엔진 소음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원래 헤드폰 자체가 귀를 감싸 물리적으로 소음을 한 번 막아주다 보니 이어폰의 엑티브노이즈캔슬링보다 더욱 극대화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소리의 차단은 곧 안전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주변소리듣기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소리듣기는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안전 등의 이유로 외부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을 때 적용하는 기능으로 제품에 따라 받아들이는 소음의 세기와 종류를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기도 하다.
저지연게이밍모드는 말 그대로 블루투스의 사운드 딜레이 현상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말한다. 무선 헤드폰은 아무래도 기기의 음향 신호를 받아 헤드폰으로 전달하고 소리를 구현하는 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유선 헤드폰에 비해 화면과 소리에 미세한 오차가 생긴다. 무선 헤드폰으로 게임을 즐겨하는 게이머라면 꼭 필요한 기능이다.
베이비부스터는 저음 부분을 최대한 증폭시켜 웅장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기술로 주로 고성능 제품에 탑재된다. 일종의 우퍼 역할을 하는 셈이다. 휴대용 음향기기 특성상 스피커를 추가 구성할 수 없는 한계를 음향 기술로 강화하여 보다 생동감 넘치는 음질을 전달한다.
EQ는 이퀄라이저를 뜻한다. 소리 신호의 주파수를 음역대별로 자유롭게 조절하는 기능으로 내 입맛에 맞는 소리의 질감을 설정할 수 있게 해준다.
무선 헤드폰 BEST 5
최근 1년동안 무선 헤드폰 판매량 1위의 자리는 QCY H2가 가져갔다. QCY H2는 블루투스 5.3을 탑재한 오버이어 접이식 무선 헤드폰으로 가격이 최저가 기준 2만 원대밖에 되지 않는 극강의 초가성비 제품이다.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탑재되지 않았지만 저지연게이밍모드, 베이스부스터 기능을 통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배터리는 400mAh, 최대 재생시간은 60시간이다. 전용 어플을 통해 EQ설정, 제품 찾기 등의 추가적인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QCY H2에 밀려 아쉽게 2위를 차지한 제품은 QCY H4이다. 블루투스 5.2 버전 접이식 오버이어 무선 헤드폰으로 QCY H2에 없던 액티브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탑재됐다. 노이즈캔슬링이 추가되었다고 해도 가격대는 최저가 약 4만 원대로 무시무시한 가성비를 보여준다. 고음질을 척도가 되는 HRA와 주변소리듣기, 저지연게이밍모드 등을 지원하며 600mAh의 배터리로 최대 70시간(ANC OFF) 동안 사용 가능하다.
소니는 판매량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음향기기 전통 강자의 체면을 살렸다. 소니의 효자 제품 WH-1000XM5는 블루투스 5.2와 3.5mm의 유선 연결을 지원한다. 액티브노이즈캔슬링 및 주변소리듣기 기능은 물론 HRA에 돌비애트모스까지 탑재한 고성능 라인. 소니 제품 답게 오디오 코덱은 SBC, AAC에 더해 LDAC도 빠짐없이 넣었다. 250g의 가벼운 무게와 최대 40시간(ANC OFF)의 풍족한 재생시간이 최대 장점이다.
보스의 자존심을 지켜준 QC 45는 2021년에 출시된 무선 헤드폰이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블루투스 5.1와 3.5mm 유선 연결을 지원하며 액티브노이즈캔슬링, 주변소리듣기, EQ조절, 멀티페어링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무게는 241g, 최대 재생시간은 24시간(ANC ON)이다. 보스 스피커나 사운드바를 가지고 있다면 심플싱크 호환 기능을 통해 간단하게 기기를 연결하고 전환할 수 있다.
애플의 에어팟 맥스는 70만 원에 달하는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무선 헤드폰 판매량의 5위를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블루투스 5.0을 탑재했고 액티브노이즈캔슬링, 주변소리듣기, 스마트센서 기능을 지원한다. 특히, 머리 위치 추적 기능이 추가되어 사용자의 머리 구조에 따른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한다. 최대 재생시간은 20시간(ANC ON), 무게는 384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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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윤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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