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發 M&A' DIG에어가스, 현금 창출력에 가려진 고정비 '압박' [넘버스]

DIG에어가스 상각전영업이익 추이 /사진=DIG에어가스, 그래픽=부광우 기자

맥쿼리자산운용이 매각에 나선 DIG에어가스의 가장 큰 메리트로는 탄탄한 현금 창출력이 꼽힌다. 최근 실적이 기대에 살짝 미치지 못하면서 최대 5조원에 달할듯했던 몸값은 다소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산업용 가스 3위 업체라는 입지는 분명 인수합병(M&A) 매물로서의 장점이다.

반면 매년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돈이 최근 5년 동안에만 3배 넘게 불어나고, 생산 과정에 필수적인 대량의 전기사용료 등 고정비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사업 구조는 거래 가격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은 보유하고 있는 DIG에어가스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입찰에는 KKR과 블랙스톤, 브룩필드, 스톤피크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PEF)들과 더불어 산업용 가스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에어리퀴드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DIG에어가스는 1979년 대성산업과 에어리퀴드가 합작해 설립된 회사다. 그러다 대성산업이 2017년 1조8000억원을 받고 MBK파트너스에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이어 2019년에 MBK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맥쿼리자산운용이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DIG에어가스로 간판을 고쳐 달았다.

DIG에어가스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측면에서 충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전망이다. EBITDA는 M&A 시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핵심 잣대로 활용된다.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의 몸값이 EBITDA 대비 몇 배나 되는지 살펴보며 기준을 삼는 식이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자 비용과 세금 등의 지출과 과거 투자에 따른 유·무형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계산한 값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이 경영을 맡은 후 DIG에어가스의 EBITDA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인수 첫 해인 2019년 1635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1562억원 △2021년 1949억원 △2022년 2165억원 △2023년 1915억원 △2024년 2087억원을 나타냈다.

다만 맥쿼리자산운용이 기대하는 몸값인 5조원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DIG에어가스의 지난해 EBITDA가 2500억원가량일 것이란 추정과 함께, 여기에 20배까지 멀티플을 곱해 매각가를 상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연간 EBITDA가 2000억원 정도에 머물면서, 같은 배수를 적용할 경우 기업 가치는 4조원에 그치게 된다.

그래도 인프라 산업이란 DIG에어가스의 사업 특성은 안정적인 EBITDA 멀티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배경이다. 산업용 가스 회사인 만큼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정적인 미래 실적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DIG에어가스의 설비투자와 수도광열비 추이 /그래픽=부광우 기자

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설비투자의 몸집이 계속 커지고 있다. DIG에어가스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의 유지와 증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걸맞은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설비투자 비용은 경영상 부담이 될 수 있다.

DIG에어가스의 지난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384억원에 달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의 품에 안기던 5년 전과 비교하면 235.1% 급증한 액수다. CAPEX는 미래의 이윤과 가치 창출을 위해 유형자산을 취득한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이다.

수도광열비가 부쩍 확대된 현실도 간과하기 힘든 대목이다. 사업 성격상 감축이 힘든 비용이라서다.

맥쿼리자산운용에 인수된 후 DIG에어가스의 수도광열비는 △2019년 459억원 △2020년 445억원 △2021년 447억원 등으로 한동안 연 400억원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22년 513억원, 2023년 652억원, 2024년 728억원으로 해마다 앞자리가 바뀌고 있다. 판매비와 관리비 중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도광열비가 이처럼 늘면서, DIG에어가스의 지난해 판관비는 1505억원으로 5년 새 36.2%나 증가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DIG에어가스의 경우 벌써 10년 가까이 PEF에 의한 경영 체제를 거쳐온 만큼, 앞으로 수익성을 효율화할 여지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와중 고정비 성격의 지출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은 기업을 매입하려는 쪽에서 가격에 반영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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