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VP→프로골퍼'된 윤석민으로 본 이색 은퇴 행보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4.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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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1 한국프로야구 투수 4관왕(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 승률 1위)으로 KBO리그 MVP에 선정된 윤석민. 2019년 야구 선수 은퇴 후 프로골퍼가 되어보겠다는 공언 이후 잠잠했던 그가지난 24일 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6전7기의 도전 끝에 정말 프로골퍼가 됐다. 그의 나이 37세에 이룬 놀라운 성과.

사실 선수들은 은퇴 후 자신이 종사했던 종목의 지도자가 되거나 행정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식업, 개인 사업 등을 하는 사례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의 선수 은퇴 후 생활이다. 최근에는 강호동을 시작으로 서장훈, 안정환, 이천수, 현주엽, 이대호 등 방송가에서 활약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구 MVP가 프로 골퍼가 된 윤석민의 사례를 통해 한종목에서 정점을 찍고 은퇴한 선수들이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해 눈에 띄는 업적을 이룬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볼까 한다.

야구선수 은퇴 후 프로골퍼가 된 윤석민. ⓒ스포츠코리아 KPGA

▶한종목 정점 찍고 완전 다른 종목 프로 도전

서두에 언급했듯 윤석민은 KIA타이거즈의 에이스 출신이자 야구 국가대표, 메이저리그 도전, KBO리그 MVP 등 야구에서 정점을 찍었던 선수.

그런 그가 어깨 부상을 이유로 다소 이른 33세의 나이에 은퇴한 후 행보가 놀랍다. 프로 골퍼가 되겠다고 공언했고 2020년부터 4년여간의 6전 7기의 도전 끝에 정말 프로 골퍼가 된 것이다. 윤석민은 "사실 이번 프로 선발전이 '마지막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꿈 같은 결과를 얻어 행복하다"며 "프로야구에 데뷔한 후 투수로서 첫 승을 거뒀을때 보다 더 기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고 아시아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리듬체조 국가대표였던 신수지도 20세에 리듬 체조 선수로 은퇴한 후 2014년 프로 볼링 선수가 되겠다고 공언했고 정말 그해 11월 프로볼러 선발전에 합격해 '프로볼러'가 되기도 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에서 프로볼러가 됐던 신수지. ⓒ한국프로볼링협회

한국에서 예전에 이런 사례로 유명했던 것은 바로 21년간 100m 한국 신기록 보유자(10초34)였던 서말구가 은퇴 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 입단했던 것. 당시 서말구의 빠른 발을 이용해 대주자 전문 선수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서말구가 실제 경기에 나오지는 못했다. 워낙 빠르게 뛰는 노하우를 잘 아는 선수였기에 롯데에 트레이닝 코치로 1984 롯데의 사상 첫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해외에도 이런 사례가 간간히 있다. 이탈리아 최고 클럽 AC밀란의 전설이자 이탈리아 수비 축구의 상징이었던 파올로 말디니가 49세의 나이였던 2017년 테니스 공식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에 출전한 것. 물론 1회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프로 테니스 선수로 도전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은메달을 따냈던 미국의 로린 윌리엄스와 롤로 존스는 육상계의 스타였다. 윌리엄스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선수며 존스 역시 미국 허들 국가대표였다.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전향'의 역사는 단연 마이클 조던이다. 전설적인 NBA 쓰리핏(3연속 우승) 이후 아버지가 죽으며 아버지가 자신이 야구선수가 되길 원했던 것을 떠올려 31세의 나이에 돌연 농구 선수를 은퇴하고 야구에 도전했던 것. 물론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가진 못했지만 농구 최고 스타가 야구 마이너리거로 활약한 것은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전향으로 회자된다. 물론 조던의 야구 외도는 1년만에 종료됐고 이후 조던은 다시 두 번째 쓰리핏(3연패)을 달성하고 농구를 넘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야구 외도. ⓒAFPBBNews = News1

▶공직, 정치인이 된 스포츠 스타들

핸드볼 '우생순' 신화의 주역 임오경은 선수 은퇴 후 체육인 출신 처음으로 재선과 지역구 2선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입지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정치인.

사격 올림픽 3연패와 6관왕(금 4개, 은 2개)의 '사격 전설' 진종오는 2022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체육인의 대표주자로 나섰었다. 그리고 이번 4.10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 미래 비례대표 4번으로 당선돼 22대 국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사격의 전설에서 22대 국회의원이 된 진종오. ⓒ연합뉴스

예전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다. 역도 선수 황호동이 1973년 9대 총선에서 전남 장흥·강진·영암·완도군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었으며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태권도 선수 문대성이 36세의 나이로 2012년 19대 총선 때 부산 사하갑에서 당선돼 비례대표인 왕년의 탁구스타 이에리사와 함께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된 바 있었다. 또한 바둑황제인 조훈현이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스켈레톤 윤성빈의 금메달을 만든 이용 감독은 2020년 21대 총선 때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바 있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주요 공직에서도 스포츠 스타들이 등용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역도의 영웅인 장미란이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돼 화제와 논란이 됐고 지금까지도 공직을 지키며 활동 중이다.

지난 2019년에는 '아시아의 인어'로 1980년대 김연아급 인기를 누렸던 최윤희 전 수영선수가 문체부 2차관에 임명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최 전 차관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금메달 3개)과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금메달 2개) 등 아시안게임 수영에서만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아시아의 인어'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가수 백두산과 결혼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최윤희는 이후 20여년간 소식이 뜸하다 2019년 깜짝 문체부 2차관에 발탁돼 놀라움을 선사했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에 지지 선언을 했던 이력 때문에 보은 인사가 아닌가 하는 논란을 받은 바 있다. 최윤희 차관은 1년만에 문체부 2차관을 마친바 있다. 

문체부 2차관인 역도의 전설 장미란.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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