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전쟁 선포한 것”…연금개혁에 격분한 프랑스 대학생들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3. 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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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파리 240건 화재 발생
시민 234명 경찰에 체포되기도
불신임안 부결 불복한 의원들도 시위 합류
대학생 수천명은 파리 13구 행진 벌여
프랑스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서부 르망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시위 도중 ‘헌법 제49조3항’을 의미하는 숫자 모형을 불태우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연금개혁 법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3항을 발동하겠다며 입법을 강행했다. 이에 야권은 하원에 두 건의 총리 불신임안을 냈으나 모두 부결돼 법안은 자동으로 하원을 통과한 효력을 지니게 됐다. 2023.03.22 [사진 = 르망 AFP 연합뉴스]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프랑스 연금개혁안이 최종 통과되자 이에 격분한 시위는 점점 과열되는 양상이다. 노동자들에 이어 대학생까지 거리로 나서 연금개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 프랑스앵포 방송은 연금개혁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나서 밤사이 파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240건이 넘고, 경찰은 시위를 벌인 시민 234명을 체포했다고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경찰이 체포한 사람은 287명이었다. 로랑 누녜즈 파리 경찰청장은 프랑스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시위가 과열되자 시민과 경찰간의 충돌이 빚어졌다”라며 “정당하지 않은 체포는 없었다”고 밝혔다.

극좌성향의 프랑스 야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들이 20일(현지시간) 파리 하원에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첫 번째 불신임안이 부결되자 ‘64세는 안 된다’고 쓴 종이를 든 채 항의하고 있다. 앞서 야권은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연금개혁 법안에 대한 하원표결 생략을 위해 헌법조항을 발동하자 불신임안 제출로 맞섰다. 이날 총리에 대한 두 건의 불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2023.03.21 [사진 = 파리 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는 야권이 제출한 내각불신임안이 부결된 지난 20일부터 서서히 과열 조짐을 보였다. 불신임안이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파리 보방 광장에 시위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내각불신임안 부결에 불복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시위대는 가르니에 오페라 광장 근처에는 쓰레기 수거업체 파업으로 길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파리 시청 근처 샤틀레, 시위가 자주 열리는 바스티유 광장 등에서도 시위대가 불을 내거나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경찰은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아직 노동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대학생들도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대학생 노동조합 연합체인 랄테르나티브(l‘Alternative)는 하원표결을 건너뛴 마크롱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행진을 벌였다. 처음에는 수십명에 지나지 않던 인파는 파리 13구 내 약 5㎞에 달하는 거리를 2시간 넘게 행진하는 사이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강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북서부 렌에서 쓰레기 수거함들이 불타고 있다. 이날 프랑스 하원은 야당이 발의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한다. 이번 불신임안은 지난 16일 보른 총리가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 연금 개혁 법안을 바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2023.03.20 [사진 = AFP 연합뉴스]
프랑스 경찰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반대시위 참가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에 대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겠다고 밝힌 가운데 파리와 그 외 주요 도시에는 쓰레기 수거자 파업으로 쓰레기가 길거리에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2023.03.20 [사진 = 파리 AP 연합뉴스]
엘레노르 슈미트(22) 랄테르나티브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표결을 생략하기로 한 것은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취업준비생인 위고(23)씨는 “정년 연장은 부모님, 조부모 그리고 먼 훗날의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49조3항을 이용한 것은 ‘두 귀를 완전히 막아버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시위의 불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대국민 담화에 나선다.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개혁 반대시위가 이어진 이래 마크롱 대통령은 줄곧 침묵을 지켜온 만큼 그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 설득에 나설지 주목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TV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하원 투표를 생략하고 연금 개혁 법안을 강행한 이후 프랑스 곳곳에서 일고 있는 거센 반발과 관련해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2023.03.22 [사진 = 파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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