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빌라도 못 사겠다?”… 서울 매매량 88% 폭증한 이유

출처: 셔터스톡

서울 빌라 거래 폭증
전세 기피에 매매 전환
정부 정책도 뒷받침

한동안 전세 사기 여파로 침체했던 서울 빌라 시장이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 거래량과 가격 지표 모두 상승세를 나타내며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주택매매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월별 거래량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했다. 1월 1,827건에 그쳤던 거래량은 2월 2,299건, 3월 3,024건으로 상승했고 4월에는 3,434건까지 늘었다. 1월 대비 4월 거래량은 88%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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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량은 2022년 5월 기록한 4,472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당시 시장은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논란이 본격화하기 전으로 비교적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졌던 시기다. 이후 거래량은 꾸준히 줄어들어 1,000~2,000건 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4월 들어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3,000건을 다시 넘어서며 시장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격 지표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연립·다세대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해 올해 3월 143.7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8월 14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신고된 매매 계약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되며 시장의 실질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주변 시세나 호가가 아닌 실제 거래 가격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회복세를 보다 명확히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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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시장이 이처럼 회복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올해 2월 서울 일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며 강남과 송파구 등지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아파트 구매가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빌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세 사기 여파 역시 빌라 매매 증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 피해를 우려해 전세 대신 매매를 선택하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시장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빌라에 대한 전세 기피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전세를 대신한 매매 수요가 유입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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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아파트 주거지원 정책도 시장 회복에 힘을 보탠 요소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수도권 내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이 5억 원 이하인 빌라를 소유한 경우 청약 시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 같은 정책은 실수요자들에게 빌라 매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청약 가점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거래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대차 시장의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빌라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세통합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빌라의 월세는 올해 1~4월에 0.48%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승률인 0.26%보다 두 배 가까운 증가 폭을 보였다. 이는 빌라 월세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투자 수요 유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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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단기민간임대주택 등록 제도가 5년 만에 부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6월 4일부터 단기민간임대제도를 재도입해 비아파트 주택을 보유한 1 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해당 제도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을 6년간 단기 임대로 등록할 때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임대 수익을 고려한 투자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최근 서울 빌라 시장은 거래량과 가격 지표 모두에서 회복 흐름을 보인다. 실수요자의 대체 주거지 선택, 정부의 제도적 지원, 전세 불신 확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가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시장 전반의 수급 구조와 정책 지속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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