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복 성과 디딤돌로 안전한 승계 시동 거는 블랙야크

연지연 기자 2024. 10.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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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상장으로 증시 입성 추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순풍 타고
B2B 시장 공략하면 단기간 기업 성장 가능

등산용품 전문 제조업체 BYN블랙야크의 2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 BYN블랙야크의 산업·안전복 제조판매 계열사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이 그 시작이다. 오는 1월이 되면 블랙야크아이앤씨는 BYN블랙야크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손민균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블랙야크아이앤씨는 12월에 미래에셋비전스팩1호와의 합병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산업용 안전화나 안전복, 산업안전용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의 장남인 강준석 사장(65%)과 차녀인 강영순씨가 지분(28%)을 가지고 있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2022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각종 건설현장의 안전보호 품목 수요가 늘어서다. 블랙야크아이앤씨 매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단연 안전화다. 안전화의 건설현장 보급이 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2022년 매출액은 281억원이었는데, 2023년엔 35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7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품목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엔 건설경기가 주춤했지만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안전용품이나 의류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는 것으로 매출 수준을 유지했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올해부터는 신규 워크웨어 브랜드 ‘웍스원’을 새로 선보인 바 있다. 중고가 안전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다.

유통업계에서는 블랙야크아이앤씨가 앞으로 안전용품이나 안전복을 기업간거래(B2B)로 공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B2B 거래가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어서다. 모든 기업은 성장을 추구한다. 그런데 왜 유독 블랙야크아이앤씨를 둘러싸고 단기간 성장에 힘쓸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걸까.

그 이유는 승계를 시작한 시점이 다소 늦은 탓이다. BYN블랙야크그룹 창업주인 강태선 회장의 나이는 75세다. 금융권이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에 따르면 가업승계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20년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블랙야크아이앤씨가 직접 상장이 아닌 스팩 합병을 선택한 것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추정하고 있다. 통상은 실적이 의미 있게 나오는 기업은 스팩 합병보다는 직접 상장을 해서 공모가를 최대한 높이고 창업주가 가진 주식을 일부 팔아서(구주매출)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상장의 경우 준비를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많고 시간도 더 긴 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합병 비율이 대략 1대0.5라서 블랙야크아이앤씨 입장에선 지분율이 크게 희석되지 않고도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면서 “속도가 중요했다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랙야크아인앤씨는 “회사의 평가가치, 상장 후 지분구조, 자금조달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팩상장을 결정했다”고 했다.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 BYN블랙야크 기업크기는 이미 커졌다. BYN블랙야크는 비상장사라 상속·증여세의 과세표준액이 되는 기업가치를 별도의 평가 없이 가늠하긴 어렵지만, 강태선 회장이 가진 BYN블랙야크의 지분(84.96%)은 최소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미 최고세율인 50% 구간에 진입한 수준이고 최대주주 주식할증까지 감안하면 여기에 20%가 또 추가된다. 주식을 단순 증여·상속하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가업승계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블랙야크아이앤씨의 규모가 커지면 비상장사인 BYN블랙야크를 역으로 합병해 강준석 사장 남매→블랙야크아이앤씨→BYN블랙야크의 구조로 만들 수 있다”면서 “안전복 시장은 몇개 기업이 시장을 나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가진 기업이 아직 없다는 점, 안전 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 등을 잘 살리면 승계를 안정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블랙야크아이앤씨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산업안전용품 시장은 산업안전보건인증원에 등록된 제조사업장이 400여개, 안전화의 경우 등록된 기업이 100여개 이상이다. 실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이 중에서 산업안전용품 시장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블랙야크아이앤씨, K2세이프티, 지벤세이프티 등 3개 회사다. 현재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시장점유율은 8.2%, K2코리아의 K2세이프티의 시장점유율은 13.5% 수준이다. 지벤세이프티의 시장점유율은 약 3.6%다.

한편 가업승계에 대한 질문에 블랙야크아이앤씨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장을 결정했고 조달자금으로 제품 연구개발과 산업현장안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망기업과의 공동연구, 지분투자 등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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