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훼손하는 ‘디지털 성폭력’…“처벌 강화로 경각심을”

선경철 2024. 9.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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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세계에서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피해자까지 국가가 예산을 들여 삭제를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를 폭넓게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의지 표명인 것이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의 사회적 파장이 크다. 

서울대, 인하대 등 대학생 대상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가 이제는 10대들까지 파고들었다. 남들에게 발각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텔레그램’과 같은 폐쇄형 소셜미디어가 범죄행각의 도구로 이용됐다. 

그 안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타인의 일상 사진을 나체 혹은 특정 신체부위와 합성하는 등 성적 목적의 합성편집물(허위영상물)로 제작해 유포를 거리낌 없이 행했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 다수도 10대임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대상도 가족, 친척, 친구, 지인, 교사 등을 가리지 않음이 확인되면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최첨단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온라인과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이를 범죄에 악용하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를 찾는 피해 유형 중 딥페이크등 합성편집물 피해는 2018년 69건에서 2024년 8월 기준 874건으로 약 12.7배 증가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종합 삭제지원 건수 또한 2018년 2만 8879건에서 2023년 24만 5416건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유포 피해도 국내 플랫폼을 넘어 해외 서버기반의 플랫폼 및 성인사이트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딥페이크등 디지털 성폭력은 인격을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다. 헌법상 성적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법적으로도 허위영상물의 제작·유포시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다. 

온라인의 특성상 피해영상물이 업로드 되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유포·재유포되기 때문에 피해의 장기화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폭력에 대해 “지속적 학대를 경험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누군가의 일상을 파괴하는 범죄라는 것과 가해자는 누구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국민적 경각심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첫째, 기술의 진화가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해주기도 하지만 AI 등 신기술이 인권을 침해하는 도구로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신기술의 윤리적 이용에 대한 제도적 컨센서스와 대응이 중요해졌다. 

둘째, 디지털 성범죄의 저연령화에 주목해야 한다. 청소년층에서부터 지인능욕, 겹지인방 개설 형식으로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를 일종의 놀이문화로 인식, 병폐화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법·제도 및 교육에의 개입이 요구된다. 

셋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사진, 내 일상이 누군가의 성적만족감을 위해 선택되어 편집·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 사이에선 딥페이크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SNS 사진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닫고 있다. 사회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성착취물의 지속적 모니터링 및 삭제 지원을 위한 적극적 조치도 강화되어야 한다.  

대구 동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딥페이크 범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딥페이크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과 관련해서는 최근 정부와 국회가 나서 두터운 피해자 보호책을 강구하였다. 

지난 26일 국회에서는 불법촬영물 삭제지원 및 피해자 일상회복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삭제 지원 대상에 피해자 신상정보를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국가 및 지역 디성센터의 설치·운영 근거를 신설하고, 딥페이크등 허위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죄 및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을 이용한 협박·강요죄를 신설해 처벌토록 했다. 

처벌 강화는 디지털 성범죄가 명백한 범죄라는 경각심을 세워줄 것이다.

또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법적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법집행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해외 불응사이트들에 대한 삭제 요청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며, 지역 센터를 통해 피해자가 어디서든 균질한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신상정보를 삭제지원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그간 이름, 직장정보 등이 피해촬영물과 함께 유포되어 고통받던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국민의 잊힐 권리 보장’은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피해자까지 국가가 예산을 들여 삭제를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를 폭넓게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의지 표명인 것이다. 

또한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상담, 심리프로그램, 법률, 의료 지원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특화상담소 등 국가의 피해지원 전달체계를 통해 비용 지불 없이 지속적인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딥페이크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 또한 10월경 발표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을 주축으로 하여 8월 30일부터 딥페이크 대응 TF가 운영 중에 있는데, 여성가족부, 교육부, 경찰청 등 다양한 부처가 참여하여 처벌, 수사, 교육, 피해지원 등을 망라한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도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기 위해 관계 부처 및 기관이 함께 공조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또한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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