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을 위해 달아둔 카메라가 적의 눈이 됐다. AI가 붙으면서 영상 수집과 분석의 문턱이 동시에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에 설치된 민간 폐쇄회로TV와 웹캠 등이 허술한 보안 탓에 현대 전장의 군사 정보 수집과 표적 감시, 공격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보기관과 사이버 보안 전문가, 군 관계자, 해커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상의 보안 기기들이 전쟁의 도구로 변모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11일 전했다.

"AI가 모든 걸 바꿔놨다"
보도에 따르면 각국 정보기관은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 가운데 보안이 취약한 기기를 찾아내 비밀번호를 대량 대입하는 방식으로 무단 접속을 시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카메라 해킹뿐 아니라 방대한 영상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도 한층 쉽게 만들었다. 알고리즘은 영상 자료를 훑어 정보 요원들이 주목할 만한 장면과 패턴을 찾아낸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국제 해커 그룹 팀 원피스트의 리더는 "AI가 모든 걸 바꿔놨다"고 말했다.

"크림반도 카메라로 헬기를 쫓았다"
실제 전장에서도 카메라 해킹을 활용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 동향을 감시하고 새 공격 목표를 찾거나 공격 피해를 평가하는 데 카메라 해킹을 활용해 왔다. 팀 원피스트는 2022년 말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카메라에 접근해 러시아의 군용 헬기 등 군사 자산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 이동 경로를 따라 러시아 공군 기지를 파악하고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해 공격에 도움을 줬다.

"키이우 주택가 웹캠까지 노렸다"
러시아의 해커들 역시 2024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주택가 웹캠을 해킹해 표적을 탐색하고 미사일 공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022년 전쟁 발발 후 안보 위험이 있는 카메라 약 4만 대를 파악해 보안을 강화하거나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해킹은 중동 분쟁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올해 초 이스라엘의 한 양계장 농부는 스마트폰 웹캠 앱을 켰다가 설정 언어가 아랍어로 바뀐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감시 카메라는 설치 목적이 안전이지만, 인터넷에 연결되는 순간 누구의 눈이 될지는 보안 수준이 결정한다. 초기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기기 한 대가 군사 시설 인근의 실시간 관측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장과 일상의 경계가 네트워크 위에서 흐려지고 있다. (사진 출처=YTN,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