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일하거나 경영하는 회사가 퇴사율이 높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① 적은 급여
②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업무 환경
③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
④ 직업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
이유는 4가지 중에 하나 혹은 그 이상 포함되겠죠.
모두 큰 틀에서 인적 자본 관리를 못하는 상황인데요.
이런 회사, 입사를 피해야 하고 투자도 피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알아봤습니다.
01.
인적 자본 관리, 그게 뭔데?
‘인적 자본 관리’(Human Capital Management)란 직원을 뽑아 급여를 주고 교육·투자하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행위입니다. 나아가 직원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챙기고 바람직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도 포함해요.
인적 자본 관리를 잘 하면 직원 이탈률이 낮아집니다. 그를 통해 뛰어난 역량을 갖춘 조직 구성원을 잘 유지할 수 있고, 그렇게 갖춘 인적 자산은 경쟁 상황에서 우위 요인이 됩니다. 퇴사율이 낮은 기업은 구직자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적 자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기업 실적과 투자 성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를 투자 시장에서 ‘ESG 경영’이라고 합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이니셜을 딴 용어인데요. 환경과 거버넌스는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해서 어떤 말인지 알겠는데, 사회는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낯섭니다.
ESG에서의 사회 분야는 큰 틀에서 직원과 소비자,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 나아가 개인정보를 포괄하고요. 광의로는 인권 전반으로도 다뤄집니다. 어느 하나라도 놓쳐선 안 될 이슈죠.
02.
‘S’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2020년 5월, 하버드대 로스쿨 기업거버넌스포럼(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S(사회)가 E(환경)와 G(거버넌스)만큼이나 중요해졌고, S를 관리하지 않으면 기업 리스크를 키우고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대로 S를 관리하는 건 그 자체로 기업 평판을 키우는 좋은 PR 활동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하죠. 해당 리포트의 제목처럼 우리는 ‘ESG에서 ‘S’를 다시 생각할 시간’(Time to Rethink the ‘S’ in ESG)에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기업 평가기관이나 투자자들 사이 ESG에서 사회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기업도 관련 상황에 ‘반응’하는(Reactive) 위치에서 ‘사전 대응’하는(Proactive) 위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리포트의 요지입니다. 과거엔 인적 자본 관리를 회계나 비용-효율 관점으로 따졌다면, 오늘날엔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죠.
관점이 왜 달라졌을까요?
03.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 진정성
투자사도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여깁니다. 기업과 구성원 간 상호작용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ESG 경영과 연결되니까요.
세계에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Schroders)가 발행한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 2022’ 리포트를 보면, 투자자 입장인 펀드 운용사가 기업들과 소통하기 원하는 3대 이슈 가운데 인적 자본 관리가 기후 이슈보다 더 우위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슈로더는 “지속 가능 투자에서 핵심적 부분은 주주 행동주의”라며 “기업은 주주들에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기업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투자자, 수많은 펀드 가입자들의 이해관계를 책임지는 펀드 운용사들은 기업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고 기업 행위에 대한 기대치를 설정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머로우 소달리’(Morrow Sodali)의 리포트에서도 인적 자본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전 세계에서 총 29조 달러(한화 총 3경8000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42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어떤 이슈 때문에 관여 활동을 수행하게 됐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기관투자자들은 ‘2020년 특히 경영 관여 활동을 하게 한 요인’으로 기후 변화(85%)와 평판리스크(64%)에 이어 인적 자본 관리(64%)를 뽑았습니다. 리포트는 “인적 자본 관리는 수년간 지배적 이슈로 자리매김”했다며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포함해 코로나19가 직원 복지에 끼친 영향으로 인해 특별한 중요성을 띠게 됐다”라고 전합니다.

머로우 소달리는 2020년에도 동일한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기업 목적과 문화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거나 양적인 인적 자본 지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기관투자자들의) 기대를 채울 수 없다”라고 리포트에서 강조합니다.
-머로우 소달리, ‘2020 기관투자자 설문조사’ 중
04.
‘주주 행동주의’와 직결되는 이유
오늘날 투자시장에서 인적 자본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는 주주 행동주의와 관련이 깊습니다.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 행동주의는 헤지펀드의 대표적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입니다. 추가로 개인 투자자나 주주 연대도 적극적으로 여기에 참여하기 시작했죠.
주주 행동주의 목적은 주주로서 투자자의 장기적 가치를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길 바라고 기업과 소통하며 거시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ESG는 자연스럽게 주주 행동주의와 직결되며, 인적 자본 관리도 당연히 그 안에 포함되죠.

실제로 직원의 근로 환경 개선을 회사에 요구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단체도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애즈유소우’(As You Sow)는 기업 ESG와 관련한 11개 프로그램을 놓고 기업에 주주제안을 했는데요. 2020년, 어드밴스드 오토 파츠(Advanced Auto Parts)와 오토존(AutoZone), 울타 뷰티(Ulta Beauty) 등 다수의 기업 경영진과 대화해 직원들의 낮은 급여는 리스크가 있다는 문제 의식을 이끌어냈습니다.
또 패스널(Fastenal), 제뉴인 파츠(Genuine Parts), 오릴리 오토모티브(O’reilly Automotive)와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주주 과반의 지지를 얻어냅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인적 자본 관리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회사 정책과 목표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냅니다.
05.
복지 혜택이 ‘돈’되는 이유
지난해 4300여 개 기업에 연간 유급 휴가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를 전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한 자산운용사가 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인데요.
연간 유급 병가를 제공할 의무가 없었던 미국 리테일 기업의 인적 자본 관리에 관여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의무가 없지만 공식적으로 직원들에 연간 유급 병가를 충분히 제공하고, 전 직원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라 요청했죠.
일례로 미국 헬스케어 기업이자 약국 소매업체인 CVS 헬스(CVS Health)의 2022년 5월 주주총회 때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병가 정책을 채택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주주 제안이 담겼고, 슈로더는 이 제안을 지지하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슈로더는 직원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면 기업 고용 상황을 개선하는 성과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사례를 소개합니다.
케이티 프레임(Katie Frame) 슈로더 사회적 주제 담당자는 “미국 내 한 리테일 기업이 유급 병가 등 경쟁력 있는 혜택을 도입한 뒤 모니터링한 결과 직원 이탈률이 세 배는 낮아졌다”라고 말합니다.

학술기관의 실증적 조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직업 환경 의학 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Environmental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고용주 입장에서 유급 병가 제도를 채택해 절감할 수 있는 결근 관련 비용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연간 6억3000만~18억8000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루시 러너(Lucy Larner) 슈로더 사회적 관여 담당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유급 병가가 직원들과 비즈니스 성과에 가져오는 이점을 확인한 후 이를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정책만큼은 아니더라도 근로자들에게 유급 휴가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을 확립하는 기업이 늘었다”라고 설명합니다.
06.
결론
인적 자본 관리를 신경 쓰면
직원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품고 성장하고
투자자의 재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슈로더의 앵거스 바우어 지속 가능 투자 리서치 대표는 “그간 직원은 ‘비용’에 포함됐기에 인적 자본 관리도 전통적 회계 패러다임에 있었다”라며 “하지만 회사가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 역량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가요?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가요?
직원을 ‘비용’으로 보는 기업은 피하고
‘투자’ 관점으로 보는 기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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