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방산기업과 민간기업의 기술동맹

2023. 3.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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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기술을 보유한 민수 기업에 대한 군과 방산업계의 '구애(求愛)'가 예사롭지 않다. 방위사업청과 방산기업이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산펀드'를 출시·준비 중이며, 군에서도 민간의 혁신적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신속획득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육성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역대 최고 수출을 달성한 방산업계가 민수 기업의 참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기체계의 패러다임이 근본부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인기, 정찰 풍선 이슈 등을 통해 그간 보지 못했던 위협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 전장 환경의 분석 및 개발 과정을 거쳐 시험평가에 이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러한 위협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 적합한 상용 기술이 있다면 과감히 선도입하고, 진화적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군과 방산업계가 깊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무기체계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상용 기술의 도입은 더없이 절실하다. 그러나 과감한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지만, 복잡한 절차와 규정은 첨단 기술기업의 사업 참여를 망설이게 만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무기 획득 절차를 함부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팔란티어의 '기술동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인 피터 틸이 창업한 팔란티어는 국방 및 수사기관을 위한 고담, 민간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그러한 팔란티어에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팔란티어가 록히드마틴과 함께 미 해군의 통합 전투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팔란티어의 아폴로는 복잡한 시스템에서도 소프트웨어의 배포, 업데이트 및 모니터링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약간의 상상력을 보탠다면 가까운 미래에 테슬라 자동차의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과 유사한 환경이 군 전투체계에 구현될지도 모른다.

록히드마틴은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춘 굴지의 방산업체이지만, 팔란티어와의 협업으로 혁신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커뮤니케이션·플랫폼 통합은 록히드마틴이, 솔루션의 개발·적용은 팔란티어가 담당한다. 체계업체와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수출시장에서 과감한 협력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무장한 글로벌 경쟁자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기관도 우리 기업들이 미래 글로벌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고 그러한 차원에서 지난 1월 한·UAE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MOU' 체결은 의미가 크다. 향후 전장은 디지털 군대와 아날로그 군대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전자에 설지, 눈앞의 성과에 자화자찬하며 후자에 멈출지는 지금의 선택에 따라 좌우될지도 모른다.

'팔란티어'는 고전 판타지 명작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 구슬의 명칭이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먼 거리나 미래도 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록히드마틴과 팔란티어의 행보에서 방위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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