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담대 조회 200% 급증…'불황형' 대출 쏠린 풍선효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은행권 대출 벽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의 자동차담보대출이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제2금융권 캐피털과 저축은행 상품 중 하나인 자담대 금리가 은행 신용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에 달해 풍선효과를 내는 양상이다.

12일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담대 한도조회는 1484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2만건) 대비 20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 6월 한 달간 한도조회 건수는 300만건을 돌파해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자담대는 개인 신용만으로는 대출한도가 부족하거나, 금리 수준에 부담을 느끼는 대출자에게 대안적 선택지로 제시된다. 대출자가 가진 차량의 자산가치를 담보로 설정하면 신용대출보다 더 나은 조건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담대는 카드론·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과 함께 '불황형 대출'로 분리되지만, 대출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사로서도 상대적으로 대출 부실률이 낮아 부담이 덜하다. 필수재인 자동차 압류를 피하려는 대출자의 상환 의지가 높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은행권도 자담대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올해 4월 전북은행은 핀다에 1금융권 최초로 자담대 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의 최저금리는 7.92%로 카드론보다 저렴하고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과 비슷하다.

다만 불황형 대출로 쏠림현상이 벌어지는 상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이 없으니 마지막 수단으로 자동차까지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하는 것"이라며 "자담대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들이 한계 상황에 몰렸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자담대와 함께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70조1000억원이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전년동기 대비 2.8% 늘어난 액수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계부채 관리를 압박하고 있어 앞으로도 불황형 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15일 가계대출 실태와 관련해 은행권 현장점검에 나선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6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5월 대비 4조4000억원 늘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