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의 큰손 MBK, 이 회사를 찾아온 곳과 이 회사가 찾아간 곳 [박용범 칼럼]

박용범 기자(life@mk.co.kr) 2024. 10. 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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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놀랍게도 MBK는 이번에는 "영풍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분쟁에서 MBK는 쓴 잔을 마셨다.

한국타이어 분쟁 당시 MBK가 동원한 펀드는 스페셜시츄에이션(SS)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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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칼럼
한국타이어 형제 갈등 개입하자
내분 겪는 기업들 줄줄이 SOS
지분 낮은 오너 주주들 초긴장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변곡점
밸류업, 자율적 추진 절실해져
이미지=챗GPT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따서 만든 사모펀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한국인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부호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여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동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이런 MBK가 지난해 말 다소 이례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한국타이어 형제간 분쟁에 개입한 것. 궁금했다. 누가 기획을 했을까.

MBK는 “우리가 먼저 조현식 고문 측에 (동생과 싸워보자는) 딜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체적 진실은 반대일 수 있다. 고객을 보호해야할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MBK는 본인들이 이일을 먼저 기획했다고 공식화했다.

9개월이 지나 2탄이 시작됐다. 역시 기획자가 궁금했다.

놀랍게도 MBK는 이번에는 “영풍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고객이 제발로 찾아왔다는 뜻이다. 실로 엄청난 변화다.

한국타이어 분쟁에서 MBK는 쓴 잔을 마셨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하지만 속으로 웃었다. 거의 들은 돈 없이 굉장한 광고가 됐기 때문이다.

사석에서 만난 MBK 고위 관계자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한국타이어 분쟁 개입 이후) 여러 재벌에서 우리를 찾아왔다. 심지어 갈등 관계에 있는 양측이 따로따로 도와달라고 찾아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이 고객이 찾아오는 영업으로 바뀐 것이다.

한국타이어 분쟁 당시 MBK가 동원한 펀드는 스페셜시츄에이션(SS)펀드였다.

하지만 이번 고려아연에는 규모가 훨씬 큰 6호 바이아웃 펀드를 내세웠다. 속사포로 적진의 간을 본 다음 주포(主砲)를 꺼낸 셈이다.

시가총액 17조원의 우량회사 고려아연. 국내 기업 중 시총 24위로 카카오, LG전자, SK텔레콤보다 기업가치가 크다. 여기를 3조원이 안되는 돈으로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첫번째 공격이 실패했는데도 고객들이 몰려왔다.

두번째 공격이 성공한다면 구름처럼 몰려와 줄을 설 것이다. 그것도 저마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다. 형제간, 부모자식간, 사촌간, 동업자간 의가 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못 먹더라도 남이 먹는 꼴을 못보겠다’는 심보로 달려들며 이성적 판단과는 1차 결별을 한 사람들이다.

이번 사태에 개입한 MBK를 어떻게 볼지는 논외로 하자. 확실한 것은 이제 지분율이 낮은 대주주에게 경종이 울렸다는 점이다.

당장 사모펀드의 공격이 아니더라도 상속·증여세 근간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의 후손들이 당면할 현실이다.

성벽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대주주에게 방법은 둘 중에 하나다. 성벽을 더 높게 쌓거나 성벽을 개방하는 것이다.

첫번째는 지분율을 높이거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두번째는 유능한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이사회 일원 등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수천억원, 수조를 투입해 지분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 지분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해볼 만 하다.

정부가 연초부터 각종 당근을 풀며 밸류업을 외쳐왔지만 코스피는 여전히 박스피에 갇혀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가가 오르면 더 큰 세금 부담을 지게되는 오너들의 이해관계와 상충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성벽을 스스로 높일 유인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 성벽을 개방할 생각이 아니라면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억지로 시킬 때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밸류업은 오너들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명제가 됐다.

관점부터 바꿔보자.

자산·매출 기준 기업 순위는 이제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간다.

글로벌 기업은 이런 기준으로 기업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매시간 생물처럼 변하는 기업가치(시가총액)로 투자자의 평가를 냉정하게 받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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