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잠수함 사업, "한국에 다시 기회오나"... 스웨덴과 협상 삐걱대는 진짜 이유

A26 잠수함 이미지

지난해 11월 말, 폴란드 정부가 차세대 잠수함 사업 '오르카(Orka) 프로그램'의 1순위 협상 대상국으로 스웨덴 사브 코쿰스를 낙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방산업계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까지 연이어 폴란드 시장을 석권해온 한국 방산에게 잠수함 사업은 마지막으로 남은 초대형 프로젝트였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 폴란드 정치권과 방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폴란드 국방부 차관까지 "스웨덴 측 제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협정은 체결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제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한국 장보고-III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을지 그 배경을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야당이 불러일으킨 특별 회의의 파장


모든 것은 2026년 4월 15일 폴란드 국회 국방위원회(SKON) 특별 회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야당인 법과정의당(PiS) 소속 미하우 야흐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요청으로 개최된 이 회의의 핵심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왜 폴란드 해군이 순항 미사일이 없는 잠수함을 도입하려 하는가"라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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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제는 2026년 2월 25일 폴란드 군수청 관계자들이 국방위원회 산하 회의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사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즉각적인 부정적 반응이 국회에서 터져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산 전문가들의 반발이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당은 이를 놓치지 않고 특별 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며, 준비된 자료들이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되면서 국방부 관계자들조차 기존 입장을 일부 철회하기 시작하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죠.

국방차관의 놀라운 발언, "다른 제안도 여전히 유효하다"


회의 과정에서 나온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스타니스와프 브지옹텍 국방부 차관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는 "만약 우리의 기대와 이전에 제출된 스웨덴 측 제안 관련 문서들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협정은 체결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제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힌 것입니다.

이는 스웨덴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공개적으로 상정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이죠.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브지옹텍 차관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언급한 대목입니다.

그는 이 제안들이 국방부, 폴란드군 총참모부, 군수청, 재정부, 경제부, 국유자산부 장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서 이미 평가 및 순위가 매겨졌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즉, 스웨덴이 1순위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미 모든 후보의 순위가 매겨져 있으며, 1순위와 협상이 불발되면 즉시 다음 후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한국 한화오션의 장보고-III도 그 평가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죠.

핵심 쟁점이 된 순항 미사일 탑재 문제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순항 미사일 탑재 여부입니다.

야흐 의원은 국방위원회에서 세 가지 예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순항 미사일이 없는 상태에서 이 함정들이 어떤 작전적·억지적 가치를 지니는지, 이런 구성의 A26 잠수함 구매가 폴란드군의 장기 억지 전략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그리고 순항 미사일 탑재 여부에 따른 억지력과 작전 가치 차이 분석이 수행되었는지를 물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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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대목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미안스키 제독은 국방위원회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순항 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완제품으로 파는 나라가 지금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당장 구할 수 있는 기성품 중에는 순항 미사일 장착 잠수함이 없다는 논리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 주장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폴란드 해군은 '완제품 잠수함'을 사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잠수함 같은 고가의 무기 체계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거래되지 않습니다.

각 나라가 자국의 작전 환경, 요구 성능, 운용 방식에 맞게 일일이 수정하고 개조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인 것이죠.

실제로 오르카 프로그램에 참가한 모든 후보 잠수함은 '폴란드 맞춤형'으로 개조되어 납품될 예정입니다.

스웨덴 A26도 마찬가지이며, 한국 장보고-III나 프랑스 스코르펜, 독일 212CD 모두 폴란드가 원하는 사양에 맞춰 설계를 변경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성품에 순항 미사일 장착 모델이 없다"는 제독의 말은 애초에 논점이 틀린 발언인 것이죠. 어차피 맞춤 제작을 할 것이라면 "순항 미사일을 추가로 넣어달라"고 요구하면 그만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MdCN 순항 미사일을 통합해 제공하겠다고 이미 제안했고, 한국도 순항 미사일 통합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시중에 없다'는 제독의 말과 현실이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프랑스 바라쿠다급 잠수함

결정적으로 프랑스와 한국 두 나라가 이미 통합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회의에서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죠.

특히 프랑스는 이미 실전 검증된 MdCN 순항 미사일을 잠수함과 함께, 별도의 정부 협상 없이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이 미사일은 프랑스 해군 바라쿠다급 핵잠수함에서 이미 운용 중인 실전 검증 무기인 것입니다.

한국 역시 장보고-III에 탑재 가능한 현무 계열 순항 미사일 통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잠수함에 순항 미사일이 그토록 중요한가


야흐 의원은 폴란드 잠수함에 순항 미사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는 폴란드 공화국의 전략적 안보에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자산"이며 "1,000km가 넘는 사거리 내에서 러시아의 전략 시설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또한 향후 잠수함에 이런 무기를 장착하려면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며, 수직 발사 시스템을 추가하려면 선체 일부를 개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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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국 군사감찰부 부장인 아담 르제츠코프스키 소장의 설명은 더욱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공중, 지상, 함정 기반 순항 미사일 운반 수단 중에서 잠수함이 가진 독보적 장점을 강조한 것이죠.

잠수함은 폴란드 영토보다 목표물에 훨씬 더 가까이 접근하여 은밀하게 작전할 수 있으며, 이는 적군이 미사일 발사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잠수함은 적이 전혀 대비하지 못한 방향, 예컨대 북쪽에서도 공격할 수 있는 것이죠.

지상 발사대나 항공기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이점인 것입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제공권 장악과 정밀 타격 능력"이 폴란드군 2025-2039년 7대 개발 우선순위, 이른바 '빅 세븐'에 포함된 핵심 과제라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폴란드 해군만 이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순항 미사일 없는 잠수함을 선택하려 하고 있는 것이죠.

폴란드 육군은 순항 미사일 획득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데, 해군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발트해 잠수함의 진짜 임무는 무엇인가


지미안스키 제독은 "전통적인 어뢰와 기뢰 무장을 갖춘 잠수함이라 할지라도 발트해에서 진정으로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도 결정적인 허점이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궁색한 것이죠.

폴란드는 이미 해군 미사일 부대를 창설해 발트해에서 러시아 수상함의 움직임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입니다.

남은 위협은 러시아 잠수함뿐인데, 이는 러시아 발티스크 기지 출구에서 불과 26km 떨어진 폴란드 국경 인근에 해상 기뢰를 부설하는 것으로 훨씬 저렴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는 잠수함을 기뢰 부설용으로 쓴다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죠.

결국 폴란드가 거액을 들여 잠수함을 도입하는 진정한 의미는 러시아 본토 전략 시설에 대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순항 미사일 없이 어뢰와 기뢰만 운용하는 잠수함은 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브지옹텍 차관은 미래 폴란드 잠수함이 "가장 현대적인 무기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며 "해상에서 공중, 수상, 지상, 수중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순항 미사일과 대함 미사일이 없다면 이는 사실상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 것이죠.

한국에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기회의 창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폴란드 잠수함 사업이 재검토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고 보입니다.

국방부는 협상이 완료되는 2026년 6월까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의회와 전문가들의 압박은 계속 거세지고 있는 것이죠.

스웨덴 A26의 가장 큰 약점인 순항 미사일 통합 능력 부재가 계속 쟁점화된다면, 이미 순항 미사일 통합 제안을 제시한 프랑스와 한국의 제안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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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의 장보고-III는 여러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실전 배치되어 운용 중인 검증된 플랫폼이며, 수직 발사 시스템을 통해 잠대지 순항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죠.

한화오션은 이미 K2 전차와 K9 자주포 사업을 통해 폴란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에서 뛰어난 실적을 쌓아왔으며, 이는 폴란드 산업계 참여라는 핵심 평가 기준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웨덴 선정 이유 중 하나도 폴란드 산업계 서비스·수리·정비 역량 구축과 공급망 참여였는데, 이 부분에서 한국은 이미 증명된 파트너인 것이죠.

물론 현 단계에서 한국이 다시 선정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그러나 한 번 닫혔다고 여겨졌던 문이 다시 열릴 조짐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폴란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치열한 논쟁의 결과에 따라 한국 방산이 또 하나의 대형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향후 몇 달간 바르샤바에서 흘러나올 소식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