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서울 진보교육감’… 투표율 23.5%, 직선제 무용론 나와

표태준 기자 2024. 10. 1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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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후보자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과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정근식(67)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지난 10년간 서울 교육을 이끌어 온 ‘진보 정책’이 당분간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번 선거는 진보 조희연 전 교육감이 불법으로 직을 상실하며 치러진 선거지만, 보수 진영은 서울시 교육감 탈환에 또다시 실패했다.

정 당선인은 17일 당선증을 받는 대로 서울시교육감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조 전 교육감 잔여 임기인 1년 8개월이다. 정 당선인은 이날 당선이 확실시되자 “보궐선거 승리로 진보적 혁신 교육 계승의 사명을 이뤄냈다”며 “치열한 역사 의식과 문화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서울 교육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남대와 서울대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주로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매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정 당선인 승리에는 ‘단일화 성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 진영은 한때 출마를 선언한 이가 10명에 달할 정도로 후보가 난립했지만 결국 1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그의 당선으로 ‘혁신학교’ 등 진보 교육 정책의 명맥은 이어지게 됐다. 대표적으로 조 전 교육감이 249개까지 늘린 혁신학교를 더욱 확대·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기간 내내 ‘역사 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그는 ‘역사 교육 자료 센터’를 설립하는 등 역사 교육에 투입되는 교육청 자원을 늘린다고 공약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최종 투표율이 23.5%에 그쳐 ‘깜깜이 선거’라 불리는 교육감 직선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함께 치러진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 등 4개 기초단체장 선거 투표율(53.9%)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서울특별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진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오전 서울 잠원동 반원초등학교 강당에 차려진 반포3동 제2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학생 84만명을 관할하고, 공립학교 교사와 교육공무원 5만여 명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연간 서울시교육청 예산만 11조원이 넘는다. 이처럼 권한이 막강한데도 투표율이 낮은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투표율이 20%대에 그치면 조직을 동원할 역량을 갖춘 쪽이 유리해지기 때문에 국민 대표성은 사라진다”고 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투표용지에도 정당 표시가 없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각 정당을 상징하는 빨간·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정치색을 드러냈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이렇게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는 선거지만, 선거 관리 비용으로 이번에만 세금 565억원이 투입됐다. 이 때문에 차라리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감을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나 시·도지사 임명제 등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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