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통과되는 기획안은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일상에서, 직장에서 매일 기획합니다

기획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마케팅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기획자나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컨설팅 기업과 같은 전략 컨설팅 등의 종사자가 맨 처음 떠오르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획’은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것입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갈까?”

“캐시미어 겨울 코트를 살까 말까? 롱패딩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게 따뜻하다는데. 유행이 지났다고 놀리면 어쩌지?”

“어머니가 올해 환갑(칠순)이신데 어떻게 기념해야 하지?”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기획한다 ©픽사베이

우리는 일상에서 선택이 필요한 많은 순간과 만납니다. 취향, 가격, 주위 평판, 상대방 선호도 등을 예민하게 조사하고 관찰해서 가장 최적의 해결 방안optimal solution을 찾아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기획을 수백, 수천 번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이 있지요.

큰맘 먹고 캐시미어를 살지 말지, 산다면 어디에서 얼마에 무슨 색깔로 살지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회사의 브랜딩 전략을 기획하는 프로세스에 비해서 결코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일터에서 매일 마주하는 업무도 역시 기획의 연속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전략 기획 담당자가 아니어도 말이에요.


진짜 열망(Desired Goal = WHY)을 찾아라

여기서 기획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기획企劃, planning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변화를가져올 목적을 확인하고, 그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학 사전-

여기서 공통으로 보이는 건 ‘목적goal’입니다. 그냥 목적이 아니라 대상의 변화를 가져올, 열망하는 목적이지요. ‘WHAT(무엇)’을 목적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됩니다. 여름휴가가, 캐시미어가, 부모님의 환갑(칠순) 기념 자체가 우리의 열망하는 목적 그 자체는 아니잖아요. 여름휴가를 통해 ‘뾰족하고 날카로워진 일상의 독을 지워내고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과 힘을 충전받아 오는 것’ 등과 같은 것이 진짜 목적desired goal입니다. 그런데 진짜 목적에 대한 고민이 없이, 어디서, 얼마의 가격에, 언제 등만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공허한 기획이 됩니다. 그래서 그 많은 기획서가 WHY(왜)부터 시작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적합한 행동(The Activities)을 찾아라

기획의 정의를 다시 보겠습니다.제가 하도 정의를 강조하다 보니 이 사전을 만든 사람은 뿌듯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企劃, planning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변화를가져올 목적을 확인하고, 그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학 사전

색깔로 표시된 행동activities을 자세히 봐주시길 바랍니다. 목적desired goal을 성취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취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적합한 바로 그 행동’을 어떻게 찾는가입니다.

우리는 이 행동을 찾는 데 매우 서툽니다. 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 연습이 덜 되어 있거든요. 어떤 문제든지 복잡한 현상이 빼곡하게 얽혀 있는 상태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손댈 수 있는 영역으로 잘게 쪼개어 덩어리를 지어줘야 합니다. 《기획의 정석》 박신영 저자는 이 단계를 ‘dividing’이라고 칭하며 ‘누가누가 잘게 쪼개나’와 ‘누가누가 의미 있는 단위로 묶나’의 싸움이라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자, 이제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가 등장할 시간입니다.


로직 트리로 생각을 짜임새 있게 정리하기

일반 회사원들에게 가장 적용하기 좋은 툴은 로직 트리logic tree입니다. 로직 트리는 할 수 있는 한 문제를 잘게 쪼개어 봄으로써 가장 적합한 행동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트리의 기본적인 형태를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여기에서는 하위 두단계까지 내려갔지만, 더 세밀하게 쪼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나는 우울해’라는 문제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우울하다는 건 추상적인데다가 당장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하는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좀 더 쪼개어 보겠습니다.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요? 저는 몸, 마음, 관계,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보았습니다.

‘우울하다’는 저 높은 곳에 있던 추상적인 문제가 좀 더 손에 잡히는 과제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의 9가지 문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이것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하나씩 정리해나 가다 보면 우울한 마음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여기에서 끝나면 안 되고 사실은 더 내려가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쪼개다 보면 진짜 이유를 찾게 되고,우리의 목적desired goal을 해결하기 위한실현 가능한 행동activities도 마침내 찾을 수 있게 됩니다.

Why-How 질문법으로 로직 트리를 만들어보자

로직 트리를 쪼개어 내려가는 방식에는 WHY와 HOW 질문법이 있습니다. 먼저, 해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왜WHY’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나는 우울해. 왜? 몸이 안 좋아. 왜? 수면 장애로 자꾸 깨서 하루에 세 시간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왜? 글쎄, 늦게 자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왜? 요즘 미드에 푹 빠졌거든. 퇴근 후 두 편씩 보다 보니 매일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게 돼. 잠자리에 누워서도 자꾸 그 장면들을 생각하다 보면 2시가 훌쩍 넘어가….’

우울한 이유가 수면 장애 하나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WHY를네 번 반복하면서 우리가 실현 가능한 행동을 찾았습니다. 퇴근 후 미드를 시청하는 행동 패턴을 바꾸면 되는 거죠.

HOW 트리도 방식은 비슷합니다. 해결 방안을 찾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어떻게HOW’라는 질문을 반복합니다.

‘우울한 상태를 고쳐야겠어. 어떻게? 몸을 건강하게 해야지. 어떻게? 5kg 늘어난 체중을 원래대로 줄일 거야. 어떻게? 식단 조절을 해야지. 어떻게? 앞으로 한 달 동안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고, 저녁 9시 이후에는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야. 어떻게? 집에 있는 빵과 과자는 모두 버리고, 점심 메뉴는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고르겠어. 매일 저녁 9시마다 알람을 울리게 해서 경각심을 가져야지.’


So What-Why So 질문으로 논리를 촘촘하게

《로지컬 씽킹》의 저자들은 맥킨지식 논리적 사고와 구성의 기술로 ‘So What-Why So’ 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별 것 아닙니다. 연역과 귀납 쌍방향이 말이 되도록 논리를 짜라는 의미입니다.

“진짜로 문제가 이거라고요?”
“이게 정말 해결책이 맞아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죠? 상대방의 지적질에 속이 울컥합니다. ‘더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보시지.’라는 분한 마음도 들겠지만 잠시 기획서를 다시 들여다봅시다. 꼼꼼히 보면 Why So(구체적 방안이 무엇인가?)와 So What(그 결과 무엇이 되는가?)이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세우고자 합니다. 첫째,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유통 채널을 넓히겠습니다. 셋째, 정부의 공영 홈쇼핑에서 스타트업 창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Why So(구체적 방안이 무엇인가?)로 교육, 유통 채널 확대, 정부 공영 홈쇼핑을 통한 홍보, 이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러면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되는 건가요? ‘그럼요!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바라는 바인걸요.’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교육과 유통 채널, 정부 공영 홈쇼핑 노출을 확실히 확보해주기로 약속하면 지금 당장 창업하시겠어요? 아니면 저희가 A 기업에 그런 지원을 할 테니2 억 원 투자하실래요?’

글쎄요, 저는 안 하겠습니다. 재무, 홍보, 위치, 인력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더미 같은 걸요. Why So(구체적 방안이 무엇인가?)는 그럭저럭 맞아 보였지만 So What(그 결과 무엇이 되는가?) 방향대로 화살표를 따라가는 순간 논리의 허점이 드러납니다. 교육과 유통이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Why So, 교육과 유통을 해결한다고 해서 스타트업 창업이 성공하는 건So What 아니니까요.

우리의 기획서를 다시 한번 봅시다. 분명히 좋은 제안을, 해결 방안을 적어놨을 거예요. 이제 제목을 가려보세요. 이 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제안만 봤을 때 우리가 정확히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수십 가지 다양한 답이 떠오른다면 사실상 무엇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획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숨쉬듯이 기획을 합니다.

기획의 시작부터 막막하거나기획의 결과물이 평범하게 느껴진다면 ‘HOW(방법)’부터 찾으려고애썼기 때문입니다.

먼저그 과제의 진짜 이유,숨겨진 열망을 찾으세요.모든 기획은‘WHY(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