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수만의 A2O, 그의 공식은 지금도 유효한가

황지민 2026. 6. 10. 06: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수만이 A2O 코리아를 열고 국내 오디션을 개최하며 국내 엔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사진제공=A2O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은 중국 기반 걸그룹 A2O MAY를 데뷔시키며 또한번 K팝 시스템을 통한 세계관 확장에 나선다. 그러나 그의 성공 공식이 다시 한번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사진제공=A2O엔터테인먼트
엔시티는 최근 10주년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그 브랜드의 건재함을 다시한번 증명한 바 있다. 그러나 K팝 5세대가 시작되며 세계관 자체에 대한 무게중심은 옅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뉴스엔 황지민 기자]

경업금지 풀린 이수만의 A2O, 국내 시장 영향력은 얼마나이미 시작된 'K 없는 K팝' 경쟁 속, A2O만의 '더 새로운 무엇'을 증명해야 할 때

그간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이수만이 한국 시장에 돌아왔다. 3년 공백을 깬 그는 이제 SM이 아닌 A2O의 주인이 됐다. 이수만이 SM에서 세워 온 ‘아이돌 성공 신화’는 현시점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 3년의 봉인 해제, K팝 대부의 '두 번째 빅게임'이 시작됐다

이수만이 한국을 떠난 건 2023년이었다. SM 지분 14.8% 전량을 하이브에 넘기며 3년간 국내 음악 사업에 손대지 않기로 하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그는 해외에서 먼저 움직였다. 새 기획사 A2O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국인 멤버 중심 걸그룹 A2O MAY를 2024년 말 미국에서 데뷔시킨 것이 첫 걸음이다.

경업금지 기간이 풀리며 활동 반경은 곧장 달라졌다. 그는 서울 강남에 거점을 둔 A2O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세웠다. 이후 국내에서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을 여는 등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먼저 띄운 뒤 국내 활동 제한이 풀리는 시점에 맞춰 한국을 공략하는 수순이다.

여기에 자금 소식도 더해졌다. IB 전문매체 더벨(thebell)에 따르면, A2O는 최근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3000억~4000억 원대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건 그 몸값과 실체 사이 간극이다. 지금 A2O가 내놓은 팀은 A2O MAY 하나뿐이고, 크게 히트한 곡도 쌓아둔 공연 수익도 아직 없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사려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이수만이라는 이름이다. 더 정확히는 그가 30년간 다듬어온 '제작 공식'에 있다.

■ 잘파 팝(Zalpha Pop)과 CT: 이수만식 '연금술'은 재현될 것인가

A2O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잘파 팝'이다.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잘파 세대'를 겨냥한 음악이라는 뜻이다. 이수만이 SM 시절부터 강조해온 컬처 테크놀로지(CT) 목표 세대를 요즘 기준으로 다시 잡은 개념으로 읽힌다. 사명 A2O는 'Alpha to Omega', 처음부터 끝까지를 의미한다.

골격은 익숙하다. A2O는 데뷔 전 연습생을 '루키즈'라는 이름으로 미리 공개해 인지도를 쌓았다. 그리고 이 연습생 무리에서 그룹을 하나씩 떼어내 데뷔시킨다. 그 첫 결과물인 A2O MAY를 필두로 A2O SOUL, A2O LITE 등을 통해 세계관을 넓혀가는 구상이 거론된다. A2O는 멤버가 고정된 한 팀에 기대지 않는다. 브랜드와 세계관을 중심에 두고 여러 그룹을 계속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수만이 SM 시절부터 해온 세계관·유닛형 전략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지역과 유닛의 무한 확장, 한때 K팝의 '가장 날카로운 창'

이 모든 골격을 이수만이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이수만식 세계관·확장 계보를 거슬러 오르면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이 보인다.

아키모토 야스시가 2005년 기획한 AKB48은 '시스템'을 브랜드로 삼으며 아이돌 시장에 새 길을 텄다. 도쿄 아키하바라 전용 극장을 거점으로, SKE48(나고야)·NMB48(오사카), 나아가 JKT48(자카르타)까지 도시마다 자매 그룹을 계속 늘려가는 모델이었다. 이들은 2011년 한 해 발표한 싱글 5장으로 일본 오리콘 연간 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독점했다. 당시 AKB 시스템의 위력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수만은 이 발상을 K팝 문법으로 옮겨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다. 엑소는 같은 그룹을 한국에서 활동하는 엑소케이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엑소엠으로 나눠 두 시장을 동시에 노렸다. 여기에 초능력 세계관이라는 이야기를 입혔다.

뒤이은 NCT는 'Neo Culture Technology'라는 이름 아래, 멤버 수와 그룹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다. 한국 중심 엔시티 127(NCT 127), 중화권 중심 웨이션 브이(WayV), 자유로운 멤버 구성이 가능한 엔시티 유(NCT U)까지. 지역과 그룹을 끝없이 늘린다는 구상은 한때 K팝 기획의 최첨단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수만 제작 역량이 가장 잘 응축된 모델이 바로 이 무한확장 시스템이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난 성과' 핵심도 여기에 있다.

질문은 이 방식이 지금의 K팝 시장에서도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 저물어 가는 무한확장, 5세대는 '거대 서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K팝이 5세대로 넘어오면서 가볍고 직관적인 정체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세계관과 유기성이 출발 조건이던 시절이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SM은 엔시티 위시(NCT WISH) 데뷔를 마지막으로 무한확장 체제를 종료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하고 정리된 것이다.

이는 멤버를 끝없이 더하는 구조가 팬덤 피로감을 더한다는 지적이 쌓인 결과이기도 하다. 여러 유닛이 한 브랜드 아래 소속된 이상 활동 기간에도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AKB식 증식 모델 역시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이다.

세계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엔시티(NCT)는 최근 10주년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건재한 브랜드값을 입증했다. 에스파(aespa) 역시 최근 컴백한 레몬에이드(LEMONADE)에서 새로운 컴플렉시티(COMPLaeXITY) 세계관을 선보였다. 거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힘 있게 작동하고 있다. 다만 그 무게중심은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 익숙한 세계관과 선점된 글로벌화: A2O에 던지는 진짜 질문

A2O 모델의 또 다른 축은 탈한국화다. A2O MAY는 한국인 없이 중국·미국 출신 멤버로 짜였다. 출범 준비 중인 A2O SOUL 역시 여러 나라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수만은 "이제는 'K자'를 떼고" 완전히 세계화할 음악과 스타를 만드는 일을 고민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K팝 프로듀싱만을 남겨둔 채 K라는 정체성을 희석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발상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수만이 SM 시절 내놓은 웨이션 브이는 비(非)한국 멤버로 구성된 중국 현지화 그룹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내보내는 대신 현지에서 현지 멤버로 K팝식 그룹을 꾸리는 방식을, 이미 한 차례 시도했던 셈이다.

경쟁사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하이브가 추진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국 캣츠아이(KATSEYE), 일본 아오엔(aoen), 라틴아메리카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등 현지에서 만든 다국적 그룹을 잇따라 내놓았다. 'K 없는 K팝'은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특히 캣츠아이는 데뷔 2년이 채 안 돼 빌보드 '핫 100'에 여러 곡을 올렸다. 제68회 그래미 어워드 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시스템으로 만든 현지화 그룹이 그 나라 주류 시장에 곧장 자리 잡는 흐름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자리를 굳혔다.

때문에 A2O에 던져야 할 물음은 '낡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더 새로운가'다. 시장이 한 차례 정리한 확장형 세계관, 그리고 경쟁사가 이미 선점한 글로벌 현지화. 이 둘을 합친 데서 A2O만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최종 판단은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이수만이라는 이름 다음에 와야 할 것은 구체적 숫자이다. A2O가 앞으로 보일 행보가 이를 판가름할 기준이 될 것이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