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노래지고 속이 더부룩···혹시 ‘이 암’일까 [건강 팁]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4. 10.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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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형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
국내 암 발생률 9위로 높은데도 인지도 낮은 편
초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진행되면 생존율 급감
복부초음파 등 이상소견 있을땐 적극 검사 받아야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담즙은 음식에 포함된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 간에서 만들어져 소장으로 분비되는 소화액이다. 담즙이 지나가는 길을 담도라고 한다. 담즙은 일시적으로 담낭(쓸개)에 농축되어 저장됐다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담도와 팽대부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담낭암과 담도암은 국내에서 아홉 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발생률이 높지만 의외로 담낭암, 담도암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령, 흡연 등이 공통적인 위험인자로 여겨질 뿐 다른 암에 비해 발병 원인이 명확히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담낭암은 3㎝ 이상의 담석을 장기간 보유했거나 1㎝ 이상 또는 납작한(무경성) 모양의 담낭 용종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담도암은 담석증이나 담도 자체가 선천적으로 확장되어 생긴 담관낭, 간흡충 감염에 의해 오랫동안 담도 감염이 지속된 경우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담낭암 초기에는 간혹 복통, 간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증상이 없다. 진행된 담낭암에서는 오른쪽 상복부 또는 명치 통증이나 황달, 체중감소, 식욕부진, 오심, 구토,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황달은 담도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암이 담즙의 통로인 담도를 막으면 빌리루빈이 배설되지 못한 채 축적되어 혈액 내 수치가 높아지고 황달이 발생한다.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전신 소양감, 갈색뇨, 회색변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또 체중감소, 식욕부진,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담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열과 복통이 동반될 수도 있다.

담도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간내 담관암, 간문부 담관암, 원위부 담관암으로 나뉜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담낭암은 초기 단계에 발견하기 어렵다. 담낭암이 진행되어 암세포가 주변 장기를 침범하면 간, 담도, 대장, 십이지장, 췌장 등 주위 장기의 동반 절제를 고려할 수 있으며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담낭벽의 상피층과 고유판을 침범했다면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암이 그 이상을 침범한 경우 주변부 림프절 또는 담낭 주위 간 일부까지 절제하는 확대 담낭절제술을 시행하거나 수술 중 병리조직 검사를 통해 담도까지 절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종양이 주변 결합조직까지만 국한된 담낭암에 대해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확대담낭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국내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 최소침습 수술의 치료 효과는 개복 수술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도암과 담낭암 모두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수술적 절제다. 하지만 전체 담도암 환자 중 진단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경우는 20~30%에 불과하다. 담도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간내 담관암, 간문부 담관암, 원위부 담관암으로 나뉜다. 암이 간 안에 생기는 간내 담관암은 담도가 포함된 간, 간 입구를 침범하는 간문부 담관암은 담도, 담낭 뿐 아니라 암이 발생한 담도와 연결된 간을 함께 절제한다. 담도암은 주위 림프절을 통해 많이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원위부 담관암은 췌장 머리, 십이지장, 담낭, 담도, 주위 림프절 곽청, 필요시 위장의 일부까지 동반 절제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해야 근치적 절제가 가능하다.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 혹은 항암·방사선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담낭체부에 발생한 담낭암(왼쪽, 노란색 화살표)과 좌간에 발생한 간내 담관암(노란색 화살표)이 각각 관찰된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담낭암과 담도암 모두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항암제 치료를 시행한다. 아직 다른 암에 비해 항암치료 효과가 높지는 않으나 병합항암치료, 면역관문억제제, 표적치료 등을 이용한 임상시험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결과에 주목해 볼만 하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면역항암치료 후 암의 크기가 줄어드는 반응이 있을 때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조기 담낭암은 담낭절제술만으로 완치될 확률이 90% 이상이다. 그에 비해 진행성 담낭암은 근치적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담도암은 암이 담도 내에만 있으면서 주위 림프절에 전이디지 않으면 50% 이상 완치가 기대된다. 반면 림프절 전이 등 진행된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10~15%에 그쳤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 결과가 좋지는 않으나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담낭암, 담도암만을 발견하기 위한 특별한 검사는 없다.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된 복부 초음파나 종양표지자 검사에서 추가 검사를 권할 때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항암제 등 담낭암, 담도암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항암치료 이후 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쉽지 않은 암이지만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우형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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