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7천억 원짜리 가덕도신공항, 6년이나 뒤로 밀린 이유 [쉽게 맥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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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동의 [쉽게 맥락을]

2035년 개항, 가덕도신공항은
정말 날아오를 수 있을까?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렸던 가덕도신공항, 기억하시나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거대 프로젝트가 결국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공사 기간을 늘리고 개항 시점을 2035년으로 늦추겠다고 공식 발표한 건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계획이 6년이나 뒤로 밀린 건지,

복잡한 사정들은 무엇인지 맥락을 정리해 봤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왜 갑자기 6년이나 늦어진 거야?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안전하게 공사할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7년)에서 106개월(8년 10개월)로, 22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항 목표 시점도 당초 2029년 12월에서 2035년 말로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사실 이 변화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5월,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이 너무 짧아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사업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죠.

당시 현대건설은 108개월(9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국토부는 엑스포 유치 일정을 맞추기 위해 84개월을 고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4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 대상자였던 현대건설마저 떠나자, 정부가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현대건설의 요구 조건(106개월)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셈이 되었습니다.

바다 위 공항, 짓기가 그렇게 힘들어?

가덕도신공항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 불릴 만큼 난도가 극악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공항 부지를 만드는데, 전체 면적의 약 60%를 바다를 메워야 합니다.

문제는 바다 밑 사정입니다. 가덕도 주변 바닷속에는 무려 50m 두께의 연약지반*이 깔려 있습니다.

물렁물렁한 땅 위에 바로 활주로를 깔 수 없으니, 흙을 덮고 단단하게 굳기를 기다리는 침하 안정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 기간만 최소 1년 1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게다가 이곳은 외해(먼 바다)에 접해 있어 파도가 최대 12m까지 칠 정도로 기상 조건이 험악합니다.

태풍이라도 오면 공사는 멈출 수밖에 없죠. 국토부도 이번 발표에서 전문가 자문과 내부 검토 결과, 바닷속 연약 지반을 안정화하고 해상 장비를 제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산을 깎아 바다를 메우는 방식 때문에 육지와 해상 부지의 침하 속도가 달라 부등침하(불균형하게 가라앉음)가 발생해 활주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연약지반: 흙 입자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 건축물의 무게를 지탱하기 힘든 무른 흙을 말합니다. 갯벌이나 늪지대처럼 물렁물렁해서 그냥 건물을 지으면 땅이 꺼지거나 무너질 위험이 큽니다.
공사비 10조 7천억, 이걸로 충분할까?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돈도 더 듭니다.

국토부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기존 10조 5,300억 원에서 10조 7,175억 원으로 약 2,000억 원 증액했습니다.

하지만 건설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기간이 늘어난 것에 비해 증액 폭(약 1.9%)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증액이 단순히 물가만 반영했을 뿐, 높은 공사 난이도와 리스크 비용은 빠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공사 중 태풍이나 안전사고 같은 변수가 발생하면 공사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내년에 시공사가 선정되더라도 공사비를 두고 정부와 건설사 간에 제2의 갈등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일단 대우건설 등 일부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유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부산시는 당연히 화냈지?

부산시 입장에서 이번 발표는 청천벽력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자기모순에 빠진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2029년 개항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해 왔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는 거죠.

박 시장은 "개항을 1년 앞당기면 지역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며, 최신 공법을 도입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민단체와 비판론자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애초에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시작된 사업이라 예견된 참사였다는 겁니다.

경제성 분석(BC)에서도 점수가 낮았고,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같은 세계적 기관도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53억 원이나 들여 '84개월이 가능하다'고 했던 연구 용역이 엉터리였다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덕도 일대가 철새 이동 경로라 조류 충돌 위험이 크다는 환경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국토부는 올 연말 안으로 재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하반기에는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입찰 방식은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는 턴키 방식을 유지합니다.

정부는 지자체, 전문가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 발전 연계 방안도 찾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당장 대우건설 컨소시엄 등이 입찰에 들어온다 해도 단독 입찰일 경우 규정상 유찰됩니다.

수의계약으로 가려면 최소 2회 이상 유찰 과정을 거쳐야 하니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2035년 개항마저도 목표일 뿐, 공사 과정에서 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결국 정치 논리로 시작된 거대 토목 사업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더 표류할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정보" 시사 경제 뉴스레터 <미스터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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