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차 한 대에 몸을 싣고 끝없이 이어진 고갯길을 달리는 드라이브만큼 속 시원한 힐링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를 찾고 있다면, 지금 당장 경남 함양으로 향해보자.
지리산의 초입에서 펼쳐지는 지안재는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닌,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는 길이다. 깊은 숲길과 구불구불한 S자 커브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속도보다 풍경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함양 읍내를 지나 지리산 방면으로 차를 몰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에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뱀이 산을 타고 흐르는 듯한 곡선의 연속. 바로 ‘지안재’라 불리는 이 고갯길은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린 곳이다.
약 770m 구간 동안 이어지는 이 도로는 드라이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아찔함과 동시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림 풍경에 눈과 마음을 빼앗긴다. 운전대를 잡은 이조차 속도를 줄이게 만드는 그 풍광은 마치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처럼 다가온다.

도중에 차를 잠시 세우고 길을 감상하고 싶다면, 중턱에 위치한 전망대를 찾아보자. 함양읍 구룡리 산 119-3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내가 지나온 길이 어떻게 한 폭의 풍경이 되어 펼쳐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자연광과 나무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사진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지안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드라이브는 곧 해발 773m의 오도재로 이어진다. 그 꼭대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지리산제일문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리산을 향한 첫 관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휴천면 지리산가는길 635 일대에 위치한 이곳은 탁 트인 조망공원과 함께 또 하나의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정상에 서면, 끝없이 이어진 지리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탁 트인 시야와 상쾌한 공기가 마음 깊은 곳까지 청량하게 만든다.
드라이브의 마지막은, 함양 특산물 매점에서 잠시 쉬어가며 마무리해보자. 커피 한 잔과 함께 마시는 이 절경은, 더할 나위 없는 여유를 선물해준다.

지안재와 오도재의 드라이브 코스를 마치고 나면, 그 여운을 이어갈 또 다른 여행지가 필요해진다. 다행히 함양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깊이 있는 명소들을 품고 있다.
먼저 들러볼 곳은 함양 읍내에 위치한 상림공원. 신라 시대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으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고목들과 조용한 연못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여름철에는 연못 위를 가득 메운 연꽃이 절정을 이루며,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상림공원에서의 여유로운 산책을 마쳤다면, 이제는 개평한옥마을로 향해보자. 조선시대 선비 정신이 깃든 고택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이 마을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담백한 한옥의 선과 정갈한 돌담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평온을 선사한다.
이곳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자연광 속에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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