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가정을 책임졌으니 70세가 넘은 말년에는 아내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안락한 여생을 보낼 것이라 기대하는 남성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고령층 부부들 사이에서는 법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집안에서는 철저하게 남남처럼 웅크려 살아가는 유령 동거가 급증하고 있다.
눈앞에 아내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외로움과 서글픈 소외감에 시달려야 하는, 요즘 70대 남성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번지는 무서운 실체를 알아본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아내와 다정한 안부나 대화는커녕 눈길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않는 씁쓸한 일상이다.
젊은 시절 남편의 가부장적인 고집과 무관심에 상처받았던 아내가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걸어 잠근 결과다.
급한 용건만 차가운 문자 메시지나 마지못한 단답형으로 주고받는 팽팽한 침묵 속에서 남편은 철저히 고립되곤 한다.

따뜻한 집밥을 대접받기는커녕 아침 겸 점심을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70대 남성들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아내는 남편의 식사 수발에서 해방되겠다며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복지관으로 온종일 밖으로 도는 경우가 허다하다.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식은 반찬에 대충 물을 말아 끼니를 때울 때 몰려오는 처량함은 노년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는다.

평생 벌어온 자산과 연금의 관리권이 아내에게 넘어가 있어 정작 나이 들어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비참함이다.
친구들과 가벼운 소주 한잔을 마시려 해도 아내의 기분을 살피며 소액의 용돈을 구걸하듯 타 써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곤 한다.
경제적 주권을 상실한 남편은 집안에서 목소리마저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 아내의 처분만 바라는 나약한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거실 소파에 잠깐 눕거나 TV 볼륨을 조금만 높여도 귀가 어둡다며 아내에게 사사건건 날카로운 핀잔을 듣는 굴욕적인 풍경이다.
남편의 짐이나 거친 숨소리가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안방을 내주고 구석방이나 문간방으로 밀려나 숨죽여 지내곤 한다.
내 집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쉴 곳을 잃어버린 채 눈치만 살펴야 하는 현실은 노년의 영혼을 빠르게 황폐화시킨다.

명절이나 주말에 자식들과 손주들이 찾아와 집안 가득 웃음꽃을 피우지만 그 따뜻한 유대감 속에 아버지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아내와 자식들이 자기들끼리만 비밀스럽게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맛집을 공유하며 남편을 철저하게 투명인간 취급하곤 한다.
평생 돈 버는 기계로만 살다가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영원히 왕따를 당했다는 깨달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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