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만큼 서울대를 보냈대" 천안 집값 방어한 건 '이 학교'였다
“천안에서 공부할 거면 불당 신도시로 가야죠. 불당동에는 강남에 있는 학원 분원들이 줄줄이 있어요. 영어유치원부터 수능 볼 때까지 다닐 학원들이 쫙~ 있습니다. 중학교 성적 잘 받아서 삼성고 입학하고 서울대 가는 게 최고 루트(길)예요. 삼성고는 지난해에 민사고만큼 서울대를 많이 보냈습니다.” (불당신도시 A 공인중개사 사무소)
“불당동은 대부분 신축 아파트이고, 학교가 모두 도보권이라서 천안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 꼽혀요. 그래서 전세 수요가 꾸준합니다. 실거주는 물론, 투자 측면에서도 추천하는 이유죠.” (천안 서북구 B공인중개사 사무소)
전국 아파트값이 약 1년6개월(77주) 만에 반등한 가운데 충남에선 천안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은 동남구와 서북구로 나뉘는데, 이 중 불당신도시가 있는 서북구 집값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동남구는 미분양 물량이 많이 있어, 아직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다.
현지에선 천안 집값 상승 주역으로 불당신도시를 꼽는다. 불당신도시는 2000년대 후반 LH(구 주택공사)가 충남 천안시 불당·백석·신방동 및 아산시 탕정면 일원 12.36㎢에 조성한 아산신도시 중 ‘불당지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과거에는 ‘이름만 아산신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천안아산역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상권이 형성되면서 이 일대만 ‘불당신도시’로 불린다.
■ 여기가 바로 천안의 강남!
불당동은 택지지구로 조성된 동네인 만큼, 아파트와 학교, 공원, 상업지구 등이 가지런히 배치된 게 특징이다. 중심지에 학원과 식당 등이 몰려있는 상권이 형성돼 있고, 그 바깥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불당동 상권에는 영어, 수학 등의 교과목 관련 학원이 많은 편이다. 학구열 상징으로 꼽히는 영어유치원도 상당하다. 서울 한 명문대가 운영하는 영어유치원을 비롯해, 강남 유명 영어유치원 분원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불당동에는 영어유치원 졸업 후 다니는 보습 학원도 줄줄이 있다.
천안은 2019년부터 평준화가 되면서 고교별 입시 결과 차이가 예년보다 줄었지만, 예로부터 지역 명문고로 꼽히는 학교들이 제법 있다. 매년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복자여고,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북일고가 대표적. 여기에 최근에는 충남 지역 광역 자사고인 삼성고가 가세했다. 특히 삼성고는 지난해 입시에서 민사고만큼 서울대 합격생(의대 포함)을 배출해 화제가 됐다.
20년 경력의 입시 전문가로 유명한 신진상씨는 “전국 단위 자사고 민사고는 입학생을 뽑을 때 성적을 보지만, 삼성고는 성적 대신 면접과 자기소개서 등만 평가해 이론상으로는 학력 수준 차이가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입시에서 비슷한 결과를 냈다는 점은 충남 지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했다.
■ 학군에 인프라 갖췄더니, 부동산 하락장에도 이상 無
이러한 배경 덕분에 천안에선 동남구보다 서북구 선호도가 높다는 게 현지 부동산 이야기다. 불당지구 조성 전에도 동남구보다 서북구 선호도가 높았는데,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차이가 극명해졌다는 것.
실제로 서북구와 동남구 집값 추이는 확연히 다르다. 서북구 아파트들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7월 9억8000만원(11층)에 팔린 ‘천안불당지웰더샵’은 올 1월 6억4500만원(19층)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8억5000만원(25층)에 손바뀜했다.
1호선 아산역과 갤러리아백화점, 이마트가 가까운 주상복합 ‘펜타포트’는 하락장에도 가격 낙폭이 거의 없었다. 이 아파트 전용 113㎡은 2021년10월 7억7000만원(31층)에 팔린 뒤 올 3월 6억9000만원(36층)에 팔렸지만, 현재 30층 이상 매매가는 7억8000만원(31층)부터 형성돼 있다.
전세가격도 높은 편이다. 상권과 맞붙어 있는 불당동 ‘불당아이파크’ 전세가율이 70%에 이른다. 지난 6월 이 아파트 전용 84㎡ 전세 매물은 3억원(14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같은 달 3억9000만원(12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에 비하면 차액(갭ㆍGAP)은 9000만원에 불과하다.
동남구에선 여전히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 1호선 두정역에서 약 1㎞ 떨어진 ‘더샵신부센트라’(592가구)는 아직 미분양 상태다. 1호선 천안역 초역세권 단지인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999가구)도 아직 저층 일부 가구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이 단지는 서북구에 속하지만, 동남구 생활권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천안 지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5월5주차부터 8주간 올랐다. 충남에서 약 2달간 꾸준히 상승한 곳은 천안이 유일하다.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매매가를 기준점(100)으로 놓고 평균 매매가에 변동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