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보수 ‘본전’ 홀랑 까먹었다…중도·수도권·청년 못 잡아

김남일 기자 2024. 9. 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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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대통령감’ 조사 분석
9월 이재명 25%-한동훈 15%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한국갤럽은 한 달마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을 주관식으로 묻는 방식이다.

27일 오전 갤럽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5%,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15%였다. 현시점에서 2027년 대선에 후보로 나설 가장 유력한 양당 인물이 역시 1·2위를 차지했지만, 격차는 10%포인트로 큰 편이다.

두 사람의 양강 구도는 한 대표가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임명된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나타났다. 주관식 조사에서 처음으로 ‘한동훈’ 이름을 답한 이들이 4%였다. 이후 윤석열 정부 ‘실세 장관’ ‘소통령’으로 불리며 홍준표·오세훈 등 보수진영 올드보이들의 선호도를 빠르게 빨아들였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내밀며 보수층 환호를 받았다.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이재명 19%, 한동훈 16%로 바짝 추격하더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직후인 지난 1월(이재명 23%, 한동훈 22%), 4·10 총선 공천·공약 바람을 일으키던 2월(이재명 26%, 한동훈 23%)과 3월(이재명 23%, 한동훈 24%)에는 사실상 이 대표와 같은 자리에 서게 됐다.

전통적 보수층은 물론 중·수·청도 빨간불

거기까지였다. 4·10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로 비대위원장에서 사퇴한 직후 조사에서 한 대표 선호도는 9%포인트가 급락하며 15%에 그쳤다. 총선에서 압승한 이 대표 선호도는 24%로 큰 변화가 없었다. 총선을 통해 부활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7%)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유리한 변수에도 한 대표 선호도는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10%대 중반을 맴돌고 있다.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이재명 22%, 한동훈 19%로 다시 간격을 좁히는 듯했지만, 대표직 두 달 동안 19%(7월)→14%(8월)→15%(9월)로 오히려 자신의 선호도를 깎아 먹는 정치를 했다. 같은 기간 이 대표와의 선호도 차이도 3%→12%→10%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지난 3월 첫째 주 선호도 24%와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9%포인트가 떨어진 셈이다. 이 대표가 각종 사법리스크 악재에도 20%대 중반 선호도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정치를 할수록 본전을 까먹는 이유를 ‘정치 초보’라는 틀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보수진영에서는 한 대표가 강조하는 중도·수도권·청년(중·수·청) 외연 확장 전략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때문에 전통적 보수층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대표 선호도가 24%로 최고치를 찍었던 2024년 3월 조사와 이번 9월 조사를 비교해 봤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한동훈’을 답한 비율은 59%→42%로 17%가 쑥 빠졌다.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이들의 한동훈 선호도는 45%→30%, 70대 이상에서는 41%→28%,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30%→25%로 낙폭이 컸다. 보수표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 대표가 강조하는 중·수·청은 우호적으로 돌아섰을까. 같은 기간 한 대표 선호도는 중도층 20%→15%, 서울 27%→13%, 인천·경기 23%→17%, 20대 5%→5%, 30대 13%→9%로 오히려 떨어졌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은 상황이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명분으로 ‘제 3자 추천을 통한 채 상병 특검법’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등 야권의 특검법 요구에 사실상 동조한 셈이다. 전당대회 내내 친윤석열계 후보와 싸웠고,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까지 터졌다. 당 대표가 된 뒤에는 주요 당직 인선에서 친윤계를 밀어냈고, 윤 대통령이 ‘업적’이라 믿고 있는 의대 증원에 대해 뒤통수 치듯 유예안을 던졌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합리적 보수층과 중·수·청 유권자를 아우르려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지만,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 한 대표 선호도 모두 최저치를 찍고 있다. 한 대표로서는 팔짝 뛸 노릇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 쪽에서 “한동훈이 자기 정치 하려고 윤 대통령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배신의 정치’ 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며 “태도 변화”를 요구하지만, 한 대표는 오히려 “우리가 무조건 민주당에 반대하기만 한다 또는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하기만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9월2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중·수·청이 반응하려면 바깥에서 떠드는 것이 아닌 ‘액션’이 필요하다. 정작 윤 대통령을 마주 보고 앉아서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밥만 먹고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1.5%)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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