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구직자 / 출처 : 연합뉴스
2025년 한국의 고용률은 69.8%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용 성과’를 강조했지만, 그 이면에는 뼈아픈 현실이 숨어 있다.
같은 기간 청년 취업자는 38개월 연속 감소했고, 실업자 수는 121만 7,000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12월 청년 취업자는 전년 대비 11만 2,000명 줄었고, 청년 고용률은 45%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역설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은 46.7%로 역대 최고를 경신하면서, 청년과 고령층의 고용률이 거의 같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성균관대 김덕호 교수는 “통계상 숫자의 함정에 갇히면 실제 고용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며 “청년들에게는 노동시장의 문이 닫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공공일자리가 만든 ‘통계 착시’

노인 일자리 / 출처 : 연합뉴스
역대 최고 고용률의 비밀은 공공일자리 확대에 있었다.
2015년 월평균 113만 명이었던 공공일자리는 2025년 1~3분기 208만 명으로 약 1.8배 늘었다. 특히 노인일자리는 같은 기간 27만 명에서 99만 명으로 3.7배 급증했다.
반면 민간 부문 고용 증가 폭은 2022년 23만 7,000명에서 2025년 3분기 12만 2,000명으로 빠르게 둔화됐다. 한국은행은 “건설업, 제조업 같은 주요 업종 고용은 부진하고, 저임금·단시간 일자리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5년 12월 건설업 취업자는 12만 5,000명 감소해 2013년 분류 개정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제조업도 7만 3,000명 줄어 201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증가한 일자리는 보건·복지(23만 7,000명)와 전문 기술 서비스(5만 4,000명)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됐다.
IT 개발자마저 ‘신입 채용 반토막’

청년 구직자 / 출처 : 연합뉴스
미래 유망 직종으로 꼽히던 IT 개발자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2024년 상반기 IT 개발자 채용 공고는 14만 84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 급감했다. 2021년 29만 건에 달했던 채용 공고가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입 채용의 붕괴다. 경력 3년 미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2024년 전년 대비 9,000명 감소한 반면, 3년 이상 경력자는 같은 기간 4만 2,000명 증가했다.
기업들이 신입을 키우는 대신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만 찾고 있다는 뜻이다.
개발자 커뮤니티 OKKY의 노상범 대표는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IT 분야 신입 취업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으며, 어떤 이는 ‘붕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고 경고했다.
30대 개발자가 2021년 16만 1,000명에서 2024년 하반기 21만 2,000명으로 32% 증가하는 동안, 20대 개발자는 2만 명 수준에서 정체됐다.
AI가 바꾼 노동시장, 청년이 먼저 밀려났다

청년 구직자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7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6,90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는 동안 8,300만 개가 사라진다는 예측이다.
한국 취업시장은 이 글로벌 추세를 가장 먼저, 가장 가혹하게 겪고 있다. AI 도입과 자동화로 기업들은 신입을 뽑아 교육하는 대신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20대 취업자가 17만 명 감소하고 20대 고용률이 1년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이런 흐름이 만든 결과다.
2026년 GDP 성장률은 1.8%로 전망되고 있지만,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신입 채용 시장의 회복을 낙관하지 않는다. 통계상 고용률이 아무리 높아도, 청년들이 발 디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고용 성과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숫자는 좋지만 현실은 나쁜’ 노동시장의 역설 한가운데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