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의 일상을 담은 도심 속 벽돌 협소주택

건축면적 14평에 담은 삼대의 삶
상계동 다담집

좁고 오래된 골목의 대지에는 그만의 해답이 있다. 삼대, 일곱 식구의 생활을 풀어낼 14평이 채 안되는 땅 위에 삶부터 비워냄까지 가득 채우고도 여유를 남겼다.


도심 속 제한이 만든 틀 안에 풀어낸 일곱 가족의 일상
집이라 하면 육면체에 박공지붕을 얹은 오각의 단면을 떠올리듯, 협소주택이라 하면 정북일조 함수(y=2X, 단 y≦9일 때 x=1.5)가 만들어낸 그래프의 형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 치의 공간도 아쉬운 협소주택이라면, 제도가 만들어낸 오롯한 형상에서 무엇인가를 덜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대지가 위치한 곳은 60~70년대에 형성된 주택가 골목의 끝자락이다. 이웃들은 정북일조 함수의 이격거리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서로 바짝 맞대고 서 있다. 이러한 환경을 딛고, 한 대가족이 가족 구성원 안에서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층 거실. 정면으로는 침실이 자리했다. 왼편 문을 열면 원형계단과는 별개의 계단이 나타난다.
1층부터 4층까지 잇는 계단과 열린 천장, 그리고 그와 맞춰 비워진 중정이 집에서 갑갑함이란 느낌을 산뜻히 걷어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노원구
대지면적 : 103.00㎡(31.15평)
건물규모 :지상 4층
거주인원 : 7명
건축면적 : 45.82㎡(13.86평)
연면적 : 158.07㎡(47.81평)
건폐율 : 49.90%
용적률 : 172.13%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12m
구조 : 기초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PF보드 90㎜, 비드법단열재 2종1호 220㎜,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70㎜
외부마감재 : 치장벽돌 쌓기
담장재 : 치장벽돌 쌓기
창호재 : 남선알미늄 시스템창호, 커튼월창호, 슬라이딩창호 등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설비 : ㈜원이엔씨
구조설계(내진) : 구조인디자인연구소 이주나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감리 : 안수인건축사사무소

주방은 상부장을 덜어내고 창을 키워 넓고 시원스럽다.
3층 거실과 주방 겸 식당은 원형 계단을 중심으로 공간이 나뉜다.
아이들이 머무르는 4층은 한결 부드럽고 화사한 컬러로 마무리했다. 정북일조로 인해 면적은 좁지만 테라스 덕분에 갑갑하지 않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석고보드 위 도배(신한벽지), 이건마루 강마루, 노출콘크리트
욕실·주방 타일 : 신기타일 600×300 자기질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수전 및 도기, 라티오바스(4층)
주방 가구 : 미송퍼니처조명 : T5 등기구 및 다운라이트
계단재·난간 : 계단재 – 멀바우 계단재, 10T ST plate 위 도장 / 난간 – 10T ST plate + 환봉 위 도장
현관문 : 남선알미늄 시스템창호 및 슬라이딩 창호
방문 : 선우드 ABS 도어
붙박이장 : 미송퍼니처
데크재 : 합성목 데크재

SECTION


주택가 골목 안 작은 터에 자리를 내린 가족이 있다. 부모의 사랑을 한껏 누리며 자란 자식은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되어, ‘삼대’라는 가족으로 다시 이 터에 모였다. 협소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부부나 싱글인 것을 감안하면, 자그마치 일곱 식구의 주택 생활은 조금 더 본질적인 ‘협소’주택이 된다. 대가족 안에서 가족 구성원 간의 긴장은 주택을 세분화하고 협소화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각 구성원의 심리적 필요 영역은 물리적 공간으로 구획된다. 개개인의 버블을 한데 모아 정북일조의 함수 안에 밀어 넣고, 분류하고 압축하여 빈틈없이 차곡차곡 채워 담는다. 집 가운데를 관통하는 중정과 슬래브를 오픈하여 만든 높은 층고의 공간조차도 사실은 ‘비워냄’을 꾹꾹 눌러 채워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주변의 이웃들은 거리낌 없이 사방으로 창을 냈다. 나중에 들어선 집들은 어쩔 수 없이 창마다 차면시설을 덮는 와중에도 집안에는 햇살이 머물기를 바란다. 대지의 남쪽은 옆집과 바짝 붙어있어 깊은 우물처럼 햇살이 전혀 들지 못한다. 거기에 차면시설까지 덧씌워야 할 터이니 기능을 하지 못하는 창이 된다. 오히려 옆집과 얼마간의 이격이 가능한 북측으로 창을 내고, 서너 발짝 물러난 바깥으로 벽돌을 엇갈려 쌓아 올려 이웃과 내 가족 사이에 한 켜의 필터를 만든다. 내 집의 입면은 이웃의 창밖 풍경이기도 하기에, 부드럽게 벽돌로 모자이크 처리된 시선으로 서로의 관계를 다독여본다.

붉은 간살 슬라이딩 도어와 벽돌 영롱쌓기가 도심에서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사선의 마감을 외벽 마감재와 동일한 벽돌을 사용해 일체감이 있으면서도 독특한 지붕의 질감을 연출했다.

집 한가운데, 영롱 쌓기의 켜와 맞닿은 곳에 자그마한 중정을 두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쪽으로는 개인의 공간을 다른 한쪽으로는 가족의 공간을 쌓아 올린다. 각 공간은 벌어진 틈을 향해 숨을 내쉬면서도 구성원 간의 시선이 겹치지 않도록 (혹은 겹치도록) 영역마다 그 높이와 위치를 조금씩 조정한다. 공용 공간은 영롱 쌓기의 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개인 공간은 켜를 측면에서 비스듬히 마주한다. 영롱 쌓기의 벽돌은 그 두께로 인해 투과율을 달리하는데 덕분에 거실에서는 아른아른 보이는 이웃의 풍경이 침실에서는 온전히 차단되고 중정과 켜 사이의 공간으로 반사되는 부드러운 햇살만 남게 된다.


건축가 안수인 : 안수인 건축사사무소

안수인은 안수인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중앙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르키움에서 공간의 열림을 화두로 다양한 작업을 경험했다. 2019년 안수인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후 서울을 기반으로 도시의 일상을 고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소와 공간, 구조와 재료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쉽게 대화하되 깊게 고민하는 집을 세운다.
031-309-3335 | www.an-architect.kr

글 안수인 | 사진 박영채 | 기획 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8월호 / Vol.30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