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PHMG, 국제암연구소 '발암 평가' 받는다 [스프]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2024. 10. 10. 11:03
[지구력] IARC 3가지 평가 기준과 연구 진척 어디까지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번 지구력은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 원료 물질인 PHMG가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 평가 대상 물질로 등재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팔린 가습기살균제 1천만 개 가운데 450만 개에는 PHMG가 원료로 쓰였습니다. 이 물질은 원래 1950년대 구 러시아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살균용이나 부패 방지용으로 널리 쓰여왔죠. 다만 장기간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인 건 우리나라 외엔 전무후무합니다.
IARC는 지난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IARC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전 세계 22개국에서 온 2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그룹을 만들어 2025~2029년까지 5개년 동안 평가 작업을 벌일 발암 요인 대상 물질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전 세계 전문가 및 기관에서 평가 대상으로 추천한 200여 개 물질이 테이블에 올라왔습니다. 회의 결과 이 가운데 91개 물질이 High2.5(향후 2.5년 이내 검토 완료 권고), 30개 물질이 High5(5년 내 검토 완료 권고) 등급으로 결정됐다고 국내에 있는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측은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PHMG는 High5 등급에 포함됐습니다. 즉, 오는 2029년까지 PHMG가 발암 물질인지 여부를 결정 내린다는 뜻입니다.
이미 국내에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가 지난해 9월 PHMG를 원료로 쓴 제품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해, 폐암 환자에 대한 피해 인정 사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번엔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세계보건기구 산하 암 연구기관의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 겁니다.
IARC가 특정 물질의 발암성을 평가할 때 기준은 뭘까요? 크게 3가지 잣대로 평가합니다. 첫째는 인간 대상 연구 결과입니다. 둘째는 실험 동물에서의 발암 증거, 셋째는 세포 단위에서의 기전 연구입니다. 첫째는 인체를 대상으로 노출 실험을 할 수는 없는 만큼, 전체 인구 규모에서의 역학 연구 방식을 취합니다. 두 번째는 동물 실험을 통해 특정 물질과 암과의 인과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이고요. 셋째는 세포 단위에서 그 물질이 어떻게 발암으로 이어지는지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말합니다. 이같은 연구를 IARC가 직접 수행하는 건 아니고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각종 연구 결과를 분석 평가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PHMG의 발암성 연구는 그동안 얼마나 진척됐을까요? IARC가 지난 3월 전문가 자문 그룹 회의에서 검토한 논문은 모두 6종입니다. 이 중 기전 연구 논문이 4편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즉, 진척이 가장 많은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2편은 동물 실험과 관련된 연구들입니다. 기전 연구만큼은 못 미치지만 실험 결과로만 보면 적어도 동물에 있어서는 PHMG와 암 발생 사이의 강력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가장 난관은 인간 대상 연구입니다. 아직까지 해외 저널에 단 한 편의 논문도 발표되지 못했습니다. 연세대 의대팀이 연구를 수행했습니다만 방법론 설계상의 결함으로 의심받는 부분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역학 연구란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통해 전체 인구군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노출군과 일반군 사이에 폐암 발병 비율 등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된 연세대 연구에서는 노출자가 아니라 스스로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들과 일반군을 비교하는 방식이라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겁니다. (전문 용어로는 선택 바이어스라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6편의 논문 모두 국내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들입니다. 당연하게도 해외에는 PHMG를 흡입용 제품에 썼다가 우리처럼 대규모 참사로 번진 사례가 없는 만큼 연구 필요성도 못 느꼈겠죠. 우리 환경부 산하의 환경과학원이 관련 연구들을 발주하는 시스템입니다. 역학 연구의 보완은 물론 동물 실험에서도 추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PHMG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제기는 '기도 점적' 실험이라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기도 점적이란 실험 쥐 호흡기에 깊게 삽관을 한 뒤 PHMG를 투입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비강이나 상부 기관지를 건너뛰어 곧바로 폐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는 실험입니다. 따라서 기도점적 방식은 실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의 노출과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 추가로 이뤄지는 고려대 안산병원팀 연구는 전신 흡입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PHMG를 실험 쥐 코에 노출시키거나 일정한 크기의 챔버를 만들어서 그 안에 실험 쥐를 두고 챔버 전체를 노출시키는 방식의 실험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연구에서는 챔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해당 쥐들의 전 생애 기간 2년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폐암뿐 아니라 전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환들도 함께 살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험 결과 도출은 2026년 초로 예상됩니다.
또 실험 동물 대상 종이 해당 동물이 랫드(rat) 한 가지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랫드란 큰 쥐를 말하고요. 현재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우스란 손가락만 한 작은 쥐를 말합니다. 큰 쥐나 작은 쥐나 비슷한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엄연히 종이 다르다고 합니다.
국제암연구소 IARC가 자문 그룹 회의 때 검토한 PHMG 관련 논문 6종의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번 지구력은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 원료 물질인 PHMG가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 평가 대상 물질로 등재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팔린 가습기살균제 1천만 개 가운데 450만 개에는 PHMG가 원료로 쓰였습니다. 이 물질은 원래 1950년대 구 러시아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살균용이나 부패 방지용으로 널리 쓰여왔죠. 다만 장기간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인 건 우리나라 외엔 전무후무합니다.
IARC는 지난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IARC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전 세계 22개국에서 온 2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그룹을 만들어 2025~2029년까지 5개년 동안 평가 작업을 벌일 발암 요인 대상 물질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전 세계 전문가 및 기관에서 평가 대상으로 추천한 200여 개 물질이 테이블에 올라왔습니다. 회의 결과 이 가운데 91개 물질이 High2.5(향후 2.5년 이내 검토 완료 권고), 30개 물질이 High5(5년 내 검토 완료 권고) 등급으로 결정됐다고 국내에 있는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측은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PHMG는 High5 등급에 포함됐습니다. 즉, 오는 2029년까지 PHMG가 발암 물질인지 여부를 결정 내린다는 뜻입니다.
이미 국내에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가 지난해 9월 PHMG를 원료로 쓴 제품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해, 폐암 환자에 대한 피해 인정 사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번엔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세계보건기구 산하 암 연구기관의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 겁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성 평가 기준 3가지는?
PHMG의 발암성 연구는 그동안 얼마나 진척됐을까요? IARC가 지난 3월 전문가 자문 그룹 회의에서 검토한 논문은 모두 6종입니다. 이 중 기전 연구 논문이 4편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즉, 진척이 가장 많은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2편은 동물 실험과 관련된 연구들입니다. 기전 연구만큼은 못 미치지만 실험 결과로만 보면 적어도 동물에 있어서는 PHMG와 암 발생 사이의 강력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가장 난관은 인간 대상 연구입니다. 아직까지 해외 저널에 단 한 편의 논문도 발표되지 못했습니다. 연세대 의대팀이 연구를 수행했습니다만 방법론 설계상의 결함으로 의심받는 부분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역학 연구란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통해 전체 인구군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노출군과 일반군 사이에 폐암 발병 비율 등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된 연세대 연구에서는 노출자가 아니라 스스로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들과 일반군을 비교하는 방식이라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겁니다. (전문 용어로는 선택 바이어스라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6편의 논문 모두 국내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들입니다. 당연하게도 해외에는 PHMG를 흡입용 제품에 썼다가 우리처럼 대규모 참사로 번진 사례가 없는 만큼 연구 필요성도 못 느꼈겠죠. 우리 환경부 산하의 환경과학원이 관련 연구들을 발주하는 시스템입니다. 역학 연구의 보완은 물론 동물 실험에서도 추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PHMG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제기는 '기도 점적' 실험이라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기도 점적이란 실험 쥐 호흡기에 깊게 삽관을 한 뒤 PHMG를 투입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비강이나 상부 기관지를 건너뛰어 곧바로 폐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는 실험입니다. 따라서 기도점적 방식은 실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의 노출과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 추가로 이뤄지는 고려대 안산병원팀 연구는 전신 흡입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PHMG를 실험 쥐 코에 노출시키거나 일정한 크기의 챔버를 만들어서 그 안에 실험 쥐를 두고 챔버 전체를 노출시키는 방식의 실험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연구에서는 챔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해당 쥐들의 전 생애 기간 2년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폐암뿐 아니라 전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환들도 함께 살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험 결과 도출은 2026년 초로 예상됩니다.
또 실험 동물 대상 종이 해당 동물이 랫드(rat) 한 가지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랫드란 큰 쥐를 말하고요. 현재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우스란 손가락만 한 작은 쥐를 말합니다. 큰 쥐나 작은 쥐나 비슷한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엄연히 종이 다르다고 합니다.
국제암연구소 IARC가 자문 그룹 회의 때 검토한 PHMG 관련 논문 6종의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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