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8년차… 이제야 꽃피운 ‘장외 타격왕’ 전민재
롯데 2위 돌풍 이끄는 전민재

전민재(26)에겐 ‘오뚜기’ 정신이 있다. 대전고 3학년이던 그는 연고지 팀 한화의 지역 1차 지명에도 거론될 정도로 촉망받는 내야수였다. 3학년 성적은 타율 0.348, 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52. 준수한 타격에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비 능력이 기대를 모았다. 2018년 신인 선발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당장 1군 무대를 누빌 자원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데뷔 첫해, 후반기가 지난 8월에야 처음 발을 디뎠다. 그가 받은 기회는 총 8타석에 불과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다음 시즌에도 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치자 군 입대를 결정했다. 유망주들이 주로 가는 상무 야구단은 경쟁이 치열해 일반 육군을 택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부대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당시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한 군무원이 사회인 야구를 즐겨 일과 후마다 함께 캐치볼을 하며 야구 감각을 익혔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유류 관리병, 예초병도 맡으며 군 생활을 바쁘게 보냈어요. 그때 일과 후에 하던 캐치볼이 정말 달콤했습니다. 그분과는 요즘도 가끔씩 ‘축하한다’ 등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전역 이후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그에게 반전이 찾아온 건 지난해부터였다. 이전까진 1군에서 한 시즌 50타석 이상을 소화해본 적도 없었지만 이승엽 두산 감독이 그를 내야 전천후 자원으로 점찍었다. 수비와 주력, 작전 능력이 쓸 만하다는 평가. 선발과 백업을 거듭하며 100경기, 276타석을 뛰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롯데가 시즌 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당시 마무리 훈련이 열리던 이천에서 밥을 먹고 있었던 그는 “입단부터 쭉 뛰던 팀을 떠난다니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면서도 “제가 이른바 ‘메인 칩’이 아닌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저만 잘하면 된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짐은 현실이 됐다. 올해(19일 기준) 타율 0.392, 2홈런, 16타점, OPS 0.947로 리그 최고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리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위기는 있었다. 지난달 29일 키움전에서 머리에 시속 140km 속구를 맞는 부상을 입었다. 전민재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얼굴을 감싸 쥐었다. 골절이 우려될 정도로 위험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단 18일 만인 지난 17일부터 복귀해 보란 듯 다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세 경기서 9타수 4안타 1홈런 6타점. 18일 삼성과의 안방 경기에선 결승 3점포를 쏘아 올렸다. 전민재는 “(헤드샷) 맞을 때부터 많이 안 아파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상 후유증은 아예 없다”고 했다.
전민재는 활약 비결로 시즌 전 캠프 때부터 임훈 타격 코치와 상의 후 만든 새로운 훈련 루틴을 꼽았다. 그는 “경기 전에 방망이 무게가 헤드가 아닌 안쪽(밑쪽)에 실려 있는 특수 방망이로 스윙 연습을 하면서 밸런스를 잡는 루틴을 새로 만들었다”며 “이 훈련으로 헤드가 일찍 돌아가는 게 줄면서 더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 타석에 아웃이 됐으면, 코치님이 ‘지금 타격 폼에 문제없다. 기죽지 말고 타이밍만 잘 잡자’ 등 정확한 조언과 위로를 해주셔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경기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 팬들로선 복덩이다. 고액 FA(자유계약선수)로도 해결하지 못했던 오랜 고민거리인 유격수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전민재는 “어렸을 때부터 유격수를 봐 와서 부담은 없다. 중학교 때 투수를 해서 어깨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깊숙한 위치라도 공을 잡기만 하면 (송구로) 주자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롯데 팬들의 열렬한 팬심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시즌 전에 일식집에서 돈가스를 먹는데, 어떤 팬분이 말도 없이 결제를 해주셨어요. 최근에도 저녁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제가 있는 줄 모르고 ‘롯데 전민재가 참 잘하더라’라고 하셔서 웃음 참느라 혼났습니다. 요즘 야구장 오는 게 참 행복하고 팬들께 최대한 사인을 많이 해드리려 노력하죠.” 경기 중 상대팀 선배들이 걸어오는 장난 섞인 격려도 반갑다. “강민호, 양의지 등 선배 포수들이 타석 들어설 때 ‘왜 이렇게 잘하냐’ ‘비결이 뭐냐’ 놀리신다.”
지금 활약대로라면 내년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발탁도 꿈꿔볼 수 있지만, 그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당장 오늘 내일 경기만 생각하며 뛰는 선수라 바라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어떤 경기라도 몸을 날리고, 열심히 치고 뛰는 ‘허슬플레이’의 대명사가 되고 싶어요. ‘이 선수 착실하고 정말 열심히 한다.’ 이런 말을 계속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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