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강타한 물폭탄에 900명 대피…땅 꺼지고 주택 잠기고 (종합)
인명 피해는 없지만, 전국 곳곳 피해 속출
남부 밤까지 시간당 50㎜ 이상 비 더 내려
[더팩트|우지수 기자]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 영향으로 전국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싱크홀(땅꺼짐)과 주택 및 도로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전국에서 대피한 인원만 9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남부지방은 밤까지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산지 750.5㎜, 경남 창원 461.8㎜, 부산 금정 369.5㎜, 전남 장흥 365.0㎜, 충남 서산 271.1㎜, 대전 서구 270.0㎜, 경남 산청 264.5㎜, 충남 논산 256.5㎜ 등이다.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6개 시도, 31개 시군구에서 581세대 903명이 대피했다. 이 중 409세대 613명은 미귀가 상태다. 지역별로 경북에서 230세대 362명으로 대피 인원이 가장 많았다. 경남은 112세대 154명, 부산은 25세대 43명, 전남은 33세대 42명, 충남은 7세대 9명 등이다.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공공시설의 경우 도로 침수 83건, 토사 유출 18건, 옹벽 붕괴 1건, 기타 27건 등이다. 사유시설 피해는 주택 침수 25건, 상가 침수 26건, 공장 침수 3건, 병원 침수 1건, 차량 침수 2건, 기타 23건 발생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오전 8시25분께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싱크홀로 소방 배수지원차와 5t 트럭이 빠졌다. 이외에도 하수가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리거나 나무가 쓰러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고분 일부가 붕괴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수와 계곡물이 넘쳐 도로에 쏟아졌다. 충북 옥천군에서는 오전 5시52분께 굴다리 아래를 달리던 차량 3대가 침수돼 운전자 2명이 구조됐다. 보은군에서는 벼, 배추 등 31㏊(헥타르) 규모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인제군 설악산 봉정암에서는 등산객 3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밤새 고립됐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하산했다. 경기 수원시에서는 나무가 뽑혀 도로에 넘어졌다.
집중호우로 교통편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돼 시민들 불편도 이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경부선 대전∼심천역 구간, 부산∼화명역 구간, 호남선 서대전∼익산역 구간, 가야선 가야∼부전역 구간, 동해선 센텀∼오시리아역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경전선 동대구~진주 구간과 경부 일반선 동대구~부산 구간에서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현재 경기 8곳, 강원 6곳, 경북 6곳, 세종 5곳, 충남 4곳, 부산 2곳 등 도로 33곳과 경남 22곳, 부산 3곳 등 하상도로 32곳은 통제됐다. 충북 14곳, 부산 10곳 등 지하차도 32곳도 출입이 금지됐다.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속리산, 태백산 등 전국 22곳 국립공원 641개 구간도 통제 상태다. 경기 3325곳, 울산 114곳, 경남 50곳, 부산 23곳, 전북 14곳, 인천 13곳, 서울 3곳 등 전국의 하천변 3561곳도 통제에 들어갔다. 풍랑주의보로 53개 항로 74척의 여객선 또한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14곳, 전남 11곳, 충남 5곳, 경남 2곳 등 32곳에는 산사태 경보가, 경북 12곳, 경남 8곳, 충남 8곳, 전남 6곳, 전북 5곳 등 45곳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다.
남부지방은 이날 밤까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남과 경상, 제주도산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9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수도권과 강원, 충청, 전북, 경북, 제주도에는 5~4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전남 화순·고흥·보성·여수·광양·순천·장흥·완도, 경남 양산·창원·김해·의령·진주·하동·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 부산, 울산 등이다. 전남 담양·곡성·구례·거문도·초도, 경북 영천·경산·청도·고령·성주·칠곡·청송·영덕·포항·경주, 경남 밀양·함안·창녕·산청·함양·거창·합천, 제주도산지, 대구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에 근접하면서 북쪽의 찬 공기와 강하게 충돌해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열대저압부가 남해안으로 더 이동해 정체전선 형태 강수대에 열기와 수증기를 더해주면서 비·바람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열대저압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남은 오늘 저녁까지, 경남은 오늘 밤까지 추가적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시설물 붕괴 및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1시부로 중대본을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호우 위기 경보 수준은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날이 밝을 동안 위험지역 주민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실 수 있도록 서둘러 조치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번 호우는 남부지방 중심으로 앞으로 하루 이틀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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