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독서 ‘자산’으로 남긴다...기록서비스 플랫폼 인기
책·웹툰·웹소설 등 아카이빙 서비스
손글씨 자동 추출·분석해 편의성 높여
2년간 누적 이용자 1만 3000명 넘어
도서관·기관 150곳 도입 문의 쇄도
기록 축적해 ‘나다운 AI’ 구현 목표
“경남, 콘텐츠 AI 중심지 만들 것”

단순한 독서를 넘어 나만의 지적 자산을 쌓으려는 이들이 모여드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창원의 스타트업(신생기업)이 만든 '메모먼트(Memoment)'다. 책 읽는 행위 자체를 멋진 문화로 소비하는 이른바 '텍스트 힙(Text Hip)' 열풍 속에서 이현화(36) 메모먼트 대표는 책 속의 문장과 찰나의 영감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했다.
새로운 영감을 돌려주는 기록
마산 출신인 이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패션상품 기획자로 일했다. 귀향한 그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2024년 2월 창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계기는 누리소통망(SNS)에 책·웹툰 후기를 남기던 경험이었다. 자신의 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완성된 글이 아닌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순간마다 드는 생각을 가볍게 메모로 정리할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메모를 잘 정리해두면 자신이 쓰는 글에 새로운 영감이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는 '좋아요'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 글 하나 올리기가 어렵다"며 "책이나 웹툰을 보고 떠오른 메모들이 잘 아카이빙되면 나중에 새로운 창작의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메모먼트는 자사 누리집(memoment.kr)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모바일과 PC 웹에서 앱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내년 초 정식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용자는 책,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검색해 콘텐츠별로 인상 깊은 구절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영화·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특히 '사진 메모' 기능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용자가 메모를 촬영해 올리면 자동으로 손글씨와 책 문장 모두 텍스트를 추출하고, 키워드 분석과 하이라이트 처리(밑줄)까지 제공한다.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독서모임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모임용 보드를 개설해 함께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주제별, 도서별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구성원의 선호 장르와 참여 현황도 분석해 모임 운영을 효율적으로 돕는다.
이 같은 편의성에 힘입어 메모먼트는 입소문을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 이용자 수는 1만 3000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200명이 가입할 만큼 빠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다.
마케팅비 '0원'으로 만든 팬덤
메모먼트는 별도의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성장 중이다. 특히 자체 개발해 무료 배포한 손글씨 폰트 '꾹꾹체'가 출시 두 달만에 12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브랜딩에 큰 성공을 거뒀다. 가독성이 좋고 손글씨처럼 아기자기한 서체가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는 사용자 취향을 저격했다. 폰트 사이트 '눈누'에서는 출시 이후 꾸준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관 관심도 뜨겁다. 지난 10월 전국도서관대회에 참가했는데, 하루 만에 150개 기관에서 도입 문의가 쇄도했다. 도서관과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수많은 독서 프로그램과 활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려는 수요와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메모먼트는 내년 기관 시범 운영을 거쳐 100개사와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메모먼트를 3년 내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만큼 메모먼트도 확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구상이다.

경남을 콘텐츠 거점으로
메모먼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축적된 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나다운 AI'를 구현하는 것이다. 메모먼트에 자신의 관점이 담긴 기록을 계속해서 쌓아간다면, 이를 바탕으로 한 가장 개인화된 AI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내가 기록한 조각을 모아서 연결했을 때 정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개인이 글을 쓸 때 범용 AI에 맡긴다면 좋은 글이 나오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짜집기한 특색 없는 결과물일 것이다. 메모먼트에 쌓인 자신의 기록물을 활용한다면 기존 범용 AI와 비교도 안 되는 창작물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 목표를 지역에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도 했지만 고향 경남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경남에는 많은 도서관·교육기관·독서모임 등이 활동 중이다. 이 데이터가 쌓이고 학습되면 경남이 콘텐츠 AI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마산이 훌륭한 문학가·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지역인 만큼 정통성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다양한 이점이 있지만, 지역에 터를 잡고 시작한 만큼 고향의 문화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