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찾아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곳은 단연 곤지암의 화담숲입니다. 하지만 1초 컷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예약 시스템 앞에서 좌절한 분들이라면 이제 고개를 돌려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을 바라볼 때입니다.

화담숲이 주는 정제된 아름다움도 훌륭하지만 아침고요수목원은 축령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여 5만 평이라는 압도적인 부지 위에 한국의 미를 극대화한 정원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꽃을 심어놓은 공간이 아니라 곡선과 여백의 미를 살린 한국식 정원의 결정체로 평가받으며 사계절 내내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아침고요수목원을 방문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달래와 야생화입니다. 화담숲의 진달래나 철쭉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수달래는 맑은 계곡물을 따라 붉게 피어나며 봄의 절정을 알립니다.

특히 수목원 내부를 흐르는 계곡 주변으로 피어난 수달래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인위적인 배치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조화를 보여줍니다. 숲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배경 삼아 걷다 보면 예약 전쟁에서 느꼈던 스트레스는 어느덧 사라지고 진정한 힐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20여 개의 서로 다른 주제 정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향집정원이나 하경정원은 이곳의 백미로 꼽힙니다. 하경정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때 가장 아름답게 설계된 정원으로 한반도 지형을 꽃으로 형상화한 모습이 장관입니다.

또한 잣나무가 울창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서화연은 전통 정자의 미학을 보여주는 연못 정원으로 물 위에 비친 꽃과 나무의 반영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킵니다. 예약의 번거로움 없이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은 여행자들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수목원 산책을 마친 뒤에는 인근 가평의 먹거리 투어를 연계하기 좋습니다. 가평 하면 떠오르는 잣을 활용한 잣두부 전골이나 막국수는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로컬 별미입니다.

특히 수목원 입구 근처에는 가평 특산물을 활용한 정갈한 한식집들이 줄지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화담숲의 예약 창을 새로고침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지금 바로 차를 달려 가평의 맑은 공기와 야생화가 가득한 축령산 자락으로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자연은 예약한 사람에게만 공평한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그만큼의 위안을 나누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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