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야당 금투세 절충안 거부키로…유예안 협상 '진통'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기획재정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1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절충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금투세 도입 2년 유예 조건으로 제시한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침을 철회하면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겠다는 민주당의 절충안을 거부하기로 입장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자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동의할 수 없다"며 "금투세는 금융 세제에 전면적인 변화를 주는 세제로 지금처럼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큰 변화는 당분간 유예하고 시장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금투세 도입을 2년 정도 유예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대내외 금융시장 여건과 주식시장 취약성 등을 고려할 때 당초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한 기재부 관계자도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으로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행동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시장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종전 합의대로 금투세 도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2%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로 인하할 경우 세수가 약 8000억원 감소한다.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낮추면 세수감소폭이 약 1조9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추가 감소하는데 재정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또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연말이 되면 주식양도소득세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 같은 행위 때문에 발생하는 시장 교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른바 '부자감세'라며 반대해 왔다.

정부가 민주당의 절충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금투세 시행 유예 협상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추 부총리는 우리 당의 제안에 대해 마치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거부했다"며 "국민들이 2022년도 폭락장에서 낸 증권거래세 5조2000억원의 무게를 조금이라고 생각했다면 야당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부터 내놓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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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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