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의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수전은 사실상 태광산업과 중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사이의 2파전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신규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의지가 뚜렷하고, 앵커PE는 1조원 규모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매각 자문사인 삼정KPMG는 22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다.
앞선 지난달 예비입찰을 통해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앵커PE △폴캐피탈코리아 등 3곳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늦어도 다음 달 초에 확정되며 거래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해 비누와 세제를 생산해 성장했으며 현재는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그러나 그룹의 재무 악화로 결국 매각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애경산업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88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517억원, 순손실 269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도 372.9%로 전년 말보다 44.2%p 높아지며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다는 것은 부채가 자본의 3배를 웃돈다는 얘기다.
가격 격차가 인수전의 변수로 꼽힌다. 현재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43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매각 측은 60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시장은 적정 가치가 약 5500억원대라는 평가다.
다만 애경산업의 가치를 단순히 시총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반론도 있다. 수십 년간 화장품 사업에서 쌓은 브랜드 입지와 충성 고객층, 그리고 기초 화장품부터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점은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열풍이 확산되는 점은 인수 매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인수 후보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태광산업이다. 태광산업은 자회사 티투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태광산업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티투PE가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과 섬유 위주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생활소비재 부문까지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신성장 분야에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신규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태광산업의 재무 여력도 충분하다. 태광산업 및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을 신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쟁자인 앵커PE 역시 약 1조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앵커PE는 2021년 16억 달러(약 2조원) 규모로 조성한 4호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기간 종료에 맞춰 신규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이 펀드는 약 1조원의 미소진 자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2021년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펌을 인수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에 앵커PE가 애경산업을 확보한다면 더마펌과의 볼트온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더마펌의 수출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라인업 보완을 노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과 앵커PE 모두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업 시너지를 감안하면 태광산업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애경산업 측이 제시한 매각가가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결국 매도자와 원매자 간의 가격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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