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G] 노루홀딩스 옥상옥 디아이티 '3세 한원석 부사장' 승계 열쇠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

노루홀딩스그룹의 3세 승계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영재 회장의 장남인 한원석 부사장이 보유한 디아이티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옥상옥' 구조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노루홀딩스는 시간외매매에서 한 회장의 지분율이 2.26%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이 지분을 취득한 법인은 디아이티다. 디아이티는 정보기술(IT) 컨설팅, 솔루션, 웹 시스템통합(SI) 등의 사업을 하는 곳으로 한 부사장이 지분 97.7%를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한 부사장은 디아이티 대표도 겸하고 있다.

디아이티는 이번 지분취득으로 노루홀딩스 지분율 9.4%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지분을 7.14%로 확대한 지 반 년 만에 또 한 번 시간외매매로 지배력을 강화했다.

디아이티는 2022년 5월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등장했다. 한 회장이 가진 지분 60만주를 블록딜로 매입하면서 4.45%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세 차례의 시간외매매가 이뤄지는 동안 한 회장의 지분율은 34.6%에서 25.68%로 하락했다.

이후 한 회장이 보유지분을 꾸준히 디아이티에 넘길 경우 디아이티는 노루홀딩스 최대주주의 지위를 얻게 된다. 한 부사장이 자연스럽게 디아이티를 통해 노루홀딩스를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한 회장이 칠순에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으로 승계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69세인 한 회장에게는 1남1녀가 있다. 장녀인 한경원 상무보는 1983년생으로 노루홀딩스에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한다. 한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노루홀딩스 사업전략부문장 등을 지냈다.

디아이티는 노루홀딩스 등의 지급수수료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지난해 노루홀딩스가 디아이티에 지불한 운반비, 지급수수료 등 기타지출액은 72억원이었다. 2022년에도 노루홀딩스는 디아이티에 기타지출로 58억원을 집행했다.

디아이티는 노루그룹의 IT솔루션(SI)을 담당하는 회사로 내부매출로 수익을 올려왔다. 또 자회사인 노루알앤씨를 활용해 노루페인트, 아이피케이, 노루비케미칼 등에서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노루알앤씨는 2020년까지 노루홀딩스가 5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였다. 노루홀딩스가 지분 50%를 디아이티에 넘기면서 현재는 100% 자회사가 됐다.

노루알앤씨는 도료용 수지와 자동차용 접착제를 제조한다. 지난해 매출 618억원 가운데 80억원을 노루오토코팅에서 일으켰다. 노루오토코팅은 노루홀딩스가 지문 50.5%를 가진 자회사다.

노루알앤씨는 꾸준히 배당하며 디아이티의 알짜 현금회사 역할을 해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배당한 금액만 80억원에 달한다. 디아이티는 향후 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현금을 충분히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회장이 2021년 11월 보유한 주식을 당시 거래가격으로 계산해보면 주식 자산가격만 6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상속·증여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해 직접승계보다는 간접승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법인을 활용해 지배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증여·상속과 달리 세금 부담이 크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개인적 자금 부담이 작다. 한 부사장은 2014년부터 장내매수로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왔으나 3.69%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는 2020년 처음으로 노루홀딩스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노루홀딩스는 지난해 한 부사장이 그룹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는 등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했다며 재선임을 의결했다.

한 부사장이 디아이티를 활용해 노루그룹을 지배하게 되면 3세 승계가 마무리된다. 노루그룹은 고 한정대 회장이 잉크 도료 기술로 창업한 대한오브세트잉크제조공사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부터 도료업으로 전환해 '노루표' 페인트를 판매하며 성장해왔다.

2세 한영재 회장은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1980년 기획실장을 거쳐 1986년 부사장에 올랐다. 2년 뒤 33세의 나이로 당시 대한페인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한 부사장이 34세 때 사내이사에 오른 점에 비춰보면 한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은 시기와 유사한 때 3세 승계 플랜을 가동했다고 볼 수 있다.

노루홀딩스 관계자는 "디아이티의 여유자금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운용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며 "한 회장의 주식매도는 개인적 사유로 회사에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