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책임경영한다더니..롯데지주 경영진, 자사주 대주거래 논란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

올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두차례 매입한 롯데지주의 최고경영자(CEO)급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가 해당 주식을 대주거래에 이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사 등 기관에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대주거래는 통상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공매도에 쓰인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들의 이익을 실현할 의무가 있는 기업의 핵심 경영인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공매도에 참여한 셈이어서 안 대표의 이 같은 대주거래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안 대표의 주식 수는 기존 3만 8326주에서 2033주로 줄었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2월 3일과 8월 11일 각각 1만 500주, 2만 7826주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말 안 대표가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로 임명된 뒤 매입한 물량이다. 이날 안 대표의 주식 감소에 대해 비고란에는 매도, 감자 등의 부연은 따로 없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수 변화를 공시할때 사유를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달 21일 안 대표는 주식 5만 6550주를 다시 얻어 총 5만 8583주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의 주식이 늘어난 것에 대해 비고란에는 '대여주식 상환입고'로 기록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앞서 지난달 14일 주식이 감소한 것은 안 대표가 대주거래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대여주식 상환은 빌려준 주식을 다시 받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대주거래를 위해 빌려준 주식을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0억원 어치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국내 재계서열 6위 롯데그룹의 CEO가 책임경영을 하겠다며 매입한 자사주가 대주거래에 쓰인 사실이 드러나자 재계, 자본시장 등 업계예선 파문이 일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개인이나 기관 등에 빌려주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기업의 핵심 임원이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얻는 공매도에 참여했다는 것은 기업윤리를 한참 벗어난 행동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어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기업의 경영을 담당하고, 누구보다 기업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임원이 대주를 통해 이익을 거뒀다는 것은 불공정하고, 주주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기업 신뢰도 하락과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 악화를 자처한 꼴"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이어 "주주 및 시장하고도 연관이 돼 있기 때문에 소상히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로부터 대주에 대한 수수료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2%정도 뿐인데, 이를 위해 자사주를 빌려줬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라는 대기업에서 내부 통제가 되지 않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일"이라면서 "오너인 신동빈 회장이 이 같은 일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더 심각한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공매도 조사팀 관계자는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임원의 개인 사항이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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