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서부 사막 한가운데,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가 조용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자, 한국 원전 수출의 역사적 쾌거로 기록된 이 시설이 지금 심상치 않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바라카 원전이 이란의 잠재적 타격 대상 목록에 오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 국방부의 눈길은 오래된 무기 창고 한편에 잠들어 있던 장비를 향했습니다.
바로 비호복합입니다. 퇴역을 눈앞에 둔 이 방공 시스템이 왜 갑자기 중동 파견 후보 1순위로 떠올랐는지, 그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로운 전략적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바라카 원전, 왜 이란의 표적이 되었나
바라카 원전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닙니다. UAE가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시설이자, 한국과 UAE 간 수십 년에 걸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설이 이란의 레이더에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UAE는 최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아브라함 협정)를 맺은 아랍 국가 중 하나이고, 이란의 입장에서는 적성국 진영에 가담한 국가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원전은 군사 목표물이라기보다 심리적·경제적 압박 카드로서 타격 위협의 대상이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습니다. 바라카 원전에는 상당수의 한국인 연구원과 기술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크부대라는 이름의 한국군 부대가 UAE에 파견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논의는 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바라카 원전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민간 전문 인력의 보호입니다.
단순한 교민 보호를 넘어, 국가가 수십 년을 투자해 키워낸 원전 기술 인력 자체를 지키겠다는 논리인 것이죠.
이것이 이번 파병 검토의 법적·외교적 명분이 됩니다.
비호복합, 퇴역 직전의 노병이 소환된 이유
비호복합은 K30 비호 자주대공포에 신궁 지대공미사일을 결합한 한국 육군의 단거리 방공 시스템입니다.
20mm 발칸포와 방위각 연동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천호 지휘통제 시스템과 C2I(지휘·통제·정보) 연동도 완성된 상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장비, 지금 퇴역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이 노병이 갑자기 중동 무대에 호출된 데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군은 차세대 저고도 방공 체계를 개발 중입니다.
20mm 발칸의 무인 RCWS(원격사격통제체계)화, 40mm 무인포탑 방공포, 카이든 드론 요격 체계 등 여러 신형 장비가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들이 실전 배치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공백을 메울 장비로 비호복합이 낙점된 것입니다.
새 물건이 나올 때까지 창고에서 끌어낸 구형 장비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발상인데, 군사 전략적으로는 이것이 의외로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비호복합의 또 다른 장점은 독립 운용 능력입니다.
이 장비는 별도의 방공 통제소 없이도 독자적인 방공망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UAE의 기존 방공망이나 공군 통제 체계에 통합될 필요 없이, 바라카 원전 주변에 독립적으로 배치해서 즉각 운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비호복합만 가는 게 아니다 — 복합 방공 패키지의 구성
이번 파견이 단순히 비호복합 4대를 보내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재 검토되는 구성은 사실상 복합 방공 패키지 형태입니다.

우선 비호복합 자체에 장착된 신궁 미사일 운용 병력이 함께 이동합니다.
여기에 20mm 방공포 운용 인력도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부분은 카이든의 투입 가능성입니다.
카이든은 한국이 개발 중인 무인 타격 드론으로, 방어적 드론 요격 임무에 특화된 장비입니다.
세계 최초의 방어형 요격 드론 실전 배치라는 타이틀을 걸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비궁 방공형도 변수입니다. 비궁 방공 요격 체계는 현재 1단계 개발이 완료되고 2단계로 넘어간 상태인데, 2단계는 육상 지형 파악과 표적 포착 알고리즘 개발 단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UAE의 사막 환경이 이 시험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자철광도 없고 울창한 나무도 없는 사막은 비궁 방공형의 현재 기술 수준으로 실전 테스트가 충분히 가능한 환경인 것이죠.
즉, 파병이 곧 실전 테스트의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총 파견 인력만 놓고 보면 120명 이상의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UAE의 방공망, 사실은 빈틈투성이가 아니다
언론에서는 종종 "UAE 방공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식의 표현을 씁니다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UAE는 방공에 상당한 투자를 해온 나라입니다.
20mm 체계와 30mm 오리콘 포를 운용해왔고, 함정용 RCWS를 개량한 방공요격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저고도 방공망의 절대적인 수량 자체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인력입니다. 방공망은 장비보다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촘촘하게 배치된 방공 자산을 24시간 운용하려면 막대한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죠. UAE가 골머리를 앓아온 것은 장비 부족이 아니라 방공 운용 인력의 부족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천광 레이저 방공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있습니다.
UAE가 원했던 것은 원래 천광이었지만, 거치형 시스템 특성상 전력 인프라 구축까지 고려하면 즉각 배치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군이 가져오는 복합 패키지는 이 인력 문제를 일부 해소하면서, 동시에 드론 위협이라는 새로운 전장 환경에 대응하는 체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UAE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파병이 한국 방산에 미치는 나비효과
비호복합의 UAE 파견은 단순한 동맹 지원이 아닙니다.
한국 방위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상당히 계산된 수로 보입니다.

첫째, 신형 방공 장비의 실전 테스트 기회입니다.
카이든, 비궁 방공형, 40mm 무인포탑 등 개발 중인 장비들을 실제 위협 환경에서 운용하는 데이터는 어떤 시험장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둘째, 비호복합 퇴역 이후 후속 체계의 수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UAE가 한국 방공 장비의 실전 운용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면, 이후 천광이나 차세대 방공 시스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셋째, 한국군 자체의 병력 감소 문제에 대응하는 방향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무인 RCWS화된 20mm 발칸은 기존 대비 1/5 수준의 인력으로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막이라는 극한 환경에서의 운용 데이터는 한국 방공 체계 전체의 무인화 로드맵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이번 파병 검토는 노후 장비 처리와 동맹 지원, 실전 테스트, 그리고 수출 시장 개척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입니다.
비호복합이라는 퇴역 직전의 노병이 마지막 임무지로 중동을 향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파병이 아니라 한국 방공 전력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