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차 아니에요!" 친숙함으로 무장한 포드 7세대 머스탱 5.0 GT [시승기]

요즘은 잘 달리는 스포츠카들이 너무나도 많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당장 현대 아반떼 N을 봐도 가격 대비 성능은 물론이고 트랙에서 무서운 수준의 랩타임을 작성하기도 한다. 그런 스포츠카 중에 포드 머스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제 한국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8기통 후륜구동 2도어 쿠페이기 때문이다.

사실 머스탱 GT 는 6세대를 끝으로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만 해도 전동화 전환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8기통 엔진과 같은 대배기량 엔진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경쟁 모델인 쉐보레 카마로도 단종 결정 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포드는 머스탱을 7세대로 발전시키는 것을 결정했고, 선택지에 8기통 GT 모델까지 넣었다. 그뿐만 아니다. 이 모델이 한국 시장에도 출시됐다. 그리고 코드네임 S650 7세대 머스탱 GT의 운전석에도 앉아 함께 달릴 준비를 마쳤다.
생김새는 6세대 모델과 큰 차이 나지 않는다. 밋밋했던 그릴에 이중 인테이크 박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추가됐고, 헤드램프 내부 디테일이 살짝 변했다. 범퍼 디자인은 2.3 에코부스트 사양은 살짝 밋밋한데 5.0 GT 모델은 충분히 스포티하다
이밖에 측면 실루엣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후면부가 살짝 꺾인 상태로 눌린 모습으로 변경됐다. 2도어 스포츠카라는 컨셉에 맞춰 머플러도 4개나 노출됐다.

변화의 폭이 큰 부분은 바로 실내다. 계기판은 12.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3.2인치 크기 디스플레이가 연결돼 최신 자동차 느낌을 전달한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바탕으로 개발된 그래픽은 커다란 화면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주행모드 하나만 바꿔도 화려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특히 과거 머스탱을 떠올리는 테마를 준비한 것은 머스탱만의 헤리티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요소다.

소재감도 좋아졌다. 머스탱의 약점은 센터페시아의 저렴한 느낌을 전달하는 플라스틱 패널에 있었는데 이 부분이 확 개선됐다. 버튼 개수도 줄어 조금 더 깔끔한 인상을 전달한다. 원조 머스탱 팬이라면 전통을 잃었다며 아쉬워하겠지만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요소다.
머스탱이 얼마나 젊어지고자 노력했는지 여러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화려한 그래픽은 확실히 젊은 감성이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레버를 드리프트 레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대놓고 차를 갖고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달리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키 조작으로 우렁찬 배기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리모트 레브(Remote Rev) 기능은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용으로 딱이다. 숏폼 영상용으로도 인기다.

하지만 그것이 7세대 머스탱의 전부는 아니다. 6세대 머스탱보다 더 빠르고 잘 달릴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먼저 코요테(Coyote)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V8 5.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4세대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먼저 배기량은 동일하지만 스로틀바디가 2개로 늘어나고, 여기에 맞춰 인테이크 박스도 2개로 많아졌다. 한마디로 숨구멍이 1개에서 2개로 늘어난 것이다. 배기 매니폴드를 4-1 방식으로 새롭게 바꾸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흡배기 튜닝이 이뤄졌다. 최고 출력은 493마력, 최대토크는 57.0kgf.m를 만들어낸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작동시키면 다른 8기통 엔진에서 들을 수 없는 머스탱 GT만의 배기음이 운전자를 환영한다. 자동차 환자라면 눈 돌아갈 사운드다.

사실 8기통 엔진은 현대차도 만들고 토요타도 만들 뿐만 아니라 벤츠, BMW, 아우디는 물론 GM이나 닷지 브랜드 등 정통 미국 브랜드까지 다양한 업체에서 만든다. 그리고 모두 저마다 매력적인 배기음을 뿜어낸다. 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머스탱의 코요테만한 엔진은 또 없다. 그만큼 감각적이다.
이 감각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운전자를 자극하는 사운드뿐만이 아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매끄러우면서 폭발적인 성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분명 자연흡기 엔진만의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속도계를 올린다. 터보차처럼 운전자를 시트에 파묻을 것 같은 감각과 분명히 다르다. 고회전 영역까지 엔진의 출력과 토크가 꾸준하게 발휘되는 성격이기 때문에 빠르면서 다루기도 쉽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변속기는 포드의 10R80 10단 자동 변속기가 쓰였다. 이 변속기는 빠르고 느리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동모드로 패들을 사용해 변속한다면 패들의 명령어가 입력된 후 실제로 기계적으로 변속기가 작동하는데 살짝 지연시간이 발생한다. 수동모드의 경우 엔진이 레드존에 진입해도 변속하지 않는데, 이때 퓨얼컷을 우선적으로 실행시켜 패들을 조작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변속을 해준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재미있는 변속을 할 수 있지만, 이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차라리 자동모드가 속 편하고 빠르다. 자동모드에서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보다 빠르다고 느낄 정도로 신속하게 변속을 끝낸다. 단순히 기어 단수를 올리는 것 이외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스스로 기어 단수를 빠르게 내려준다. 운전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기어 단수를 빠르게 맞춰준다. 한마디로 스스로 일하면 빠르고 누가 시키면 마지못해하는 성격이랄까?
7세대 머스탱 GT에는 포드의 마그네라이드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기본적인 작동 개념은 GM의 MRC 서스펜션과 같다. 그런데 확실히 버전업이 됐기 때문인지 그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마그네라이드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유체 속 금속 성분을 이용해서 전자기적인 반응에 따른 유체의 응력에 따라 감쇠력을 바꿔주는 개념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과거 시스템의 경우는 컴포트 모드에서 유격이 느껴진다고 느낄 정도로 헐겁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개선 사항이 이뤄진 덕분에 컴포트 모드에서도 헐겁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쫀쫀하면서 승차감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진다.
과거의 MRC는 스트로크도 많이 짧은 편에 속했다. 때문에 다양한 노면에서 대응하는 부분이 조금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7세대 머스탱 GT의 서스펜션은 늘어나고 줄어드는 폭까지 커져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내면서 좋은 성능까지 겸비한 모습이다.
이밖에 마그네라이드 혹은 MRC 서스펜션의 장점은 많다. 다양한 성격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노면 상황에 따라 빠른 속도로 작동한다는 점, 내구성 부분도 가변 댐핑 서스펜션보다 뛰어난 편이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코너에서 롤의 발생 속도를 늦춰준다는 점이 이 서스펜션의 가장 큰 특징이다. 롤 발생 움직임을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구현 시켜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이 부분을 미리 알아차리고 차량과 일체화된 느낌으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만큼 머스탱 GT가 만들어내는 승차감과 성능, 코너에서 느껴지는 밸런스 등은 충분히 좋다.

사실 6세대 머스탱도 잘 달렸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던 5세대 모델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7세대 머스탱은 조금 더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인 것에 가깝다. 가장 큰 변화 점은 읽기 쉬우면서 운전의 난이도가 낮아진 부분이다.

사실 5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뒷바퀴로만 굴린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머스탱 GT는 운전의 난이도가 낮아졌다고 느낄 정도로 운전하기 쉬워졌다. 스티어링 휠 조작을 하면 굉장히 빠르고 날카롭고 민첩하다는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잘 추구했다. 이후 후륜이 따라오는 느낌도 자연스럽다. 그만큼 민첩하고 빠르게 달린다는 감각보다 운전자와 자동차가 함께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할 수 있도록 튜닝이 됐다고 보는 것이 좋다. 여기에 엔진이 힘을 발휘하는 모습도 급작스럽지 않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과감하게 밟아도 갑자기 차가 돌려고 하는 등 위험한 움직임도 잘 억제했다.

그렇다고 7세대 머스탱이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몇 가지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스티어링 감각이다. 일단 기본 조작은 꽤 묵직하다. 유턴할 때 은근히 힘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와인딩 코스나 트랙 같은 환경에서 운전할 때 조금 난감해진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한 후 어느 시점부터 피드백이 사라지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무게감도 사라지면서 확 가벼워진다. 운전을 못 할 정도냐면 절대 그렇지 않지만, 감각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살짝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도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작하는 느낌과 압력 부분은 좋지만, 제동력이 후반에 어느 순간 갑자기 확하고 물리는 느낌이다. 이밖에 시트는 몸을 조금 더 잘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디자인은 몸을 잘 잡아줄 것 같이 생겼지만, 생각보다는 몸이 좌우로 많이 움직였다.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그것이 7세대 머스탱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8기통 쿠페라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쉐보레 카마로 SS와 비교하면 어떨까? 지금은 단종되긴 했어도 순수하게 달리는 느낌만 놓고 따지면 카마로 SS가 앞서긴 한다. 감정 없이 오로지 달리는 데 집중한 결과가 카마로 SS라고나 할까? 실제로 서킷에서도 인상적인 운동 성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머스탱은 여기서 재미의 요소가 더해졌다. 배기 사운드는 더 듣기 좋고 높은 출력을 다룬다는 면에서도 머스탱 GT가 카마로 SS보다 앞선다. 카마로는 머스탱처럼 와이드 스로틀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운전의 난이도나 재미 부분에서 머스탱이 더 대중화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부분에서 7세대 머스탱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고성능 차가 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멋진 배기사운드, 화려한 그래픽 디자인, 드래그나 라인락, 드리프트 브레이크 등 자동차로 놀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물론 달리기 성능까지 입문자를 위한 설정이 돋보인다. 여러 가지 영역에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진다.

때문에 이렇게 추천하고 싶다. 서킷에서 좋은 랩타임을 만들어내고 싶다, 아니면 와인딩 로드에서 내가 운전 실력을 키우고 싶다 한다면 토요타의 수프라나, AMG A45, BMW M240i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8기통 자연 흡기 후륜구동 500마력 머슬카를 즐겨보겠다 한다면 단연코 머스탱 GT를 추천하고 싶다. 사실상 대안이 없을뿐더러 미국에서 머스탱 GT 풀옵션에 해당하는 가격을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동차 중 머스탱 GT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기뻐할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