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보이지 않던 위협을 잡다
우리는 매일 지하철역이나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잡이를 잡는다. 하지만 이 손잡이는 매일 수천 명이 만지며,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서식하는 ‘위생 사각지대’로 지적돼왔다. 오랫동안 시설 관리 측에서도 방법은 단순 물걸레 청소뿐이었다. 이 한계를 뒤엎은 게 바로 한 한국 중소기업이었다. 세계 최초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자외선 살균기’를 개발한 것이다. 이 장치는 손잡이가 지나가는 순간 자외선을 쬐어 99%의 세균을 살균한다. 작지만 혁신적인 발명이었고, 공공 위생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기술력으로 주목받았다.

세계 특허까지 땄지만 기다린 건 적자
2015년 이 기술이 처음 시연된 곳은 다름 아닌 서울 한 호텔이었다. 곧이어 일본, 미국, 유럽에서까지 관심을 보이며 여덟 개국 특허 등록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와 달리 차가웠다. 부담스러운 초기 설치 비용 탓에 실제 구매처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제품은 뛰어나지만 ‘필수재’ 인식이 부족하다는 벽에 부딪혔다. 회사는 생산라인을 유지했으나 매출은 늘지 않았고, 5년 가까이 적자가 이어졌다. 설립자는 결국 빚이 20억까지 불어나자 특허권 자체를 매각해 회사를 정리할지 고민하기에 이른다. 안정되지 않는 매출, 쌓여가는 빚, 직원들의 걱정이 이어지며 폐업 위기까지 몰려갔다.

마지막으로 1년만 더 버텨보자
대표는 결국 ‘이대로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단 1년만 더 버티자고 결정을 내렸다. 내심 ‘혹시라도 세상이 우리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그렇게 2020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선택이 회사의 운명을 뒤집는 터닝포인트가 된다. 전 세계가 감염병 위기로 위생과 방역에 극도로 민감해진 것이다. 손잡이, 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모든 접촉 공간이 위생 관리의 최전선으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기술은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폭발적 주문, 하루 1000대까지
2020년 봄,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하루에도 1000대씩 주문이 쏟아졌고, 제품 출하를 위해 3주 대기열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폭발했다. 그해 매출은 무려 80억 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단 1년 전 8천만 원에 불과하던 매출에서 정확히 100배 성장한 수치였다. 기존의 적자는 단숨에 해소됐고, 해외 기업들의 추가 문의와 이후 글로벌 공항·호텔 체인 납품 계약까지 이어졌다. 결국 파산 위험에 놓였던 작은 중소기업은 단박에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계 최초, 바이러스 살균 능력까지 입증
이 회사의 기술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세균 제거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0년 말, 공식적인 연구 검증을 통해 자외선 장치가 바이러스까지 살균할 수 있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편의 장치’가 아니라 공공 안전 장치로 인증받게 된 것이다. 이후 세계 유명 공항과 철도 시설로 보급이 확대됐고, 유럽에서는 감염병 대응 장비 목록에도 올라갔다.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아주 작은 장치가,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 도시 기반시설 안전지침의 모범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선택이 만든 기적
한때는 직원 월급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이었지만, ‘1년만 더 버티자’는 의지가 기업의 운명을 뒤집은 사례가 됐다. 위기는 위기대로 크지만, 동시에 기회도 있다는 진리를 증명한 셈이다. 오늘도 이 기업은 공장 증설을 고민하며 글로벌 수요를 맞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기가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뚜렷한 기술 하나가 세계적 파도와 맞물려 기적 같은 반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건을 두고 ‘포기하지 않아서 만들어낸 레전드 반전’이라 부르고 있다.